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채택됐던 김해신공항 추진안이 문재인정부에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득을 보기 위해 급격한 계획 변경을 추진하는 것 같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김수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검증위) 위원장은 17일 김해신공항 추진안 최종 검증 결과 “김해신공항 계획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백지화나 다름 없다.

 

김해신공안 추진안은 2016년 박근혜정부 당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된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4년간 김해신공안 추진안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말 총리실 검증위를 출범시키며 사업 철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증위는 “검증 과정에서 비행절차 보완 필요성, 서편유도로 조기설치 필요성, 미래수요 변화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범위 확대 등 사업 확정 당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던 사항들이 확인됐다”며 “국제공항의 특성상 각종 환경의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획 수립시 경운산, 오봉산, 임호산 등 진입표면 높이 이상의 장애물에 대해서는 절취를 전제해야 하나 이를 고려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법의 취지에 위배되는 오류가 있었다”며 “산악의 절취를 가정할 때는 사업 일정, 저촉되는 산악 장애물이 물리적, 환경적으로 절취가 가능한지, 허용되는 비용범위를 초과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신공항 추진안이 결국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가속화할 특별법도 준비하고 있는 등 여권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김해신공항 추진안 백지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관되게 김해신공항 확장에 문제가 없다고 해왔으나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득을 보려고 무리하게 변경 추진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중요한 국책사업의 변경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무리나 불법이 있으면 다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업 변경이 적절한지 반드시 따져보는 단계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역시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지키지 않은 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김해신공항 추진안 백지화와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년 6개월 전 검증을 시작할 때, 누가 내년에 보궐선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 했을까. 일부에서 내년 보궐선거를 의식한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왜 하필 보궐선거를 앞둔 지금 발표하느냐는 시각은 결과적으로는 검증결과를 발표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총리실 검증위 분과별 검증이 얼마 전에 정리됐고 법제처 유권해석이 지난 주에 나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