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입한 고객 중에 한 분이 이런 후기를 남겼어요. 요즘 사람들에겐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없다고요.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데 무슨 수로 건강을 챙기겠냐고요. 그런데 그 분이 저희 팔콜릿과 팥차를 먹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됐대요.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요. 그 후기처럼 많은 분들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세상엔 맛있는 먹거리가 참 많다. 그 중에서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랑받는 먹거리는 단연코 초콜릿이다. 고체 형태의 초콜릿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부드럽게 녹으며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카카오 향기가 입 안 가득 퍼진다. 이에 매료된 고대 사람들은 초콜릿을 일컬어 ‘신의 열매’라 부르기도 했다.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초콜릿도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초콜릿이 카카오 함량은 낮은 반면 당분 함량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이에 다이어트 중이거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초콜릿을 피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한은경 레드로즈빈 대표는 이 점에 주목했다. 맛있는 초콜릿을 즐기고 싶지만 지나치게 높은 당분 함량 탓에 쉽사리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초콜릿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해 본 것이다. 상상을 행동으로 옮긴 한 대표는 오랜 연구개발 끝에 팥과 초콜릿을 결합한 전례 없던 먹거리를 탄생시켰다. 이름하여 ‘팥콜릿’이다.

“팥과 초콜릿이라는 두 재료가 언뜻 보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곤 해요. 팥은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반면 초콜릿은 서구적이고 화려한 이미지가 강하니까요. 그런데 이 두 재료가 닮은 점이 있어요. 바로 달다는 거예요.”

“사실 팥이 달다는 사실을 의외로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시루떡이나 팥죽 등 우리 먹거리 중에서 팥을 이용한 음식이 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약용식물 도감이나 한의학 서적을 찾아보면 우리 농산물 중에 팥이 가장 달다고 나와 있어요. 실제로 팥차로 끓여 마시는 등 재료 본연 그대로 먹어보면 팥 맛의 은은한 단맛을 느낄 수 있죠.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가 단맛을 극대화한 초콜릿만큼 달지 않은 것처럼요.”

한 대표가 처음부터 팥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팥 문외한과 다름없던 한 대표가 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어머니가 당뇨를 앓기 시작하면서다. 어머니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 당뇨에 좋은 먹거리를 찾던 중 팥이 단맛은 내지만 당분 함량은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어머니의 당뇨 판정 이후 팥을 덖어 가지고 팥차를 끓여 드렸어요. 그런데 당 수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거예요. 알고 보니 편찮으신 와중에도 어머니가 일터에서 초콜릿을 수시로 드시고 계셨더라고요. 원래 초콜릿을 좋아하긴 하셨지만 당뇨로 고생하고 계신데도 초콜릿을 드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거예요. 당시엔 많이 속상했어요.”

“그래도 어머니가 초콜릿을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어찌 못 드시게 막나 싶어서 어머니를 위한 건강한 초콜릿을 만들어보기로 다짐했어요.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던 차에 팥차를 끓이고 남은 팥 앙금을 활용해보기로 마음먹었죠. 그런데 막상 팥으로 초콜릿을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팥이 가지고 있는 수분 때문에 초콜릿이 제대로 뭉쳐지지 않고 자꾸 풀어졌거든요. 제가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책과 인터넷 정보에 의지해 만들다 보니 당연히 겪을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였죠. 그렇게 부단히 공부하면서 특허 개발·출원·등록을 마칠 때까지 장장 5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어요.”

팥콜릿을 통해 어머니의 당 수치가 크게 개선되는 과정을 지켜 본 한 대표는 건강한 초콜릿을 원하는 사람이 비단 어머니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에 팥콜릿을 많은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팥콜릿을 어떻게 하면 널리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한 대표는 팥콜릿과 팥차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카페를 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여윳돈이 충분치 않았던 한 대표는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팥콜릿을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펼쳐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돼 1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카페 문을 열 최적의 위치를 찾겠다고 오래도록 발품을 팔고 다녔어요. 여러 지역 중에 새롭고 낯선 먹거리에 거부감이 덜한 홍대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홍대 상권의 이름값 때문인지 임대료와 월세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투자받은 1억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닌데도 제가 계약할 수 있는 가게 찾기나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 1년 간 홍대 상권 부동산이란 부동산은 전부 돌아다닌 것 같아요. 처음엔 제가 가진 돈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계약 못 한다고 손사래치던 공인중개사들이 1년쯤 지나자 제가 안 됐는지 카페 거리로 유명한 곳에 있던 가게를 계약할 수 있게 도와주시더라고요. 그 분들이 간절한 제 마음을 읽어주시곤 좋게 생각해주신 것 같아요.”

