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소유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기업 오너들의 부동산 재력에도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기업인 다주택자들도 불똥이 튈 경우를 대비해 미리 매각 혹은 증여를 서두르는 사례가 다수 포착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올해 신년사에서 ‘정도경영’을 강조한 SPC그룹 허영인 회장 역시 다주택자 딱지를 떼기 위해 부동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 등과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허 회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상지리츠빌카일룸 2차’의 한 호실을 부인과 공동명의로 소유 중이다.

 

해당 빌라의 준공일은 2006년 8월이다. 일반적으로 고급빌라·아파트들이 그러하듯 공급자가 개인에게 개별적으로 분양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호실은 공급면적 약 281㎡(85평), 전용면적 약 244㎡(74평) 규모다. 현재 시세는 약 65억원 가량에 형성돼 있으나 허 회장은 시세에 비해 다소 높은 금액으로 물건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됏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중개인은 “현재 아파트 호실은 공실이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허 회장이 70억대 후반에 매물을 내놓은 지 꽤 됐고 최근엔 값을 조금 깎아 75억원 정도에 팔아 달라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얼마 전까지 해당 호실에 거주하다 현재는 부인이 건물을, 본인이 토지를 각각 소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상지리츠빌카일룸2차’ 전용면적 244.32㎡(약74평) 호실의 최신 거래는 2019년 11월 4일로 64억5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허 회장이 내놓은 값과 10억5000만원 차이가 난다.

 

만약 이 호실이 팔릴 경우 허 회장이 소유한 주택은 제주도 서귀포시에 자리한 타운하우스 한 채만 남게 된다. 나머지 한남동 단독주택과 방배동 다가구주택의 경우 토지만 소유하고 있어 다주택자로 분류되진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꼼수 다주택자’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인이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종합부동산세는 개별로 부과된다”며 “매각이 될 경우 허 회장이 내야할 부동산 관련 세금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는 소유권을 인정받으면서도 공시지가는 주택과 비교해 매우 낮아 절세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회장이 선례가 돼 향후 비슷한 사례가 다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