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형식적인 마케팅과 실속 없는 이벤트로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일명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제품 할인율 등으로 대다수 소비자들이 행사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정부와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지원하는 행사다. 1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1633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특히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는 의류, 가전, 화장품 등 소비재 제조업체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이에 참여업체들은 다양한 할인 행사와 각종 사은품과 경품 이벤트 등을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할인 행사 맞나…소비자, 코세페 체감 못해 “정기 세일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한창 진행됐던 13일 기자는 쇼핑의 메카라고 불리는 명동을 방문했다. 명동 거리는 금요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했다. 전체적으로 명동 거리뿐만 아니라 주요 백화점들도 코리아세일페스타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분위기로 코리아세일페스타 현수막만 펄럭이고 있었다.

 

특히 백화점에선 층층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현수막과 홍보배너를 통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할인율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LG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맞아 이달 한 달 간 특별전을 개최해 행사모델 구입 시 최대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행사 모델인 사진 속 ‘LG 퓨리케어 360°’ AS300DNPA는 183만원으로 다음 쇼핑하우 가격비교에 따르면 10일 기준 최저가는 111만5420원이다.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게 더 저렴했으며 특히 코리아세일페스타 이전인 8월 15일엔 온라인 상에서 111만4990원에 판매됐다.

 

LG 트롬 스타일러는 역시 7월에 183만원에 판매 중이었으나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에도 가격은 동일했다. 정가가 69만9000원인 항아리 모양의 발뮤다 가습기는 7월 당시 49만9000원에 할인 판매 중이었으나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엔 오히려 정가 그대로 판매 중이었다.  

대다수 소비자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봄·여름·가을·겨울 정기 세일 때와 특별히 다를 바가 없으며 오히려 업체별 할인 행사가 더 저렴하다고 입을 모았다.

 

명동 거리에서 만난 전민경 씨(23·여)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80~90% 정도 세일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때만을 기다리며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한꺼번에 구매하기도 한다”며 “블랙프라이데이를 생각하고 명동에 쇼핑을 하러왔는데 도대체 무엇을 싸게 판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명동의 탑텐 매장에서 쇼핑 중이던 강동우 씨(29·남)는 “세일할 때 옷을 한꺼번에 왕창 사는 스타일이라 옷을 구매하러 왔다”며 “지난달 탑텐에서 ‘텐텐데이’ 전품목 1+1 행사를 해서 옷을 여러 벌 샀는데 코리아세일페스타땐 오히려 할인 행사가 없어서 그때 더 쟁여둘 걸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만난 주부 김영자 씨(53·여)는 백화점 가격과 온라인 가격을 직접 비교해보고 있었다. 김 씨는 “친구가 얼마 전에 밥솥을 홈쇼핑에서 저렴하게 사길래 나도 살까 했지만 곧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를 한다길래 안사고 기다렸다”며 “그때 밥솥을 샀어야했는데 차라리 추석 때 카드할인 받아서 사는 것이 더 싸게 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중국 ‘광군제’와 대비…‘코세페’ 실효성 도마 

소비자 기대에 못미치는 코세페 할인행사는 백화점 뿐 아니라 여러 오프라인 유통매장도 마찬가지였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CJ올리브영은 코리아세일페스타와 중국 광군제에 발맞춰 1일부터 15일까지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전개했지만 할인이 적용되는 제품은 한정적이었다.

 

더욱이 일부 제품은 오히려 코세페 이전에 온라인에서 진행됐던 할인행사 가격보다 비쌌다. 올리브영에서 판매중인 제품 중 기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도 있었다. 에스쁘아 ‘워터 스플래쉬 선크림’으로 용량은 60ml, 가격은 1만8000원이다. 지난달 1일 위메프에서 같은 제품을 본품 60ml에 증정품 60ml까지 더해 120ml를 1만2373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코세페 기간보다 오히려 더 저렴한 가격에 동일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해당 제품은 올리브영에서 ‘SALE’이라는 표시와 함께 1만5300원에 판매 중이었고 에스쁘아 공식 홈페이지에선 정가인 1만8000원에 증정품 20ml를 증정해 판매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는 높은 할인율과 대대적인 할인행사로 소비자들이 신뢰를 가지고 그 때만을 기다리며 소비를 한다”며 “이에 반해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데도 불구하고 저조한 할인율이나 기대를 저버리는 세일로 소비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온라인에서 팔고 있는 가격보다 저렴해야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앞서 5년 동안도 소비자의 신뢰를 쌓지 못했는데 올해도 이런 식으로 진행한다고 하면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왜 개최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