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인들의 우리나라 부동산 구입이 많이 늘어났죠. 특히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그 주변에 땅이나 빌라 등을 사고 있어요. 얼마나 샀는지 세부적으로 조사해볼 필요가 있죠.”

 

스카이데일리와 만난 박진기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가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관련해 묻자 처음 꺼낸 얘기다. 박진기 교수는 오랫동안 국방 안보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동아시아 국제전략연구소(IISEA) 소장을 지냈고, 대학에서 국방사이버안보연구센터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최근 전방위에서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문화 분야에선 한복을 중국 것이라고 우기고, 어학교육을 빌미로 중국 공산당의 선전·선동 활동을 뒷받침하는 공자학원이 국내 20여개 대학에 개설돼 있는 상태다. 미래의 국가 안보와 직결된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우리의 미래 먹거리인 핵심 기술들이 곳곳에서 유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산업계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범국가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최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위협, 특히 산업과 사이버 보안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듣기 위해 박 교수와 만났다.

 

 

“중국의 경제침탈을 따지기 이전에 역사 인식과 문화 잠식부터 따져봐야 돼요. 역사와 문화 침탈 다음 순서가 경제 침탈이죠. 중국과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바라 봐야 해요.”

 

박진기 교수는 전문분야인 사이버안보와 기술 유출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역사와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족 중심의 중국이 수천년 동안 한반도에 있는 한민족 국가를 억압하고 침탈·착취해왔죠. 역사적으로 한민족에 가장 피해를 많이 줬어요. 굵직한 것만 따져 봐도 고조선은 한나라에, 고구려와 백제는 당나라에 멸망당했죠. 고려는 원나라에, 조선은 청나라에 침략을 당했고요. 하지만 사람들은 먼 옛날 얘기로 치부하죠. 그러면서 정작 일제강점기보다 더 최근인 6·25전쟁에서 피해를 준 중국에 대해서 신경을 잘 안 써요. 만일 중국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남북한이 분단되진 않았겠죠.”

 

실제로 1950년 10월 국군과 유엔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했을 때 중국은 의용병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인민지원군 병력으로 물밀듯이 쳐들어왔다. 1953년 7월 체결된 휴전협정문을 보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의의 김일성과 연합군 총사령관인 마크 클라크 대장의 서명 사이에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팽덕회·彭德怀)가 서명한 것을 볼 수 있다. 펑더화이는 6·25전쟁에서 세운 공으로 우리의 국방부장관 격인 국방부장에 원수 계급까지 오른 인물이다. 사실상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6·25전쟁에 개입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경제력에 바탕을 둔 문화 침탈과 종속을 우려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중국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아이돌 멤버 가운데 중화권 출신을 포함시켜 한국에서 데뷔시켰다. 문제는 이들이 K-Pop 열풍을 통해 인기를 얻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홍콩 우산 시위를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리는 등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엔터업계에서 좀 유명해진 아이돌들이 중국에서 돈을 버는데 그게 문화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BTS(방탄소년단)가 이번에 국민에게 중국의 민낯을 보여주는 큰 역할을 했죠.”

 

올해 10월 BTS는 한미 우호 증진에 공헌한 공로로 ‘밴 플리트 상’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리더 RM이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한국이 함께 시련을 겪었다는 수상 소감을 밝히자 중국 관영매체와 중국 누리꾼들은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전 세계 언론과 BTS의 팬클럽인 ‘아미’들의 비판을 받으며 ‘역풍’을 받았다.

 

“사람들이 홍콩과 대만의 문화와 중국의 문화를 섞어서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1980~90년대 주윤발이나 왕조현이 나오는 영웅본색 같은 홍콩 영화가 많이 유행했잖아요. 그런데 당시 홍콩은 중국이 아니라 영국이죠.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홍콩의 자유 민주주의 문화에서 나온 작품들이에요. 이를 중국의 문화로 혼동하면 안 되죠. 반면 공자학원의 경우 미국은 퇴출시키려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요. 이런 게 쌓여서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경제를 좀먹을 수 있어요.”

 

공자학원은 2004년 서울에 처음 생긴 이래 우리나라에 현재 20여개 대학에 개설된 상태다. 하지만 중국이 공자학원에 파견한 인력을 중심으로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과 민주화 운동 관계자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의혹이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엔 100여개가 넘는 공자학원이 설립됐는데 이 중 약 40곳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최근 중국의 인재프로젝트 ‘천인계획’에 참여한 카이스트(KAIST) 교수가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중국이 교묘하게 움직인다며 여러 가지 예를 들었다.

 

“본인이 모를 수도 있고 연구비 때문에 알면서 모른 척 했을 수도 있죠. 중국은 다른 나라의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제공하면서 기술을 빼내요. 중국의 BOE사(社)나 이노트론이 브로커를 통해 국내 인재들을 빼갔어요. 주로 삼성이나 LG, 하이닉스 등이죠. 브로커들은 점조직을 통해 움직이는데 이들을 추적하기 어려운 이유가 핸드폰은 대포폰을 쓰고 주소와 전화 이메일도 자주 바꾸기 때문이에요.”

 

BOE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제조기업으로 LG를 제치고 세계 LCD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회사다. 중국 최초로 플렉서블(flexible·구부러지는) OLED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트론은 중국의 D램 업체로 이 회사로 이직한 전직 임원에 대해 2018년 삼성전자가 법원에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적도 있다.

 

박 교수는 최근 중국이 외국인에 대한 과세율을 높이면서 연봉 3배를 받아도 국내에서 받는 것과 비슷해질 수 있다며 이직 유혹을 받는 사람들이 흔들리지 말 것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중국업체가 국내에서 받는 연봉의 10배까지 준다고 했어요. 작년쯤에는 3배 정도를 제안했죠. 이직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2, 3년 있다 ‘팽’ 당할 건데 10년치 월급이라면 나쁜 제안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토사구팽 당하고 재취업을 알아봐도 업계에서는 이미 낙인이 찍힌 상태죠. 중국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낭인으로 남는 경우도 있어요. 중국의 기술력이 올라가면서 아주 고가치의 기술자가 아니면 데려갈 때는 높은 대우를 해주겠다고 유혹하지만 결국 그런 처지에 빠지게 되죠. 과거같이 큰 돈을 벌지 못한다는 걸 명심해야 해요.”

 

실제로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은 최근 5년간 총 123건의 해외 기술 유출이 적발됐는데 이 중 3분의 2인 83건이 중국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여기에는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31건도 포함됐는데 예상 피해액은 20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박 교수는 기술 안보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제도적·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내 전기버스 업체가 중국업체와 보조금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예를 들며 산업 기밀 보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산업 보호도 역설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대부분 최저가 입찰제를 적용하죠. 이게 역효과를 일으켜요. 방위사업 분야에서는 조건충족부 평가를 하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이를 도입해야 해요. 중국의 침탈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거든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전략을 빨리 따라가는 자) 위치에서 퍼스트 무버(선두주자)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4차산업 혁명에 기반을 둔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국내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작용돼야 해요.”

 

그는 경제 전쟁에서 국정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사이버안전협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미국 같은 경우 9·11테러 이후 DNI나 CIA, FBI 출신들이 만든 PIC(Private Intelligence Company·탐정기업)가 2000여곳이 생겼어요. 이들은 일반 회사나 미국 정부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대행해주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법률과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죠. 국가정보원이 과거와 달리 4차 산업혁명 기술보호에 앞장서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과거의 일 때문에 막연히 꺼리고 있는데 사실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국정원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술유출 방지와 국가안보를 위해 고생하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국정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요. 국정원이 선진 정보기관으로 발돋움 하도록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죠.”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