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반도에 대한 오만한 역사관이 도를 넘었다. 그는 중국이 6·25 전쟁에 참여해 제국주의 미국을 상대로 승리한 전쟁이라고 규정하면서 한반도가 마치 중국의 속국인 듯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과거 6·25 전쟁에서 중공의 인해전술 참전 70주년을 기념해 토해 낸 시진핑의 아전인수 해석은 중국이 북한은 물론 남한까지 어떤 시각으로 깔보고 있는지를 엿보게 한다.

 

시 주석은 3년 전에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역사적으로 남·북한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말이지만 중국 정부는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공식 인정한 멘트다. 그는 이번에도 미국이 한국내전(중국식 표현)에 무력간섭해 1950년 10월 25일 중국이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에 뛰어들었다면서 ‘정의로운 행위 중에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했다.

 

자칭 인민지원군으로 부르는 중공군 참전 이전 기간의 김일성 남침사실은 묵살한 채 자신들의 참전 이후만 본 중국의 눈에 미국은 북침을 이끈 제국주의로 치부됐다. 시 주석은 이런 미국을 ‘때려눕히고 전 세계를 경천동지하게 했다’고 과격한 표현을 해대며 위대한 승리라고 선언했다. 나아가 미국을 향해 ‘서방 침략자’라고 원색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침략자’라고까지 했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발언이다.

 

북한의 남침은 내전으로 모른 체 하고 유엔군 참여 이후 북진을 침략으로 규정한 것은 시 주석이 한반도 전체를 여전히 속국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읽게 한다. 한반도 내전에 제국주의가 침략해 들어와 자신들이 물리쳤다는 식의 표현이 그렇다. 한반도가 자신들의 땅이라고 여기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황망하기 그지없는 발언이다. 자신들을 미제(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정의롭게 싸워 승전한 ‘동양의 영웅’으로 셀프 옹립하기까지 했다.

 

시 주석의 6·25 전쟁에 대한 인식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아니 제정신인지를 묻고 싶다. 6·25 전쟁이 악(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이라는 설정은 차라리 리얼리티 코미디다. 국제사회가 6·25를 북한군의 불법 기습남침으로 규정,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전 세계에서 유엔군이 파견됐다. 6·25는 환상에 빠진 공산주의가 벌인 이념전쟁에 자유수호를 위한 전쟁이었다.

 

수백만명의 인명이 무참히 죽어간 한민족 최대의 비극적인 전쟁을 일으킨 직·간접 주역들은 진정어린 참회를 해도 그 죗값이 씻기기 어렵다. 구소련이 김일성과 어깨동무하며 앞장서고 중공이 눈감아 시작된 무차별 살육전쟁이란 사실에 얼굴을 떨구어야 할 후예들이 안면몰수를 한 느낌이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를 삼척동자도 안다. 이를 전 세계 단 한국가도 부정하는 나라가 없다.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 진보학자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도 북침설을 공식 부인했다. 전쟁의 원인이 한반도의 좌우내전에서 비롯됐다는 남침유도설 인식을 전제했지만 방아쇠를 당긴 전범은 누구인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80년대 운동권이 신봉했던 이 같은 수정론 조차 구소련 붕괴 이후 대거 공개된 비밀문서에서 다시 수정돼야 했다. 김일성·스탈린·마오쩌뚱의 ‘한반도 전쟁 설계도’는 자명하게 드러났다.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 심각한 좌우대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혼란의 틈바구니를 타고 북한의 김일성이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무단으로 정권을 세워 권력욕에 불타 일을 저질렀다. 북한은 국가가 아니었다. 반면 대한민국은 1948년 유엔결의에 의해 한반도 내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받았기에 국제사회가 분연히 일어나 21개 참전국 군인들이 이역만리 땅에서 소중한 피를 흘렸다. 피부색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남의 나라 전쟁에 온 15만여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되고 포로로 잡혀갔다.

 

유엔군 피해자에 남북한 군인과 민간인 사망자·실종자를 모두 합치면 6·25 전쟁은 인류역사의 4대 재앙 중 세 번째로 꼽힌다. 2차 세계대전과 유럽의 흑사병 다음이다. 그토록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주범들이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며 선악을 뒤바꾸는 일을 하고 있으니 신을 무시하는 공산국가의 위세가 위풍당당하다.

