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대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집착에 가까운 행보가 끝내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위험수위까지 넘고 있다. 규제의 완성판이라고 할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확대와 주택 자금조달계획서 및 증빙 제출대상을 각각 대폭 넓힌데 이어 지분적립 아파트 시행방침까지 발표되면서 마치 사회주의 식 부동산 정책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앞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등에 대한 구역 확대, 대출규제 강화, 전매제한과 다양한 거래규제, 징벌적 징세 및 세제혜택 배제 등에 대해서는 집값을 잡는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나마 명분이라도 통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주거불안이 더욱 가중되자 부랴부랴 도입·시행한 임대차3법 역시 서민들을 골탕 먹이고 있는 중이지만 명분이 있었다.

 

이들 부동산 정책 모두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통제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됐음을 정부는 아직도 간과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고 있는지 절실히 알고도 남을 상황임에도 그렇다. 이를 오히려 모른 척 하면서 사실상 안면몰수 식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흉악하다고 할 정도로 대단히 나쁘다.

 

급기야 정부는 악수의 악수를 넘어 국민의 심장을 도려내는 일까지 벌이려 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사회주의 통제 식으로 부동산을 국유화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게 할 국면이다. 모든 거래를 단돈 1원까지 자금출처를 들여다보는 현미경 식 관리를 넘어 초강력 통제권까지 역대급으로 시행해 온 마당에 아예 지분형 방식을 통해 개인의 부동산 주인으로 국가나 공공기관이 나서겠다는 발상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달 말 주택구입시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 의무제출 대상을 사실상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모든 주택거래로 대거 확대하는 강수를 또 띄웠다. 나아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전역은 자금출처 증빙자료까지 세세하게 제출하지 않으면 집을 구입할 수 없게 했다.

 

자금조달계획서 의무제출을 해야 하는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은 지난 6월 정부가 서울·경기·인천은 물론 대전과 청주 등 지방까지 확대했었다. 투기과열지구도 경기·인천지역에서 미세지역까지 상당수 확대하고 대전을 추가했다. 마치 이번 조치를 염두한 사전 포석을 둔 듯한 섬뜩함마저 든다. 정부의 집값잡기 역주행 현상이 벌어진 고공행진 지역이 국가관리의 타깃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전 지역과 지방까지 확대된 주택매매 자금흐름이 국가 통제에 온전히 들어갔다.

 

이들 지역에서 주택가격 3억원 이상만 제출하도록 했던 자금조달계획서를 거래 전량 의무화 하면서 부자-중산층-서민의 모든 거래가 정부의 시야에 잡히게 됐다. 특히 서울시민들 전부와 수도권 대부분은 주택구입시 자본시장의 꽃인 주식거래자금 등 공개하고 싶지 않은 내밀한 증빙까지 내야 한다. 2000만 시민 대부분의 개인별 금융흐름 전반을 국가가 훤히 들여다보는 상황이 만들어 졌다.

 

집부자를 잡겠다는 정책의 대실패가 오히려 모든 국민의 부동산 자금흐름을 국가가 통제하는 기회를 얻은 역설적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초강력 국가 설계는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왜곡하면서 매매물량이 사라지는 거래절벽을 부추겨 집값을 올리는데 기여하고 있을 뿐이다. 주거안정이 극도로 불안해지자 정부·여당은 집의 노예로부터 해방시킨다고 선언하면서 임대차3법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하는 최악의 악수를 재차 두었다.

 

이 조차 임대인과 임차인 간 시장의 질서를 국가설계에 두겠다는 국유화 발상과 다르지 않다. 그 반대급부로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절벽은 물론 전세가 전멸하다시피 하면서 계약기간 만료 후 미래시세가 거래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면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각종 뒷거래가 성행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의 가격조정 경제효율이 떨어지면서 임대인·임차인 부동산 거래 총합의 주거비용 효율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국민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국민적인 부동산 정책 반발에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는 끝내 ‘지분 적립 아파트’라는 위험한 제도의 도입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안을 보면 입주시 지분 25%를 취득하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20~30년 장기간 지분을 획득하는 방식이어서 언뜻 부담 없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 MB의 보금자리주택 분납형 임대아파트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공기업의 막대한 자금부담을 국가와 지자체가 대신 참여해 해결할 대안이 독소조항으로 담겼다. 국가나 지자체가 평생 주인자격을 갖는 준 국유화 구조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방안이 나왔었지만 실제 계약자가 단 27명뿐이었다. 이번에 나온 지분형 임대주택과 유사한 방식이었지만 참담한 실패를 맛 봤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도 남다른 우리 국민만의 부동산 인식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국민 개개인의 ‘평생 내 집 마련 꿈’은 자신의 이름을 주인으로 분명히 하는 일로 완결된다. 과거에는 상징적으로 문패의 이름이었고 지금은 등기부상 소유주 이름이 그것이다.

 

이런 ‘내 집의 의미’에는 인생의 성공방점이라는 자존감의 완성, 만약에 있을지 모를 불행한 사태나 사고에 대한 보험 성격, 죽을 때까지 지키지 않으면 안 될 최후의 노후자금 등이 생명의 역동처럼 치열하게 내재돼 있다. 한국인의 집은 단순히 주거공간을 넘어 삶의 진한 무게와 인생의 영혼이 송두리째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국민임대주택이나 영구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을 위해 성공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꿈도 궁극적으로는 주거안정을 넘어 자신의 이름을 주인으로 건 내 집 마련이다. 이런 한국적 특수상황을 무시한 채 오로지 주거안정만을 본 부동산 정책이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 이유다.

 

집값을 잡아 실수요자 중심의 주거안정을 시키겠다는 취지와 명분은 좋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완전히 달라 완벽히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것이 급하다. 최근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면 여전히 환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 참담하고 안타깝다. 앞으로도 정부의 전 방위 통제가 날이 갈수록 집값을 더 올리고 전세대란을 확산시켜 의도와는 반대결과가 나올 것이 뻔하다.

 

실로 심각한 사안은 사유재산 침해 수준의 통제로 가고 있는 국면이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를 송두리째 흔드는 전조증상이다. 부동산발 시장기능이 경직되기 시작하면 자유시장의 긍정적 기능을 기막히게 탄 대한민국 세계 수출 6위라는 대위업과 10위권 기적의 경제대국의 기저가 심각하게 흔들린다. 자칫 모든 것이 허물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시그널이 부동산 정책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자유시장과 그 시장에 기반한 재산권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통제하면 아무리 공공성이 강한 정책이라고 해도 위헌소지가 높다.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될 경우 공공성 자체가 무의미하게 전락한다. 공공성을 통치의 금과옥조로 내건 채 극단으로 그것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저주의 모습에 가깝다. 이는 절대 넘지 말아야 할 마의 벽을 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이라도 반드시 유턴을 하지 않을 경우 끝내 사유재산 통제라는 개헌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비극의 길을 가고 만다. 이미 헌법 제13조 소급입법으로 인한 재산권 박탈 상황을 국민이 체험 중이다. 이후 수순은 제23조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돌아올 수 없는 외진 길로 가는 일이다. 그 개헌을 당위성으로 착각하는 자가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돌이킬 수 없는 국민적 비극과 국가 불운이 동시에 들이 닥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