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은 1989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선(善)’에 당선되며 연예계에 입문한 뒤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장윤정과 함께 KBS ‘토요 대행진’ MC를 맡았다. 이후 KBS1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털털한 성격의 황말숙 역을 제대로 소화하면서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이후로 ‘여명의 눈동자’ ‘두려움 없는 사랑’ ‘여자의 방’ ‘엄마의 바다’ ‘모래시계’ 등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 중 고현정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 준 드라마는 단연 1995년 방영된 SBS ‘모래시계’였다. 국내 드라마 중 역대 4위 시청률을 자랑하는 ‘모래시계’는 엄청난 몰입감으로 당시 ‘귀가시계’란 별칭을 얻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극 중 고현정은 카지노 대부의 외동딸이자 학생운동에 가담한 대학생 윤혜린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고현정의 결혼 전 마지막 작품이었다. 당시 고현정은 ‘모래시계’ 촬영 전 이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성공을 뒤로하고 은퇴를 선언한 고현정과 정용진 부회장의 결혼은 당대를 대표하는 톱스타와 재벌그룹 후계자의 만남으로 엄청난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슬하에 자녀 둘을 두었으나 2003년 이혼 절차를 밟으면서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고현정은 휴식기를 보낸 뒤 SBS 드라마 ‘봄날’로 복귀했다. 2006년 MBC ‘여우야 뭐하니’와 이듬해 MBC ‘히트’로 브라운관 복귀에 성공한 고현정은 2009년 MBC ‘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을 맡아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때 보여준 명연기로 이듬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SBS 드라마 ‘대물’에서도 대통령 서혜림으로 분해 2010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두 해 연속 대상 수상이라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후 ‘여왕의 교실’ ‘디어 마이 프렌즈’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등의 드라마와 영화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배우들’ ‘미쓰GO’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등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2012년 고현정은 SBS 예능 프로그램 ‘GoShow’의 진행을 맡기도 했는데 매주 영화 주인공 오디션 상황이라는 설정 아래 스타의 매력과 캐릭터를 재발굴하는 신개념 토크쇼로 화제를 모았다.

한편 고현정은 올해 방영 예정인 JTBC 새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 출연한다. 이 드라마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한 여자와 그 여자와의 만남으로 삶의 빛을 잃은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그로 인한 치정과 배신, 타락과 복수를 그린다. 고현정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주인공 희주 역을 맡았다. 가난하고 치열했던 젊은 시절을 보낸 희주는 현재 성공한 화가이자 에세이 작가다. 가난마저도 빛나는 장식품으로 보이게 만들 만큼 당당하고 곧은 성품의 한 여자를 만나며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극본은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KBS ‘비밀’과 ‘눈길’을 통해 섬세한 필력을 보여준 유보리 작가가, 연출은 2018년 제51회 휴스턴 국제 영화제 TV 스페셜 드라마틱 부문 금상을 수상한 JTBC ‘알 수도 있는 사람’의 임현욱 PD가 맡는다. 2019년 3월 종영한 KBS2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이후 2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고현정이 이번에는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대중의 관심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