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털어 LF 지분 ‘차곡차곡’, 구본걸 물밑 승계작업 촉각

구본걸 회장 지분 100% 태인수산, 올해 들어 LF 지분 잇따라 매입
‘자본잠식’ 태인수산, 재무구조 열악…구본걸 회장, 사재들여 지분 확대
자녀 구수연·구경모, LF 지분 0.52%·0.13% 불과…지배력 확대 일환 무게

강주현 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11-26 16:40:23

▲ LF의 계열사로 공시된 태인수산의 설립배경과 사업목적, 행보 등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태인수산이 위치한 LF신관. ⓒ스카이데일리

최근 구본걸 LF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사기업 태인수산을 통해 LF 지분을 차곡차곡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인수산의 재무구조가 열악한 상황에서 구 회장이 사재까지 털어가며 LF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재계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태인수산은 LF지분 0.53%(15만4000주)를 소유하고 있다. 2018년 1월 설립된 태인수산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LF 지분이 없었다. 그러다가 4월에 LF지분 0.26%(7만6048주)를 사들였고 지분율을 차츰 늘려가고 있다.

태인수산이 LF 지분확보에 활용한 자금은 구본걸 회장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공시에 따르면 태인수산은 4월 LF지분확보 과정에서 구 회장으로부터 8억841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빌렸다. 10월에도 10억원대 현금을 빌렸다. 차입기간은 내년 3월 말까지다. 태인수산의 LF지분 취득자금은 차입금으로만 조성돼 있다.

이런 가운데 태인수산이 거듭 구 회장으로부터 돈을 빌려 LF지분 매입에 나서는 데는 특정한 목적이 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금융기관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구 회장이 직접 나선 배경엔 태인수산이 자금이나 지분 등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안팎에선 태인수산이 LF지분 확보에 나선 것을 두고 경영승계 포석에 나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태인수산 지분은 모두 구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구 회장이 비상장사인 태인수산 지분을 자녀들에게 넘겨줄 경우 구 회장 자녀들은 태인수산을 통해 LF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달 기준으로 LF의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42.63%에 달한다. 이 중 구 회장의 지분율은 19.11%로 특수관계자 지분율 절반에 육박한다. 구 회장의 자녀 구수연 씨와 구경모 씨의 지분율은 각각 0.52%, 0.13%에 불과하다.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해 LF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지분 매입이 불가피하다.

구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태인수산의 경우 따로 공시 등을 하지 않는다. 사업목적, 성격 등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많지 않다. LF가 해우촌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이라는 점 정도만 알려졌다.

다만 LF공시를 살펴보면 태인수산이 전형적인 부실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달 기준 태인수산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29억원에 달한다. 부채총액은 약 7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일반적으로 자본잠식은 기업이 거듭 적자를 내고 자기자본마저 까먹었을 때 발생한다. 태인수산의 수익성 및 현금창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LF지분을 매입하는 과정 등에서 거듭 차입에 나선 점도 재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 회장은 태인수산을 이윤추구 대신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나온다. 기업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LF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목적은 경영승계를 위한 용도라는 분석이다.

LF측은 태인수산의 설립배경 및 사업목적 등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주)해우촌을 보유하고 있다”며 별도의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해우촌은 조미김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2018년 7월 태인수산이 사들였고 인수가는 40억원대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는 LF가 해우촌을 통해 식자재·유통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태인수산의 등기상 사업목적도 조미김 가공업, 농수산물 유통업, 농수산물 가공업, 음식점업, 시장조사 및 경영상담업, 체인사업 등으로 명시돼 있다. 이곳의 등기이사는 김영인 사내이사가 유일하다. 김 사내이사는 LF 계열사 티에이치엔터테인먼트, 트라이본즈 등의 감사직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태인수산은 LF와의 거래가 없다시피 했다. LF가 태인수산의 재고자산 1600만원어치를 매입한 게 전부다. 올해는 거래액이 다소 늘었다. LF는 태인수산과 18억원 가량의 매출 등 거래와 6800만원의 재고자산 매입 거래를 실시했다.

등기부등본 상 태인수산의 사무실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LF신관 5층에 위치하고 있다. LF신관엔 태인수산 외에도 엘지패션이 입주해 있다. LF신관은 관계자 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등기상 태인수산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5층은 아침 시간대에도 커튼 등으로 가려져 있어 외부에선 내부를 살펴보기 어려웠다. 따로 간판 등이 걸려있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