 

항미원조전쟁이란 수식어로 아무리 전범의 지위를 가리려 해도 세계의 여론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다. ‘묵인한 전범’이라는 방증자료가 방대하기에 더 이상 사악한 전쟁의 배후였음을 속이지 못한다. 더욱이 그 전쟁을 확전시켜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시킨 일등공신이 바로 중국이다. 그들은 1000만 이산가족의 피눈물이 지난 70년간 한반도를 멍들게 한 주역이다.

 

항미원조를 중국의 애국주의로 변화시키려는 중국 공산당의 행위는 미증유의 피해 당사자인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울분과 치욕 그리고 수치심이 끓어오른다. 동시에 그들만의 이상한 승전방식에 정작 한 마디도 못하는 우리의 처지가 참으로 애처롭다. 자유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몸을 폭탄인 냥 던져 사투해 지켜낸 동작동 현충원 10여만 영혼들이 다시 깨어나 피를 토할 일이다.

 

중국은 방탄소년단(BTS)까지 치졸하게 공격했다. 6·25 전쟁에서 한미 양국의 희생을 기원한다는 의사표시는 우리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하다. 이 한마디가 항미원조에 참여한 중공군을 모욕한 것이라며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으니 기가 막힌다.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두려움에 덜덜 떨며 즉각 꼬리를 내리기까지 했으니 어이가 없다. 전 세계를 호령하겠다는 일대일로 중국몽의 비전이 고작 이 정도라면 결코 원대한 꿈을 가진 대륙기질이라고 인정하지 못하겠다.

 

중국은 6·25 전쟁 중 백마고지와 함께 치열했던 2대 고지전인 ‘상감령(上甘嶺)전투’까지 승전했다는 식으로 왜곡해 선전하는 무리수를 둔다. 군 전략가라면 누구나 우리가 승리한 전쟁을 영화로도 제작해 상감령 정신을 주입하고자 애쓴다. 또 항미원조전쟁 승전의 이유로 압록강에서 휴전선까지 밀어낸 것을 들지만 자국민을 무차별 인해전술 전쟁터로 내몰고 막대한 경제피해를 입힌 사실에서 패한 전쟁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최근의 중국 공산당 행보를 보면 구한말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사투를 해야 했던 조선을 향해 국혼을 마구 짓밟으며 온갖 못된 짓을 다한 위안스카이(袁世凱)의 횡포가 데자뷔 된다. 중국은 지금도 한한령(限韓令) 깃발만 들면 무소불위다. 일개 외교부장인 왕이만 방한해도 국가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총 출동한다. 그럼에도 사소한 것까지 트집을 잡고 원색적인 공격을 해오기 일쑤다. 중국은 다른 손으로 홍콩·신장 등에서 무자비한 인권탄압을 벌인다. 종횡무진 철저히 그들 마음대로다.

 

무엇보다 전 세계 자유평화군을 침략자로 내몬 행위는 훗날 두고두고 인류의 역사가 용서하지 않는다. 중공군은 선한 군대, 유엔군은 악한 군대의 이분법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를 냉정하게 곱씹지 않으면 중국 공산당은 국제사회의 외톨이로 전락하고 만다. 항미원조전쟁을 통해 ‘신중국의 대국지위를 세계에 보여주었다’는 자화자찬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시진핑의 중국은 인류에게 정말 끔찍한 일을 낼 것 같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로 초대형 사고를 쳤다. 이어질 핵폭탄급 사고는 경제부문으로 확실시 된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한 치의 양보를 안하겠다면서 6·25 전쟁까지 왜곡·소환시킨 뻔뻔함을 보였기에 앞으로 벌어질 경제사고가 점차 명징해진다. 중국 공산당 창당과 건국이란 ‘두 개의 백년’ 타이틀을 내걸고 ‘미제를 상대로 위대한 승리를 계속하자’는 시진핑의 중국몽은 인류를 나락으로 끌고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섬뜩하다. 우리는 지금부터 치밀하게 중국과 멀어지는 수순을 밟지 않으면 최악의 피해자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