“천신만고 끝에 카페를 열었는데 첫 한달은 손님 한명 받지 못했어요. 오죽 손님이 없었으면 오랜 만에 카페에 들어온 손님에게 ‘어서오세요’ 인사하기는커녕 ‘누구세요’라고 반문을 해버렸죠. 그래도 버티다 보니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손님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매거진 에디터, 유통업계 MD 사이에서도 참신한 재료로 초콜릿을 만드는 카페라는 입소문을 타게 됐어요. 어느 날 MD 한 분이 카페에 찾아왔는데 카페와 제 상황에 대해 전해 듣고 나자 팥콜릿을 고객에게 직접 소개하고 알리는 경험 마케팅을 펼쳐보는 게 어떻겠냐고 귀띔해주더라고요. 카페에 가만히 앉아 있어 봤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만 팥콜릿과 팥차를 알릴 수 있잖아요. 더구나 생소한 팥콜릿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끔 하려면 유동인구 많은 곳에서 시식도 제공하고 소리 내어 제품을 알려야 한다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어요. 고객을 만나려면 제가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는 걸 깨우친거죠.”

그 길로 카페를 접은 한 대표는 남은 보증금으로 팥콜릿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을 물색했다. 수제로 제작하는 특성 상 공간은 그리 클 필요가 없었다. 생산·제조 공간을 확충한 한 대표는 고객과 만나 본격적으로 팥콜릿을 판매키로 했다. 그렇게 처음 도전하게 된 곳이 서울 내 유명 백화점에서 마련한 팝업스토어였다. 

“일주일 간 진행되는 팝업스토어에서 평일 하루 매출이 20만원 정도에 불과했어요. 점심도 거르며 온 종일 팥콜릿을 홍보했는데 20만원밖에 벌지 못한 현실에 슬펐죠. 알고보니 제가 판매 가격을 너무 낮게 잡았더라고요. 다른 팝업스토어들은 만원, 2만원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일매출이 100만원을 넘기도 했는데 저는 4500원에 판매하니 아무리 많이 팔아도 매출액이 늘어날 수 없었던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직접 판매해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가격 설정부터 상품 구성, 홍보 방법 등 직접 고객과 대면해보지 않으면 몰랐던 것들이죠. 만약 카페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했다면 팥콜릿은 사람들에게 잊혀지게 됐을지도 몰라요.”

한 대표는 유명 SNS를 기반으로 영세업체들의 온라인 판매를 도와주는 플랫폼으로부터 입점 제의를 받게 됐다. 이는 한 대표가 레드로즈빈을 지금의 규모로 키우는데 큰 발판이 됐다.

“자체적으로 만든 온라인 몰에서 1년에 1건 팔까 말까했던 터라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꺼려지기도 했어요. 그러나 선입금 후주문·생산 시스템으로 운영돼 영세한 업체에게도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온라인 플랫폼과 손을 잡고 판매키로 했죠. 그 때 동지 스페셜로 참여했었는데 560세트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게 됐어요. 이후 10차례 연속으로 1000세트를 완판하는 기록도 달성했어요. 마침내 사람들에게 팥콜릿이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죠.”

“온라인 플랫폼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한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조금씩 오르게 됐어요. 이를 좋게 본 유명 백화점에서 얼마 전 연락이 와선 서울 명동에 있는 본점에 입점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더라고요. 팝업스토어도 아닌 진짜 매장으로요. 감사한 마음으로 해당 백화점 본점에 당당히 입점했어요.”

한 대표는 요즘 하루하루가 매우 행복하다고 했다. 2·3년 전만 해도 알아봐 주는 이 하나 없었는데 최근엔 팥콜릿을 알아보는 고객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레드로즈빈을 사랑해 주는 고객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한 대표는 따뜻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팥콜릿의 시작은 위로라고 생각해요. 당뇨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한 마음으로 팔콜릿을 만들었으니까요. 어머니를 사랑하는 제 마음이 담긴 팥콜릿 덕분에 어머니가 위로받고 힘을 얻어 건강해지셨다고 굳게 믿어요.”

“요즘 사람들은 따뜻한 먹거리를 잘 먹지 못해요. 단순히 음식의 온도가 뜨겁고 차갑운 게 아닌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며 만든 집밥처럼 정이 담긴 먹거리를 접하기 어렵죠. 그래서 팥콜릿과 같은 따뜻한 먹거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요. 딸이 어머니를 위로하고픈 마음을 담뿍 담은 팥콜릿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위안이 되는 따뜻한 먹거리가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