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에 5인 이상 집회 금지 선포

긴급조치법, 당국에 모든 지역 출입 통제 권한 부여

정동현 기자(dhjeo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10-16 00:03:50

태국 정부가 15일 방콕에서 계속되는 시위에 대처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긴급조치법을 선포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태국 경찰은 TV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방콕에서 불법적인 공공 집회를 계속, 혼란과 대중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시위대는 국왕의 권력에 대한 통제와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가 14일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탄 왕실 차량 행렬과 대치한 것을 긴급 조치법 선포의 이유로 제시했다. 경찰의 저지에 뒤로 밀려난 시위대는 왕실 차량 행렬을 향해 시위운동의 상징이 된 세 손가락 경례를 올렸다.

긴급조치는 현지시간으로 15일 오전4시(한국시간 오전6시)부터 발효됐다.

이 법령은 집회를 4명 이하로 제한하는 것 외에도 국가안보나 평화 질서에 영향을 미칠 오해를 부르는 것을 막기 위해 공포심을 일으키거나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뉴스, 기타 언론, 전자정보의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긴급조치법은 또 당국이 지정한 모든 지역에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왕실을 개혁해야 한다는 시위대의 요구는 태국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군주제에 대한 비난은 오랜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태국 인권 변호사들은 시위 지도자 3명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대해 논평하지 않고 있다.

태국은 오랜 정치적 불안과 항의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법원이 신생 야당 퓨처포워드당(FFP)에 해산 명령을 내린 후 지난 2월부터 새로운 시위가 시작됐다.

FFP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고 현역 군 수뇌부가 당선한 2019년 3월 선거에서 국회의원 의석 점유율 3위를 차지했었다.

시위대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쁘라윳 총리가 이끄는 정부를 해산하고 헌법을 개정할 것과 당국이 비판자들을 괴롭히지 말 것을 요구했다.

앞서 13일에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차량 행렬이 지날 예정인 길목에 텐트를 치던 반정부 집회 참석자 21명이 경찰에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