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4일 제 23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하면서 “존경하는 의장님,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며 일본 정부의 신임 총리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의 이름을 별도로 언급했다.

 

現 정부 출범 이후 사회단체도 아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도 높은 반일주의를 선동하면서 지난 70년간 견실히 쌓아왔던 외교, 안보, 국방,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사실은 차치해 두더라도, 정작 세계를 이끌어 간다는 G20 국가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역행하듯이 노골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선동하던 그의 입에서 “스가 일본 총리님 반갑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만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

 

그 이유는 그가 한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 할 대통령이라는 ‘5년 임기제 선출직 공무원’으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망각한 채 오직 자연인으로서 개인의 편협한 역사관과 21세기에 걸맞지 않는 빈약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사념(邪念)을 가지고 국가의 안녕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강박 관념 수준의 반일주의를 선동하던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아주 단순하게 정리해 보자. 총리 한명이 바뀌었다고 나라가 바뀌었는가? 그것도 수천 년간 끊임없이 단일 ‘천황’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말이다. 특히 일본은 패전 후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잘 받아들이고 정착시킨 국가로 정치적으로도 與野를 떠나 국가의 이익을 위한 국가 정책의 방향성은 큰 변화가 없는 국가이다.

 

최상위권의 선진국 총리 한명이 바뀌었다고 나라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문 대통령의 순진무구한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지금의 일본은 그가 알고 있는 일본과는 다를 것이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8월 15일 쇼와 천황(昭和 天皇)의 무조건 항복으로 일본의 제국주의를 이끌었던 정치인, 군인들은 모두 전범재판을 받고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미군 군정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일본’이라는 점에서 애당초 그의 반일 선동과 같이 일본을 적대시할 필요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는 좌파 정치 그룹들이 그토록 선동했던 것 자체가 시대 착오적일뿐만 아니라 논리의 ‘패러독스(Paradox)’에 빠지는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8월 7일에는 대통령이 중소기업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UN의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진행하였던 일본의 ‘전략물자의 최종 사용자(End User) 확인’ 절차와 관련한 합법적 반도체 소재 수출통제 조치를 비난할 목적으로 뜬금없이 “임진왜란 때 일본이 가장 탐을 냈던 것도 우리의 도예가와 도공이었다”고 언급한 것은 국민을 대상으로 반일주의를 직접 선동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정작 일본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고조선, 고구려, 백제, 고려를 차례로 직간접적으로 멸망시키고 수많은 기술자들과 예술인들을 강제로 끌고 가고 식민지로 삼아가며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중국은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잠시 생각해 보자. 문 대통령은 왜 그 많은 것들 중에 하필 도자기를 예로 들었을까? 그 도자기 얽힌 역사의 한 줄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2019년 6월 말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G20 정상회의’ 차 일본의 오사카를 방문했으며 이때 일본 도자기 명문가인 심수관(沈壽官)의 15대 심수관인 ‘오사코 게이키치(大迫惠吉)’로부터 ‘사쓰마 난화도 백자 접시’를 선물로 받게 된다. 이보다 이전인 2004년 12월에는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규슈 가고시마(鹿兒島)을 방문했던 노무현 前 대통령 내외도 회담 이후 심수관을 방문했었다.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문재인 現 대통령이었다. 그는 아시다시피 비서관 이후 민정수석을 거쳐 비서실장까지 역임하였다. 그러한 관계로 인하여 그는 그 누구보다 심수관의 역사에 대해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심수관은 정유재란 기간 중 포로로 잡혀간 도공 ‘심당길(沈當吉)’이 ‘가고시마(사쓰마) 현’에 정착하여 만든 일본 도자기의 명문가를 말한다. 심수관은 후계자가 이어가는 ‘습명(襲名)’이다. 이 심수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자기 명문가로 도자기를 모르는 사람들도 부지불식간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이름이기도 하다. 15대 심수관인 ‘오사코 게이키치(大迫惠吉)’은 2019년 6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자기를 선물한 이후 얼마 안 있어 9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 오사코 게이키치가 생전에 남긴 일화 중 하나를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1974년 어느 날 61, 62, 63代 일본 내각총리대신을 지낸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가 규슈(九州) 미야마(美山)에 위치한 심수관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이 자리에서 그와 격식 없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한다. 아주 놀라운 사실은 사토 에이사쿠가 자신의 가문도 오사코 게이키치와 마찬가지로 조선에서 넘어 온 ‘도래인(渡来人)’의 후손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특히 사토 에이사쿠의 친형으로 대한민국 근대화에 실질적 도움을 많이 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라는 굉장히 유명한 정치인이 있는데 그 역시 56, 57代 내각총리대신을 지낸 바 있어 형제가 연속적으로 총리를 5번 할 만큼의 영향력 갖춘 일본 내 정치 명문가이다. ‘기시 노부스케’ 前 총리의 사위는 일본 정치인 중 대표적 친한파 인물로 알려진 ‘아베 신타로(安倍 晋太郎)’ 前 외무대신이며, 이 ‘아베 신타로’의 아들이 바로 최근까지 일본의 총리를 역임했던 ‘아베 신조’ 이다.

