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가이드로 실력 키워 연 100억대 가수됐죠”

30년 이상 가수 활동한 테크노 트로트의 창시자

정동현 기자(dhjeo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11-05 00:05:07

▲이박사(사진)는 1989년에 데뷔한 이래로 본인만의 독창적인 음악장르인 테크노 트로트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가수이다. 그는 1995년 일본에서 인기를 누리고 2000년에 국내로 돌아와 ‘몽키매직’, ‘영맨’ 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사진=최원우기자] ⓒ스카이데일리

“어린 시절에는 서예를 하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먹고사는 일을 찾다 보니 현실적인 직업을 생각하다가 어릴 때부터 남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 추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래서 가요나 경기민요, 록 음악 등을 배우면서 가수의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중간에 관광 가이드를 하기도 했지만 그때도 노래를 부르면서 흥을 돋우는 일을 좋아했지요. 지금까지도 가수로 활동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저의 음악으로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면 가수로서 최고의 영광이 아닌가 생각하죠.”

11월 어느 오후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 역에 위치한 한 녹음실에서 만난 가수 이박사(본명 이용석) 씨는 화려한 의상만큼 환한 표정으로 스카이데일리 기자일행을 맞이했다. 그날은 9일 방송되는 KBS 프로그램 ‘생생정보’의 촬영이 진행된 날이기도 했다. 이 씨가 들려주는 그의 음악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인생사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이 씨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가수 중 하나다. 당시 젊은 세대에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면서 CF, 방송, 공연, 음반 등에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잘 나가던 시절 불의의 다리부상을 입게 되면서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대중에 잊히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어릴 때 다양한 음악 장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남사당패를 했던 아버지, 경기민요를 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우연한 기회에 경기민요를 배워 ‘창부타령’이라는 민요를 잘 부르는 편이죠. 지금은 민요를 잘 부르지 않아서 잊어버리긴 했지만 젊은 시절에는 정말 많이 불렀던 기억이 나요. 이후 록 밴드에 들어가서 기타를 연주하면서 딥 퍼플,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음악인들의 팝송을 자주 부르기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군 제대 이후에 생계를 위해서 20대 중반부터 30대까지 관광버스 가이드 생활을 10년 넘게 하게 됐죠.”

이 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가요를 시작해 신동 소리를 들었고 15세 때 록 음악에 심취했다가 부모님을 통해 경기민요를 접하는 등 다양한 음악을 배웠다. 그리고 19세의 나이에 트로트, 소위 뽕짝의 길로 들어섰다. 관광버스 가이드로 일한 11년간 관광객들에게 안내와 함께 노래도 불러주면서 가수의 길을 꿈꾸게 된다.

“젊은 시절에 10년 이상 관광 가이드 생활을 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제가 사랑하는 일이었고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일에 대한 보람도 많이 느꼈죠. 또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가수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어요. 그때 오랜시간 차를 타야 했었는데 손님들이 심심하면 안 되니까 저 또한 많은 고민을 하다가 제가 잘하는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수천 곡의 가사를 다 외우다시피 했었죠. 그때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 군’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이 박사’라고 불렀어요. 제가 지금 활동하는 가수 이름인 ‘이박사’라는 이름이 그때 불렸던 이름이기도 해요.”

31년간 가수로 활동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 추구하며 인기 누려

▲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씨는 갑작스런 다리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몇년 간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건강을 회복해 신곡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할때가 정말 행복하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팬들을 만날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이 씨는 1989년 앨범을 내면서 정식 가수로 활동하게 된다. 그는 어린 시절 경기민요를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노래 중간 중간에 독특한 추임새를 넣어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때 만들어진 자신만의 개성이 현재까지도 ‘이박사’하면 먼저 떠오르는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그는 ‘신바람 이박사 Vol.1’을 출시했다. 기존 고속도로 뽕짝과는 사뭇 다른 노래로 테이프 판매량 100만장 이상을 기록하는 놀라운 인기를 얻게 된다. 이 인기의 여파로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며, 그 이후 19개의 앨범을 냈고 앨범마다 큰 인기를 얻어 고속도로에서 말 그대로 신바람나게 앨범이 팔려나갔다.

“데뷔했던 1989년에는 가요 메들리를 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앨범당 1000만장 가까이 팔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죠. 1990년에 오아시스 레코드사와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가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고 처음에는 실패했다가 1992년에 직접 작사‧작곡을 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았어요. 1995년에는 일본 소니뮤직과 계약을 맺으면서 일본으로 진출을 하게 됐죠.”

