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일 BTS는 한·미 관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플리트 상을 받았다. 코리아소사이어티(Korea Society)는 명칭과는 달리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저명인사들이 만든 단체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국 육군 장성이었던 제임스 올워드 밴 플리트 장군이 1957년 제안해서 조직됐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단체는 육군 장성 외에도 정치가, 외교관, 작가, 기업가 등으로 활동했던 밴 플리트 장군의 관심사를 반영하듯 한·미 양국의 기업, 경제, 정책, 교육, 예술 등에 관한 토론·연구 뿐 아니라 상호 친선 증진을 도모하는 등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BTS에 밴플리트 상을 수여한 것도 이들이 미국의 유명 TV쇼에 출연하고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에 오르는 등 음악을 통한 양국 친선 도모에 기여한 공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BTS의 리더 RM은 수상소감에서 올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특히 의미가 있다고 언급하며 “우리는 양국(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 네티즌이 즉각 반응해 분노를 터뜨렸다. BTS의 발언 중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비극적 사건이었고 그 아픔이 여전히 진행 중인 한국전쟁에 대해 ‘고난의 역사’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보인 반응이다.

 

BTS가 언급한 ‘고난의 역사’가 가져왔던 아픔의 원인 중에는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인해전술’로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았던 중공군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북한 김일성의 남침으로 발발한 것이고 전쟁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대한민국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영국·캐나다를 비롯해 16개국이 군대를 파병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특히 미국은 유엔군 중 가장 많이 48만명을 파병했다. 당시 109만명 참전한 한국군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미군 전사자 수는 3만6000여명에 달하고 부상자도 10만명을 넘었다.

 

이런 고난을 겪은 한·미 양국의 역사에 대해 BTS가 한 마디 한 것을 두고 중국 네티즌은 오히려 “BTS가 ‘항미원조(抗美援朝)’의 역사를 모른다” “BTS가 한국전쟁에 참전해 희생된 중국인 모욕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는 BTS보다는 민족이 더 중요하다면서 더 이상 BTS의 팬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적반하장’이다. 북한을 도와 남한을 침략한 중국에 감사라도 하기를 바라는 것인지 중국 네티즌의 반응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백보를 양보해서 중국인들은 ‘한국전쟁’을 중국 정부가 가르친 대로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 즉 ‘항미원조’라고 부르고 또 그렇게 이해한다고 치자. 우리 국민도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갖길 바라는 건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

 

중국 외교부는 한 술 더 떴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BTS 관련보도와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 도모...” 운운 했으나 중국 정부가 나서서 철부지 네티즌의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한국을 향해 일종의 협박을 가한 셈이다.

 

BTS가 중국으로부터 공격을 당하자 국제 언론들이 중국의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네티즌들이 BTS의 ‘악의없는 발언’을 공격했다고 지적하고, 로이터 통신은 중국에서 삼성 등 한국의 대형 브랜드 앞에 ‘정치적 지뢰’가 깔렸다고 꼬집기도 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BTS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는 “긍정적인 한·미 관계를 지원하는 BTS의 계속된 노력에 감사한다. 여러분은 밴플리트 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 음악은 세계를 하나로 뭉치게 한다”고 쓰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축하 메시지도 리트윗 해서 올렸다.

 

세계가 BTS를 응원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 측에서는 이 사안에 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 이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기간 발생한 수행기자단에 대한 중국 공안의 구타 사건과 함께 올해 9월 이효리의 ‘마오’ 발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기자 구타 사건에 대해 중국의 사과는 없었고, 이효리의 ‘마오’ 발언은 즉각 편집됐다. 세계에는 중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쪼록 BTS가 이로 인해 위축되지 않고 소신있게 활동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