 

아베 신타로 역시 2006년 10월 6일자 일본 ‘슈칸아사히(週刊朝日)’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문도 10세기경 ‘발해國’에서 넘어 온 ‘도래인’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다시 말해 아베 신타로도 한반도에서 넘어온 도래인 가문, 아베 신타로의 부인도 조선에서 넘어간 도래인 가문, 즉 한반도인의 후손들이라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2001년 12월 23일 아키히토(明仁) 천황은 68세 생일을 맞아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나 자신으로서는 간무 천황(50대 천황, 781∼806년)의 생모(生母)가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紀)’에 기록돼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실제 9세기 초에 편찬된 일본의 역사서 ‘신찬성씨록’에 따르면 당시 일본의 수도와 인근 지역의 유력 가문 중 30%가 한반도에서 넘어 온 ‘도래인’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2013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일본인의 23%, 전체 한국인의 27%가 동일한 DNA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과연 한국에게 있어 일본은 어떤 나라이고 한반도의 국가들과는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어떠한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또한 어쩌면 그 뿌리가 같을 수도 있는 일본에 대해서는 무엇이 그토록 깊은 반목을 쌓게 만들었는가?

 

사실 110년 전 국가 간 전쟁도 없었으며 일본제국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일본 엘리트 계층조차도 강력 반대를 했었던 가난한 농경주의 국가 조선과 체결한 1910년 한일병합조약(韓日倂合條約)과 그후 35년간의 병합 체제에 대해 문정권은 끊임없이 선동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정작 지난 수천 년간 수없이 많이 한반도를 침략하고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던 한반도인을 살해하고 약탈하고 포로로 끌고 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에 대해서는 시진핑(習近平)이 주장한 ‘중국몽(中國夢)’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충성 맹세까지 하는 현실이다.

 

불과 70년 전의 일로서 110년 전의 한일 병합보다 더 최근의 역사로 온 국토가 쑥대밭이 되고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6.25 전쟁의 경우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략과 개입만 없었더라면 이미 한반도는 1951년부터 자유민주주의체제의 단일국가를 유지하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친중 좌파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한반도의 통일은 정작 그들이 추종하는 중국에 의해 실패한 것이라는 것을 왜 모르고 있는가?

 

 

1592년부터 시작된 임진왜란, 정유재란이라는 7년간의 동북아 국제 전쟁이 끝난 후 1607년 일본의 정권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강화 요청과 함께 양국 간의 외교관계를 다시 정상화 시키고자 포로로 끌려간 약 10만여명의 조선인 송환에 합의했고, 이에 조선은 총 3회에 걸쳐 ‘회답겸쇄환사(回答兼刷還使)’를 파견한다.

 

그런데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한다. 포로로 끌려간 조선인들 중 대부분이 조선으로의 복귀를 거부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전체의 10%도 안 되는 8482명(일본 기록 6323명)만이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왜 그랬을까?

