대한민국 금융질서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참담한 사태가 다시 불거졌다. 국민의 고혈을 빼먹은 사건인데도 불씨가 꺼져가는가 싶었던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결국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으로 부상하면서 재차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왠지 잠잠했던 검찰의 뭉개기 수사의혹 내지 보고누락 사실까지 수면위로 떠올라 그 파장이 작지 않다.

 

사건의 불씨는 전·현직 권력의 실세들로 옮아 붙고 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전 방위 커넥션 의혹들이 고구마줄기처럼 나온다. 애초 의심했던 대로 단순 부실판매가 아니었다. 불완전 판매를 넘어 속칭 설계가 가미된 금융사기 수준인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배후에 권력형 비호인사들이 줄줄이 거론되고 있는 것 자체로 후진국형 대한민국 금융 시스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금품수수 의혹이 첨예한 논란이 되고 있는 라임사태만 해도 지금까지 수없이 권력형 부실판매 혐의를 받고 있던 차였다. 앞서 노사모 출신에 미키루키로 불린 이상호 씨가 구속기소되면서 라임사태는 일찌감치 권력형 비리의혹에 휩싸이며 국민적 사안으로 떠올랐었다.

 

여기에 더해 펀드 판매과정에서 권력 개입설이 꾸준히 나돌았다. 심지어 투자자들에게 권력의 비호가 있으니 전혀 염려하지 말라는 식의 안내까지 있었다고 하니 언뜻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마 무시한 로비로 라임 살릴 회장님’, ‘라임 다 막은 분’ 등의 투자안내가 한 투자자의 녹취증거로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음성녹음에는 금감원 출신의 전 청와대 행정관도 있다. 이런 막후 정황이 분분한 가운데 엄숙한 재판정에서 구속된 라임사태 주범이 가감 없이 로비대상인 청와대 핵심실세와 돈 액수까지 담담히 털어놨다. 당사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그의 반박을 믿어줄리 없다.

 

피해액이 무려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라임사태는 결코 적당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초저금리에 불황이 겹치면서 단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위험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은 수많은 투자자들의 다급한 심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 높은 수익률에 안전한 상품이라고 팔면서 정작 사채 등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은 명백한 속임수다.

 

정·관계 20여명의 로비의혹 실명이 오르내리고 있는 옵티머스는 아예 처음부터 금융사기를 위한 기획설계 정황이 보여 더욱 낱낱이 그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기획설계는 대부분 권력형으로 이뤄지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라임과 함께 누가 어떻게 비호했는지 밝히지 않으면 땅에 떨어진 대한민국의 펀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청와대 인사부터 여당, 정부 관료, 전·현직 고위층 인사들이 엮인 흔적이 옵티머스 내부 회의자료 문건으로 나왔다. 당사자들은 당연히 부인하고 있지만 이 또한 곧이곧대로 믿어줄 국민이 많지 않다. 사기를 치고자 작정한 주역들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이른바 ‘방어설계’를 하는 것 또한 상식이란 점이다. 이름이 거론되는 자체로 기획설계의 바람막이 울타리에 있다는 의심을 피하지 못한다.

 

실제로 옵티머스는 검찰 압수수색 등 각종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흔적을 남겼다. 그런데 검찰이 이 같은 내부 대응문건을 확보해 놓고 뭉개고 있었던 것이 국민의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가 터지고 상당기간 잠잠했던 이유가 동시에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마저 뒤늦게 인지하고 금융사기와 로비의혹 모두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하는 사후약방문 명령을 내렸을 뿐이다.

 

검찰총장이 보고를 제대로 못 받은 정황을 반드시 국민 앞에 공개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사건의 핵심을 풀 단서가 될 수 있는 탓이다. 윤 총장은 옵티머스 뿐만 아니라 라임사태마저 핵심 사안들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 검찰 지휘계통에서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금융부문의 사건도 엄중하지만 이처럼 큰 사건의 보고절차가 허술한 것도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려야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퍼즐 전체가 확실히 풀린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잇단 코드인사로 고립무원이 된 검찰총장이 막전막후 지휘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한민국의 권력형 비리 커넥션이 묻힐 수 있는 사태까지 온 것은 비극이다. 이는 검찰 내부의 의견처럼 검찰이 허위공문서 작성 범죄혐의를 받는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법을 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검찰은 하루아침에 피눈물을 흘리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라임·옵티머스 사태 수사에 공직자의 의무와 법조인의 양심을 걸고 배수진을 쳐야 한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 지휘계통의 부활이 먼저다. 윤 총장이 나선 진두지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훗날 수사담당 검사들이 범죄혐의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도 지금까지 확보한 문건이나 진술을 빠짐없이 총장에 보고하는 것이 수순이다.

 

이어 사안의 중대성이 있는 만큼 살아 있는 권력들과 정면으로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아 온 총장에 모든 지휘권을 정상대로 온전히 맡겨야 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진실을 끝까지 밝혀줄 인사는 검찰총장 밖에 없다는 국민여론을 주시하지 않으면 검찰이 감당하지 못할 큰 역풍을 맞는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이미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범죄혐의가 보인다. 펀드를 의도적으로 불법 또는 편법으로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더욱이 모자펀드를 이용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돌려막기식 폰지사기 논란까지 일어 지탄을 받고 있는 중이다. 금융의 첨단 최신기법이 고작 다단계사기나 곗돈사기 형태를 띠고 있다면 창피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조국펀드 사태 이후 펀드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 펀드가 마치 설계의 전형인 것처럼 부도덕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따라서 펀드는 비단 고위험·고수익이란 상품으로 면피를 할 수 없다. 본래 펀드 운용사는 단순 투자실패에도 도의적 책임을 피하지 못한다. 금융감독 당국도 이번 사태를 책임있게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CEO를 중징계 하는 식은 책임전가다.

     

지금 전 재산을 걸거나 빚을 내 투자하는 레버리지에 빠진 투자자들의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가산을 탕진한 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는 인생 최대의 비운을 맞았다. 비록 투자자들의 욕심이 과했다고 해도 그런 환경을 만들고 유혹하기를 주저하지 않은 범죄자들이 활개 친 것이 근본 문제라는 인식을 금융당국과 사정당국에 강력히 주문하고 싶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해결은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권력 차원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 사안인 만큼 의혹을 벗기 위해서라도 정면돌파 하는 식의 해결이 긴요하다. 검찰권력에서 손을 떼는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투명한 권력의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적당히 묻어두려 한다면 권력의 모든 것이 흔들리는 더 큰 사태를 피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