이박사와 그를 돕던 매니저 측은 1995년 일본 진출을 기획한다. 일본의 모 인디 레이블을 통해 일본 진출 가능성을 점쳐보려 했는데 그의 음악 샘플을 들었던 사람 중에 운 좋게도 소니 뮤직 대표가 있어 쉽게 앨범을 내고 일본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그의 인기는 엄청나서 팬클럽도 생기고 일본의 큰 공연장에서 공연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일본에서 싱글앨범을 냈는데 100만장 이상 팔리고 일본 부도칸 경기장에서 전석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어요. 100번 넘게 콘서트를 진행했고 일본에 팬클럽도 생겼어요. 그 당시에 인기도 많았고 수입도 엄청났죠. 도쿄대학교에서 한국의 트로트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2000년에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앨범을 냈어요.”

이 씨는 테크노와 EDM을 결합한 노래를 만들면서 트로트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는 평소 빠르고 신나는 음악을 좋한다며 좋아하는 선배 가수인 나훈아, 남진의 음악을 젊은 시절에 자주 따라부르기도 했지만, 록 음악을 하는 김경호, 윤도현을 좋아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기성 트로트 가수들과 다른 본인만의 음악을 추구하면서 최근 젊은 층에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제 음악의 매력은 사람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거예요. 시금치에 참기름이 들어가는 음악 같은 느낌의 ‘락뽕’이라고 할 수 있죠. 정통 트로트도 아니고, 정통 민요도 아니고 록은 더욱 아니고 여러 장르가 섞여있어요. 실제로 제 음악을 들어보면 독특하게 느끼는 지점이 있을 거예요. 세월과 역사는 흘러도 근본과 뿌리는 후배들에게 버리지 말라는 조언을 자주 하죠. 예술은 길고도 멀다. 예술은 내 친구이고 음악은 내 애인이요, 노래는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2000년대 초반 그를 대표하는 곡인 ‘몽키매직’ ‘영맨’ 등의 곡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이 씨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10~30대 젊은 세대에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게 된다. 한 곡에 1000만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면서 그 당시에 벌어들인 수입이 1년에 최소 100억원 이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누구보다 바빴고 한창 잘 나갔던 이박사에게도 힘든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왼쪽 다리 부상으로 인해 2년간 예정됐던 공연이 전부 취소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가수활동으로 벌었던 수익이 많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인생은 60부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인데 그 당시에는 60세만 넘으면 장수하는 그런 시절이었는데 지금 100세 시대이니 다른 곡을 만들어 봐야겠죠. ‘평화의 나라’는 북한 공연을 갔다 오는 배에서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직접 만든 곡이고, ‘야야야’는 부상에서 회복해서 복귀하면서 발표했던 곡이라 기억에 많이 남죠. ‘영맨’과 ‘몽키 매직’은 일본에 있을 때 제가 부른 앨범에 수록된 곡을 직접 작사하고 편곡해서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때 만든 곡이죠. 그 곡들이 히트를 치면서 CF나 공연도 정말 많이 했네요. 지금도 제 히트곡을 말하라고 하면 ‘영맨’과 ‘몽키 매직’ 두 곡이 평생 잊지 못할 곡이에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제 곡을 많이 사랑해줘서 감사하죠.”

▲ 몇년간의 공백기를 깨고 오랜만에 발표한 신곡 ‘술이 웬수다’로 컴백한 가수 이박사는 이 곡이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의지로 만든 곡이라고 밝혔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미스터 트롯’으로 시작된 트로트 열풍에 대해 물었을 때 이 씨는 정말 재밌게 본 프로그램이고 도중에 탈락한 사람들도 다 실력이 뛰어난 프로였다고 칭찬했다. 특히 류지광의 보이스가 기가 막혔는데 본인과는 다른 저음이 매력적이라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후배라면서 김호중, 나태주와도 기회가 된다면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미스터 트롯’의 TOP6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도 눈여겨봤고 젊은 시절의 모습이 생각나 시청하면서 응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술이 웬수다’라는 신곡을 발표했다. 이 곡은 현대인들에게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주는 술과 돈을 주제로 한 곡으로 이박사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이 담긴 노래이기도 하다. 이번 신곡은 디스코풍으로 멜로디가 동요와 비슷해 일명 ‘동요뽕’이라고 불린다. 중간에 멜로디가 동요처럼 들어간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등 구전가요 멜로디를 차용한 것도 재미있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는 그만의 의지를 나타낸 곡이다. 그는 최근 복면가왕 출연을 계기로 앞으로 예전처럼 팬들 앞에 다시 설 기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0년에 코로나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올해 들어오는 행사나 축제가 대부분 취소돼 정말 답답한 시간을 보냈네요. 최근에 ‘복면가왕’에 출연했는데 정말 재밌었고 시청자들과 주변 반응이 괜찮았어요. 저의 팬들이 오랜만에 방송에서 볼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고 말해줘서 또 기회가 된다면 방송에 자주 나오고 싶고 지역 축제나 행사가 많이 들어와서 예전처럼 활발히 활동해서 제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요. 앞으로 열심히 가수활동을 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