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신축년 새해에도 코로나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또 다시 재정 지출을 위기 극복 카드로 꺼내 들었다. 재난지원금, 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해 얼어붙은 가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코로나 위기를 틈탄 정부·여당의 재정 지출 행보의 의도를 두고 의심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겉으로는 민생경제 회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정치적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금지원성 정책을 통해 4월 재보궐선거 및 차기 대선 등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해 초 코로나 창궐 이후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급속도로 커졌다. 코로나 발생지인 중국發 입국을 차단하지 않는 등 선제적인 방역 대책에 대한 미온적 조치가 결국 대유행을 낳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취임 초 8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코로나 발생 이후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민주당도 최저 38%를 기록하는 등 40%초반을 넘어서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3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발표했다.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한 4인 가족 기준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과 중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4대 보혐료 및 전기세 납부 유예·감면, 고용유지지원금 및 생계지원대책 확대 등을 약속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발표 이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4월 첫째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약 53%를 기록하며 반전에 성공했고 6월까지는 50%대 지지율을 유지했다.

  

총선압승 후 민주당은 공약대로 전 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국비 12조2000억원과 지방비 2조1000억원 등 총 14조3000억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처리했다. 총 2171만 가구 중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 등이 각각 지급됐다. 2차 추경 처리 후에 민주당의 지지율은 50%대를 회복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잠잠해진 민심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또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연이은 입법독주와 각종 권력형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에 대한 노골적 탄압, 부동산 정책 실정으로 인한 집값폭등 현상, 코로나 재유행 사태 등이 동시에 겹치면서 정부·여당을 둘러싼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 결과 YTN 의뢰로 실시한 12월 5주차 주간집계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전주 대비 0.1%p 하락한 36.6%, 부정평가는 0.2%p 오른 59.9%로 각각 집계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긍정평가는 최저, 부정평가는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도 29.7%로 30%대를 밑돌았다.

 

비슷한 시기 정부·여당은 또 다시 현금지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구랍 29일 정부·여당은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는 일반 업종에 100만원, 영업제한업종에 200만원, 영업금지업종에는 300만원씩 차등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3차 재난지원금을 순차적으로 지급 중이며 설 연휴 전까지 지급대상 90%에게 지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여당이 3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돌입했지만 민심은 여전히 싸늘한 모습이다. 정책 실정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11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4~8일 닷새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1.1%p 내린 35.5%(매우 잘함 19.1%, 잘하는 편 16.4%)로 또 다시 최저치 기록을 경신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으로 뒤졌다.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3.1%p 상승한 33.5%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0.4%p 하락한 29.3%에 그쳤다. 지지율 격차는 4.2%p로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또 다시 선별 지급이 아닌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 여론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코로나가 진정되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의 불씨를 당겼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이나 경제 부양의 당위성만이 아니라 지난 1년 간 코로나 가시밭길을 묵묵히 견뎌준 모든 국민에게 드려야 할 위로의 차원이다”고 호응하며 힘을 실었다.

 

21대 총선 당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톡톡히 누린 민주당을 중심으로 또 다시 같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론의 반응은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현금을 살포하는 행위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심지어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행위’라는 노골적인 비판도 나온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최유라(34·여) 씨는 “정부·여당에 대한 신뢰는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지 오래다”며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오는데 국민 혈세를 이용해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드러난다”며 “국민을 돈으로 조련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서구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동현(31·남) 씨는 “집값폭등 현상, 코로나 재유행 사태 등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이러한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다시 국민 혈세로 생색내면서 상황을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여 실망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벌게 해줘야 한다”며 “국민이 제대로 살 수 있게 해줘야지 무턱대고 혈세만 뿌리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신림역 인근에서 피트니스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남성은 “재난지원금을 받아봤자 죽는 것은 똑같다”며 “단지 살 시간을 조금 늘리는데 불과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하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며 “아마 대다수 국민은 ‘내가 낸 세금이 아까워 받겠지만 다음 선거 때 두고 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