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간 선택은 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이 답이죠”

“본격적 미·중 패권다툼에서 트럼프가 바이든 보다는 적임자”

박선옥 기자(sobahk@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11-03 00:05:11

지난달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일본·인도·호주 등 아시아 동맹국들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의 확대되는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한국 방문 예정이던 일정도 취소되면서 이른바 ‘한국 패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외교를 내세우는 한국 외교의 위상과 이와 관련한 한반도 안보문제에 관해 외교·안보 전문가인 이용준 자유아시아연구원 원장(전 외교부 북핵대사)를 모시고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는 한국이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쿼드 회의에 배제된 것이 아니라 한국이 참여를 원치 않았다고 본다면서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때 동맹국이기를 한국 스스로 거부하는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진=최원우 기자] ⓒ스카이데일리

Q.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장관이 최근 우리나라가 배제된 채 일본·호주·인도 외교부 장관과 쿼드 회의를 가졌습니다. 쿼드에서 한국이 배제된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선 미국이 한국을 쿼드에서 배제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배제된 게 아니라 스스로가 참여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쿼드를 확장한 쿼드 플러스(+)에도 당연히 들어가야 할 후보국가 중 하나인데, 현재까지는 한국 정부에서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부정적인 입장을 이미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쿼드 플러스에는 합류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입니다.”

“유럽에서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NATO라는 한 덩어리로 묶여 있는데 아시아는 각각의 국가가 미국과 1:1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모두 개별적인 동맹 관계를 맺고 있지요. 미국이 이것을 유럽처럼 묶어서 NATO 같은 하나의 커다란 동맹체제를 만들려고 하는 게 현재 계획인데요. 아마도 이제 쿼드와 쿼드 플러스가 향후 미국의 아시아(국가) 전체의 동맹체제의 기본적인 틀이 될 겁니다. 따라서 이 동맹체제는 현재 개별적인 미국의 동맹국뿐만 아니라 인도나 베트남처럼 미·중 대결에 있어서 미국 편에 보다 가까운 나라들을 폭넓게 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이미 미국의 동맹국인데 현재의 태도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동맹국이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지요. 그래서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앞으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미래 문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영향이겠지요.”

Q. 문재인 정부 들어서 미국·일본을 멀리하고 친북·친중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인데도 현 정부가 아주 눈에 띄게 친중·친북적인 정책 성향을 띠고 있는데 이것은 국가안보나 경제적 측면의 고려라기보다는 집권층의 이념적인 성향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국가안보 면에서나 경제적인 실리 면에서나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 그리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굳이 중국이나 북한을 선택할 만한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는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Q.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해야한다면 안보와 경제의 측면에서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십니까?

“현재 한국 정부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양다리 외교 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평상시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재처럼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일입니다. 만일 한국이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여러 방면에서 볼 때 당연히 미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안보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이 미국에 남아 있는 이유는 한·미동맹 때문입니다. 북한이나 중국이 한국을 6·25 때처럼 침공할 경우 군사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 한·미동맹이 필요한 거지요. 그런데 우리가 미국과 결별하고 중국을 선택해 중국과 군사 동맹을 맺으며 북한의 군사적인 침공에 대비한다는 그런 시나리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이 나서서 우리를 보호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고 그럴 가능성도 전혀 없지요.”

Q. 안보에서는 그렇다 해도 경제적 실리 측면에서도 중국에 무게를 둘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까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중국과 관련해서 경제적 측면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안보상으로 미국이 필요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인정하지만 경제적인 측면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없이 중국 편을 든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그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앞으로 미·중 패권 다툼이 좀 더 본격화된다면 20세기 미·소 냉전시대처럼 단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대결이 아니고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의 대결이 될 겁니다.”

“현재로서는 미국 진영에 속한 나라에는 일본, 유럽의 NATO와 EU 국가들,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이 포함될 수 있겠지요. 중국 진영은 현재로서는 러시아, 북한, 여기에 더 한다면 이란, 파키스탄 정도가 들어갈 거예요. 세계가 이 두 진영 간의 대결이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 간의 선택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 경우 한국의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어느 편이 유리한가를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우리가 중국을 포기하고 한국 경제를 살릴 수는 있어요. 반대로 중국을 선택하는 대신 미국, 일본, 모든 유럽 나라와 호주, 캐나다, 인도, 베트남까지 포기한다면 한국 경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같은 양다리 걸치기 식 외교는 조만간 현실적으로 지탱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겁니다.”

