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예상 밖으로 길어지는 제한적 일상이 인내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위기 시 더욱 강해지는 특징이 있다. 위기 상황이라 할 수도 있는 시기지만 우리는 침착하게 거리두기를 하면서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문화도 실내활동은 제한적이지만 그 대안을 찾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예술은 치유와 소통을 위해서도 더 활성화되어야 하는 논리를 지상명제로 하고 있다. 문화는 장기로 갈수록 그 힘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거리두기가 필수인 요즘 공원 야외전 소식이 있다. 공원의 예술적 컨텐츠를 역설한 옴스테드(뉴욕 센트럴파크 설계자)의 이상과 언택트 시대 상황의 조우, 어쩌면 우리 시대 예술 향유의 한 대안이 아닐까. 물론 공원에서 야외전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인 바로 지금 모색할 수 있는 영양가 있는 대안으로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조각의 힘 - 언택트 시대의 소통과 치유」 (2020. 11. 17 – 12. 19, 일자산 잔디광장 및 강동구청 열린뜰)로서 ‘한국조각가협회’와 ‘조각페스타 조직위’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다.

 

 

조각과 설치 작품 총 26점으로 국내작가 24명, 외국작가 2명으로 구성되었으며, 강동구 일자산 잔디광장에 16점, 강동구청 열린광장에 10점이 포함되어 있다. 아트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출품작들은 모두 세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가 주민참여형으로 직접적인 접촉이나 사용 등의 향유로 작품이 완성되는 경우로 특히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 유형이다. 두 번째가 체험형으로서 전자만큼 직접적이고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관객과의 컨택으로 작품과 향유자가 서로 가치를 높이는 유형이다. 보통 앉을 수 있는 용도를 배려하거나 혹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공간적, 구조적 배려를 하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감상형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구상에서부터 추상, 설치 등의 매우 다양한 양식의 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우리 작가들의 기량과 감각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단연 돋보인다. 조각의 경우 가공할 에너지와 작가 정신, 스케일, 재료 등의 압도적 면모, 세련되고 기상천외한 조형 구현과 기술력, 특히 게임하듯 즐기는 작업 태도 등에서 장점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종종 예술은 게임화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마치 창작에 스포츠를 도입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열정적이고 치열하다. 많이들 간과하고 있지만 우리 조각이 높은 경지에 있는 데는 또 하나의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조각창작을 위한 유관산업이 잘 발달돼 있다. 협업 시스템은 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석조든, 주물이든, 판금 가공이든, 심지어 미디어 장치 제작 등 그 모든 창작산업이 비교 불가의 수준에 이르러 있다. 오늘의 예술가는 영화로 치자면 감독과 같은 것이다. 발상에서 제작에까지 제반 시스템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조율하는 마이스터이다. 외국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이 점을 대단히 부러워한다. 우리 작가들의 어떤 아이디어든 기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환경이 없으면 K아트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강동에서 열린 야외조각전 ‘조각의 힘’이야말로 도시 속 자연을 더욱 역동적으로 해석하고, 나아가 시민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통해 치유의 마법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우리 조각, 나아가 미술의 힘과 비전,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한마당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 코로나에 굴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열정적으로 흥의 한마당을 여는 우리 조각가들의 의지와 태도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