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도 자산, 어떻게 계발·성장시킬지 스스로 찾아야”

“위험분석과 복리효과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것이 중요”
“사모펀드 사태는 드러나지 않은 위험요소들이 마땅히 드러난 것”
“경제위기 때마다 핵심적인 문제는 고용, 코로나 이후 불확실성 증가”

김유진 기자(yj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11-17 00:05:42

▲이연정 씨**(사진)**는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결국 중요한 것은 복리효과를 이해하는 것과 위험을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서종민 기자] ⓒ스카이데일리

“은행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사실 전 분석적인 성격보다는 감성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어요. 또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해서 그런 점에서 은행원이 제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투자에 실패한 경험으로 공부하다보니 재무분석을 하게 됐어요.”

도서 <인생자산, 사람·금융·투자 이야기>(인생자산)의 저자 이연정 씨는 실업계 고등학교 야간부를 나와 일하면서 성균관대학교 회계학과를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은행원으로 일하는 도중 투자에 연이어 실패하는 쓰라린 경험을 얻었다. 그는 자신이 투자에 관해 매우 무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제대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는 국제재무분석사(CFA)에 도전했다.

이 씨는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재무학 석사과정을 마친 후 국제재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그는 서울은행 및 하나은행 국제업무부, 경영기획팀, 업무지원팀, 경영관리부, 압구정 PB센터, 홍콩지점 등에서 근무하면서 금융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가 2019년 초 퇴직해 ‘도서출판 봄비’를 설립하고 자신의 은행업무경험에서 얻은 지식과 은행의 실태를 알리고자 도서 <인생자산>을 냈다.

“결국 투자는 본질에 관한 개념이해를 제대로 해 스스로의 판단을 가다듬으며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복리의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위험분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금융상품 투자는 위험관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 중요한 판단은 본인이 할 수 있어야 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는 교육이 금융 교육의 기본적인 목표겠죠. 거기에 더해 부자가 될 수 있다면 더 좋겠고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로 표현하듯이 투자에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어요. 투자의 성과는 위험을 잘 관리하고 이용한 것에 대한 대가이므로 위험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금융 시장은 투자의 기회도 많지만 위험도 많은 곳이다. 그런데 투자를 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위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를 하고자 할 때는 위험은 무엇인가를 확인해 최악의 경우 수용이 가능한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관리를 하면 되는지 등을 확인한 후 투자해야 한다고 이 씨는 말한다.

“평생 모은 재산이나 퇴직금 등을 한번에 날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대수익 이면에 있는 위험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성장의 기울기를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한 교육, 즉 복리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위험과 복리효과에 대한 이해를 갖춘 다음 가장 소중하고 잠재력이 많은 자산, 즉 ‘나 자신’을 포함해서 내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잘 계발하고 성장시킬 것인가 하는 방안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죠. 획일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 없어요.”

“최근의 사모펀드 사태는 예견된 사고… 드러나지 않은 위험 요소 아직도 많아”

▲ 이연정 씨**(사진)**는 실업계 고등학교 야간부를 나와 일과 병행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나섰다. 미국에서 재무학 석사를 거쳐 국제재무분석사를 취득하고 국내 금융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간 후 그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관련 저서를 내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이 씨는 일반 은행원으로 입행해 특수영업부, 외환업무부, 국제업무부, 경영관리부를 거쳐 마지막에는 자산관리사(PB)로 일했다. 끊임없는 공부와 도전을 통해 업무의 영역을 넓힌 것이다.

“가장 일하면서 즐거웠던 때는 도이치뱅크 직원들과 근무할 때였고 경영관리부에서 예산 담당 책임자로 있을 때 업무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책임감과 함께 많은 보람을 느꼈던 때라 매우 재미있었어요.”

이연정 씨는 40대에 일리노이 대학 재무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PB영업직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고객의 전담 자산 관리인으로서 고객의 자산과 투자 능력을 고려해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 고객의 자산 성장을 돕는 것인 줄 알았던 일이 실제로는 많이 달라서 실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은행은 수수료 수입 확대 방안으로 투자상품 판매 업무가 주를 이루는 자산관리업무를 확대해왔다. 그런데 은행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업무는 본격적인 취급 역사가 20년도 되지 않아 은행의 간부들은 금융투자상품을 직접 다뤄본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개인 자산관리, 즉, PB영업의 선두 주자였던 하나은행은 고객들의 금융 자산에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2007년에 PB제도 개편을 시도한 적이 있어요. 당시 은행장은 PB영업 인력을 일반 영업 직원과 분리해 투자 전문 인력으로 육성했죠.”