▲ 이용준 전 대사는 미·중 패권대결로 ‘디커플링’이 일어나면 안보적인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이 미국 진영에 남아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

Q. 만일 세계가 미·중 중심의 양 진영으로 나뉘게 된다면 무역 등 경제적 교류는 각자의 진영 내에서만 이뤄지게 될까요?

“요즘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이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EPN)’를 추진하는 게 그런 움직임의 시작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요. 과거 냉전 시대에는 미국 진영과 소련 진영 사이에 무역이나 여행 등 아무런 교류가 없었습니다. 현재 미국 학계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디커플링은 냉전시대같이 두 진영을 완전히 가르겠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중국 진영과는 무역이나 거래, 기술협력 등도 하지 않고 따로따로 살겠다는 거예요. 과거 소련의 경우 진영 내 국가 간의 무역을 통해서 경제가 완전하게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중국 경제는 이미 자족적인 경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들을 숙주로 삼아 뿌리를 박고 그곳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경제 발전을 해 나가는 나라입니다. 만약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이 중국으로부터의 무역을 차단한다면 중국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중간재를 생산하는 국가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서 다시 일본, 미국, 한국 등에 수출하는 방식의 무역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더욱 첨단의 기술을 가진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의 나라로부터 그것을 사서, 혹은 첨단 소재를 직접 수입해서 가공해 중간재를 만들 중국이 그것을 수입해 마지막 소비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역 체제가 디커플링 되면 대체로 중국은 미국 진영의 나라들에 물건을 판매할 수 없어요. 따라서 한국으로부터 소재를 수입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수출할 곳이 없으니까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던 반도체, LCD 등도 수입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한국은 더 이상 중국과 무역할 일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Q.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이 경제를 중국에 의존한다는 것도 의미가 없어지겠군요.

“그렇지요. 그러니 지금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겠다는 논리의 모순점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지요. 미·중 간의 경합이 매우 심각해져 디커플링이 일어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만일 한국이 중국 진영에 속해 있다면 중국과 같은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미국, 일본, 유럽 등과 무역을 하지 못할 거고, 중국에조차 수출할 것이 없는 거지요. 중국의 경제가 유지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만약 미·중 디커플링이 심각해지는 상황이 온다면 안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미국 진영에 남아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것보다 중국에 수출하는 게 훨씬 더 많죠? 그런데 미·중 대결이 심각해져서 완전히 진영 간의 대결로 들어가더라도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수출품목이 그대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갈라서게 된다면 중국 경제는 몰락할 것이고 한국도 더 이상 중국과 무역할 것이 없어지게 됩니다.”

Q. 미국 대선이 임박했습니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서 본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각각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어떻게 다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미국 정권 교체 때마다 보셨겠지만 한반도 안보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특별히 큰 차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주한미군 문제, 북한의 핵 문제나 인권 문제 등의 사안에 있어서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굳이 차이점을 말한다면 공화당은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또 전통적으로 한반도의 군사안보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은 정당이고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기 때문에 공화당에 비해 북한의 민주화, 인권 문제 등에 훨씬 관심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은 군사안보에 관심이 없고 공화당은 인권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건 아니죠. 이번 미국 대선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건 간에, 앞으로의 한·미 관계와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한국 정부가 앞으로 대중국 정책과 대북한 정책에 있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미국과 어떠한 협력을 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한·미 협력 관계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면, 여러 학자가 전망하고 있듯이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처럼 김정은과 직접 협상할 가능성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회가 더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봐요. 김정은과 미국 대통령이 직접 협상을 하건 안 하건 어느 쪽이 한국의 안보에 더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Q.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미·중 패권 대결에 관한 전망과 장기적으로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선거의 중요성은 한반도 문제보다는 미국 대선이 미·중 패권 대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 또 그 결과에 따라서 한국에 어떤 안보상의 영향을 미칠 것이냐, 이것이 가장 큰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미 양자 간에도 안보 현안들이 있지만 미·중 패권 대결에 비해서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만약에 미·중 패권 대결에서 미국이 패배하고 중국이 승리해서 세계의 슈퍼파워(정점)가 되는 일이 생기면 한국이나 미국의 동맹국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한국은 엄청나게 심각한 위협과 영향을 받게 되죠. 그래서 이번 미국 대선은 물론 미국 국내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저 개인적으로 봤을 때, 국제정치적으로 중요한 건 이번 대선이 앞으로 4년간 미·중 대결을 이끌어갈 미국 쪽의 지휘관을 뽑는 선거라는 점입니다. 이 지휘관으로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4년간 미·중 대결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가 결정될 것이고, 그것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요.”

Q. 그렇다면 미·중 패권 대결을 놓고 볼 때,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더 잘 해나갈 것이라고 보십니까?

“미·중 대결을 함에 있어서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더 적임이냐.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선거 당시에 하는 이야기와 선거 이후에 하는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 바이든은 대중국 관계에 있어서 대결과 협력을 병행하겠다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거 오바마 정부나 1990년대의 클린턴 행정부와 똑같은 접근방법입니다. 그런 정책 때문에 지금까지 중국을 제어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미·중 패권을 위해서라도 애매한 대응을 하고 있는 바이든보다는 미국에 올인하고 있고, 앞으로도 올인하겠다는 결의가 강한 트럼프가 조금 더 적임자가 아닌가 합니다.”

[이용준 자유아시아연구원 원장]

△ 전 외교부 북핵대사

△ 전 주이탈리아 대사·주말레이시아 대사

△ 문화일보 초빙 저널리스트

△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

△ ALPS 행정사무소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