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엔 상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만연해 있어요. 그래서인지 힘든 고민이 산재한데도 상담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죠. 그러나 첫 걸음을 내딛기가 어려워 그렇지 막상 상담을 해보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해법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이 상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건강한 삶을 위한 선택지 중 하나로 여겼으면 좋겠어요.”

 

최근 상담을 받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족 문제와 정신건강 문제로 상담을 받는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전 연령대에 골고루 분포하나 신체적·심리적으로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상담이 유독 빠르게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운영하는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의 지난해 청소년 상담 건수는 2019년과 비교해 31.6% 증가한 29만5000여건에 이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족 간 접촉이 잦아지면서 가족 문제로 상담을 받는 건수는 4만3185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보다 75.8% 늘어난 수치다. 정신건강 상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일상생활 속에서 가족 문제 등으로 상담을 받는 사람은 대폭 늘었으나 정작 상담을 받았다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상담을 받는다는 것에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전혜성 부모교육·가족문제 상담전문가다. 그는 상담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팁을 얻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아이 양육에 어려움 느끼는 부모 많아… 상담 통해 해결해주겠다는 포부로 도전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힘든 일 하나 없이 즐거운 것 같고 행복한 것 같고 마냥 밝아 보인다고요. 그리곤 자기자신만 힘들고 불행한 것인지 의심하죠. 그런데 우리 모두가 그런 고민을 하고 살아요. 남의 어려움은 찾아보기 힘들어도 자신의 어려움은 어떤 것보다도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돕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끙끙 앓고만 있지 말고 힘든 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공감을 통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부모교육·가족문제 상담전문가로서의 삶을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전 상담전문가는 처음부터 상담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좋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유치원 교사로 4년을 일했다. 그때 아이들의 부모와 상담할 기회가 많았다. 상담을 통해 아이들과 부모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도 됐지만 생각보다 많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당시에는 유치원 교사로서 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담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이에 전 전문가는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결혼 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상담 분야에 대해 공부했어요. 더불어 은사님의 추천으로 루돌프 어린이 사회성 발달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도 활동했죠. 향후 원활한 상담을 위한 자격증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MBTI 성격유형검사 전문가 자격증을 시작으로 각종 심리 상담사 자격증과 학교·가정·성폭력 예방교육 상담사 자격증 등을 취득했어요. 최근엔 상담을 통해 부부 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국제 공인 이마고(IMAGO) 부부 치료사 자격증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상담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전 상담전문가는 지인의 요청으로 부모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로서 아이를 양육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부모가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부부 간에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도 잦아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부모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런 만큼 육아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런데 직장 일을 핑계로 육아에 무신경하거나 가사 노동을 분담하지 않는 부모가 종종 있어요. 그러면 부모 둘 중 한 사람에게 오롯이 책임이 전가될 수밖에 없죠. 결국 독박육아, (즉) 가사노동을 맡은 부모만 육아라는 엄청난 무게의 짐을 감당해야 하는 거예요. 이는 그 부모를 지치게 만들고 외롭게 만들고 심지어는 우울하게 만들어요.”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와 좋은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종종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특정 상황에서 아이들을 생각한다고 한 말이 지나치게 날이 선 채로 전해져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든가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어색한 나머지 부모가 무뚝뚝하게 대꾸하는 거죠. 어떨 때는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겠다고 시작한 대화가 설왕설래하다 보니 싸움으로 끝나는 일도 발생해요. 이러한 상황 모두 육아에서 꼭 필요한 방법만 알면 당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일일 수 있는데 그걸 모르다 보니 가족 간에 문제가 발생하고 그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거예요.”

그렇게 시작한 전 상담전문가의 부모교육은 어느덧 부모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됐다. 강의가 끝난 뒤 실시하는 부모들의 강의평가마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를 좋게 본 야후코리아의 요청으로 야후코리아 임직원 중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부모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관악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이른바 ‘직장맘’(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어머니)과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부모교육을 실시했다. 또 과천시 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 가족전담상담사,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가사상담위원 등으로도 활약했다.

 

가족 문제 해결 위해선 전문가 도움 필요… 가정 지키는 해법

 

전 상담전문가는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수많은 부모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 문제가 꽤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부모교육을 통해 만난 부모 중 이혼을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이런 고민이 부쩍 늘어난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살펴보니 주변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 등이 내뱉은 말 한마디에 이혼을 쉽게 결정하는 거죠. 일부는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맹신하기도 하더라고요. 이혼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가족 문제를 부부 당사자가 직접 얘기를 나누고 고민해야 하는데 되레 남의 말만 듣고 결정한다는 게 참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상담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물론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는다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얘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응어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어요. 더구나 상담 분야에서 잘 훈련받은 상담전문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롭고 긍정적인 해법을 훨씬 빠르게 찾을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굳이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 문제를 해결하고 가정을 지킬 수 있는거죠.”

 

물론 전 상담전문가도 상담전문가로서의 삶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수많은 상담을 하면서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고민도 함께 해소할 수 있어 오히려 치유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상담전문가의 삶을 시작한 초기엔 그저 가족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참 맹랑한 생각이었죠. 상담이란 게 참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인데도 말예요. 그런데 상담을 하면 할수록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더군요.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과 대화만 나누었을 뿐인데 저 스스로도 치유되고 있었던 거예요. 상담이 제 인생을 바꾸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요.”

 

전 상담전문가는 사람들이 상담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비대면 상담에도 도전하고 있다. 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부터 육아 정보와 팁을 쉽고 간편하게 전해주고 싶어서다.

 

“기회가 닿아 ‘잇츠노멀’이라는 건강식품 브랜드와 손잡고 ‘노멀톡’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어요. 건강식품은 우리의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존재하잖아요.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선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멀톡을 통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을 서로 공유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또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상담이 진행되는 만큼 대면 상담을 꺼리는 사람들에게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전 상담전문가는 향후 더 많은 사람에게 상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협업을 더욱 늘려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가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매우 감사한 마음 뿐이에요.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쉬쉬하고 밝히길 꺼리는 사회 분위기에도 용기를 내 상담에 응해주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다양한 상담 통로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보다 쉽게 상담을 접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할 테니까요. 그것이야말로 가족 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을 상담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길이라고 믿어요.”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