“하지만 2008년에 PB제도 개편안이 없던 일이 됐고 위험관리에 대한 고려 없이 판매에 중점을 둔 PB영업이 자리 잡게 됐어요. 심지어 2015년에는 전 직원의 PB화를 선언했고 PB영업을 총괄하는 수장이 금융투자업무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판매사들은 PB들에게 판매 목표를 부여하며 압박했고 PB들은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자산관리자가 아니라 본점에서 판매를 지시한 상품을 무조건 많이 판매해야 하는 판매원에 불과했던 거죠.”

이연정 씨는 2013년에 개별주식 연계상품을 정기예금처럼 판매해 고객들이 많은 손실을 입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예상했던 PB영업과 다른 방식으로 금융투자상품 판매가 이뤄져 일을 하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펀드 투자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자금 운용을 맡기는 것이죠. 펀드 판매사는 고객에게 펀드를 추천할 경우 자금을 넘겨줄 곳이 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인지 철저하게 심사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어떤 펀드든 대형 금융회사를 통해 일반 대중에 판매되려면 수년간에 걸쳐 펀드의 운용 능력과 위험관리 시스템이 검증돼야 하는데 당연히 PB영업을 관장하는 금융회사는 제대로 된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담당 임원은 전문가여야 하죠.”

그러나 고객들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금융회사의 영업 목적에 의해 PB고객으로 분류돼 판매 목표를 달성의 희생양이 되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맞춤형 펀드라 불리는 사모펀드를 고객과 연결할 때는 운용사에서 제시하는 펀드의 투자 전략을 확인해 그 전략이 타당한지, 제시하는 기대 수익률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관련 위험은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해요.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확인 방법은 개인의 과거 투자 이력이죠.”

“지금은 금융회사들이 위험관리만 전담하는 조직을 두고 자사의 자산에 대해서는 정교하게 위험을 관리하고 있어요. 하지만 고객이 맡기는 자산에는 자산 규모보다 과도한 이익 목표를 내세우고 선취 수수료 취득을 위해 펀드 교체가 빈번한 경우가 많아요.”

경제위기 때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 코로나 이후 대면을 통한 서비스업과 영세업체가 큰 타격 받아

▲이연경 씨**(사진)**는 항상 경제적인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고용 관련된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대면을 통해 거래되는 서비스업과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

대부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 보수도 좋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출발하기를 바라는데 이러한 직장은 공기업과 대기업이 대표적이고 대개 대규모 공채를 통해 신규사원을 채용하므로 채용시장에서 큰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신규 사원들이 교육을 받고 업무를 습득해 온전히 제 몫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공채는 기업이 당장 필요한 인원을 충원하기 위해 인원을 채용하기보다는 미래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일정 규모의 인원을 계속 채용하는 시스템이다. 이 씨는 불확실성이 큰 사회에서는 이러한 채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당장 필요한 인원이 아니기 때문에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어요. 기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용을 늘릴 이유가 없는 것이죠. 한국의 IMF 시절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시기였는데 이후 공채 인원 규모가 갑자기 대폭 축소됐어요. 이후 정규직이 소수 정예화됨에 따라 이전에 비해 취업문이 매우 좁아졌죠.”

“금융위기 때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기에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폭락했지만 공포감이 사라지면서 주식시장이 빠르게 회복됐고, 불확실성이 큰 기간이 길지 않았기에 채용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현재 우리 사회는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채용 실무상의 어려움, 정보 혁명의 파급효과 등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이 씨는 취업 준비가 치열하고 장기화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우리나라는 노동 시장이 매우 경직돼 있어서 실력이 출중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져요. 실력을 쌓아서 더 나은 곳으로 옮긴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출발점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죠. 좋은 출발점은 경쟁이 치열하기에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어려움도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젊은 후배들을 위해 이 또한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