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 간 부분 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번 파업은 16일 열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 이전에 임시 대의원 대회를 통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지엠 노조는 전반조와 후반조 근로자들 모두 4시간씩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노조 간부들은 부분 파업 마지막 날인 20일부터 철야 농성에 돌입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진행해 온 잔업과 특근 거부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 과정 중 지난달 30일 이후 총 12일 간 부분 파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에도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단행했고 6일과 9~13일에도 파업을 강행한 바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파업에 나선 곳은 한국지엠 노조가 유일하다. 한국지엠 노조는 “미국 GM 자본과의 총력 투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투쟁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한국지엠 사측은 제21차 입단협 교섭에서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으로 총 800만원을 나흘 간 지급하는 방안 등을 최종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인천 부평2공장에 신차 생산 물량을 배정하는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이미 배정된 차량의 생산 일정만 일부 연장할 수 있다고 맞섰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도 18~19일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어 쟁의 행위를 위한 조합원 찬반 투표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차의 올해 임단협은 9월 제6차 실무교섭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르노삼성차는 이미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을 얻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조합원 찬반 투표만 통과하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기아자동차도 언제든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등 3곳이 아직 올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 노조가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고 르노삼성차와 기아차가 합법적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을 확보하는 등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파업 우려가 증대되면서 이들 업체의 임단협 교섭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임단협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임단협 난항에 따른 노조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는 부품 협력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국내 자동차 업계 전반의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부품 협력업체들 역시 임단협을 끝내지 못한 완성차 업체 3개사의 실적 부진이 협력사에게 더 큰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고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1·2차 협력업체 중 많은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임단협 문제가 조기에 종료되지 않는다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들은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고 부도에 직면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