 

비록 7년간의 전쟁을 거치면서 바다 건너 포로로 끌려오긴 했으나 일본은 철저한 신분제인 조선과는 달리 신분 차별이 미약한데다 일본인들은 오히려 조선인 포로들에게 차별없이 ‘정당한 임금’을 주고 일을 시켰으며,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陶工)과 같이 좋은 기술을 가진 조선인의 경우 그 대우가 더욱 좋아 현지에서 자수성가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심당길(沈當吉)’이란 인물로 일본 도자기의 명문가인 ’심수관(沈壽官)’은 그렇게 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초 심당길을 포함한 포로들을 데려 온 사쓰마의 번주인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는 나에시로가와(苗代川)라는 촌락에 집단거주하게 하면서 조선 출신 도공들에게는 ‘사무라이(武士, 조선의 양반 관료)’와 같은 대우를 하게 된다.

 

같은 시기에 일본으로 넘어 온 인물 중 ‘박평의(朴平意)’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유명한 ‘사쓰마 도기(薩摩陶器)’를 창시하였으며 일본인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가 살던 마을에 ‘사쓰마 도기 창조 박평의(薩摩陶器創造朴平意)’라는 기념비(記念碑)를 세웠다. 이후 그의 가문도 번창하여 일본 사회의 주류가 되었으며 후손 중 대표적으로 유명한 인물로는 태평양 전쟁 당시 외무대신이었던 ‘도고 시게노리(東郷茂徳)’가 있다.

 

도고 시게노리는 1945년 8월 초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이후에도 항복은 절대 없다며 전쟁을 계속 하려는 제국 군대와 강성 정치세력을 설득하고 무조건 항복을 이끌어낸 인물이며, 전범 재판을 받은 일본 고위층 28명 중 유일한 한국계 일본인이었다. 결과론적으로는 조선의 해방을 앞당긴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제기한 바와 같이 ‘왜 조선인들은 돌아오지 않았을까?’의 대답은 첫째는 일본에서의 좋은 대우, 둘째는 심각한 조선 사회의 병폐에 기인한다. 당시 작성된 「난중잡록」에 따르면 그 실상을 아주 잘 알 수가 있다. 1607년 조선과 일본 양국 정부 차원의 포로 송환 협상이 이루어지기 전인 1605년에 전란에 참여했던 사명대사 ‘유정(惟政)’은 사전 민간 차원에서의 송환을 위해 일본으로 직접 가서 1391명의 조선인을 데리고 부산항으로 돌아왔으며 데려온 인원들을 ‘통제사 이경준(李慶濬)’에게 인계하며 이들의 안위를 맡기게 된다.

 

그러나 정작 이경준 예하의 조선 관리들은 어린 나이에 포로가 되어 자신의 신분과 고향 조차모르는 이들을 자기들의 ‘노비’로 만들었으며, 부부 송환자의 경우 남편을 일본의 첩자라며 바다에 던져 죽이고 부인을 취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등 천인공노(天人共怒)할 금수만도 못한 일을 저지른다. 이러한 조선의 사회 분위기를 알게 된 일본 내 조선인 포로들은 대부분이 조선으로 돌아오지 않고 대우가 좋은 일본에 정착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조선 정부가 포로를 송환하려고 했던 근본적 이유는 전쟁의 희생양이 된 자국민에 대한 동포애가 아닌 오로지 500년 농경주의 사회에서의 ‘노비의 확충이 목적’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왜 조선은 국제무역이 활성화되고 서양보다 무려 191년이나 앞서 함포를 개발하고 실전에 사용할 정도로 국방과학기술이 발전되었던 고려와는 달리 상업과 과학기술을 천시하고 자국민을 노예로 만들며 소수의 사대부들만이 모든 이익을 가져가는 농경주의 사회가 되었는가?

 

그 근본적 이유는 철저한 중국 사대주의자들인 조선의 집권층들이 국가를 농경주의 국가로 전락시키고 자신들만의 사익을 보장받기 위해 도입한 사농공상의 철저한 신분주의를 내세운 성리학(性理學)에 있다.

 

지난 11일 중국몽을 예찬하는 現 대통령이 농업을 4차 산업시대의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에서 마치 중국 사대주의자들인 성리학자들이 선동으로 고려(Corea)를 멸망시키고 과학과 기술도 천시하며 조선을 500년 농경사회로 만든 그때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상상일까? (PartⅣ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