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암의 ‘완전한 정복’을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의료계는 암세포의 전이를 막고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제약업계는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승카드인 우수한 항암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암은 인류를 위협하는 최대 적으로 자리매김해 있는 상태다.

 

보건복지부·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통계사업’을 통해 수집된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8년 신규 발생 암 환자는 24만3837명으로 전년(23만5547명) 대비 3.5% 증가했다.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8년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위암’이었다.

 

암은 비정상적인 세포 성장으로 인해 유발되는 질병을 말하는데 양성종양은 비교적 성장속도가 느리며 전이되지 않는다. 반면 악성 종양은 성장속도가 빠르고 신체 타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 우리가 싸우는 암은 이 ‘악성종양’을 말한다.

 

 

세포는 성장·분화·증식을 거쳐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죽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포 안팎으로 이뤄지는 ‘신호전달’ 과정이 필수적이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정상세포’는 이 같은 신호전달 과정이 적절히 활성화되고 적절하게 꺼지기 마련인데 ‘암세포’는 신호전달이 과도하게 전달되거나 계속 켜지거나 꺼지는 등 비정상적인 특징을 보인다. 때문에 정상세포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분화하거나 오랜 기간 체내에 남아 있다가 결과적으로 암을 발생시키곤 한다.

 

이 같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요법 치료제를 ‘항암제’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중 독가스로 사용됐던 겨자 가스(Mustard Gas)에 의해 골수가 감소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임파종에서 처음으로 화학항암제 치료가 시도됐다. 이후 DNA 합성에 필수적인 엽산 유도체나 대사 억제 약물이 개발됐고 이를 이용해 1951년 처음으로 고형성 종양에 대한 화학요법이 수행됐다.

 

당시를 기점으로 1세대 항암제는 ‘세포독성항암제’가 주를 이뤘는데 무분별하고 빠르게 분화하는 세포를 직접 공격해 항암효과 일으켰다. 그러나 골수 조혈모세포 등 빠르게 분화하는 특성을 가진 정상세포들도 공격받기 때문에 백혈구 감소, 탈모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표적항암제’는 흔히 2세대 항암제로 알려져 있다. 표적항암제는 세포 외부나 표면에 존재하는 표적부분에 작용하는 ‘단클론항체 계열’과 세포내부로 침투해 신호전달과정에 작용할 수 있는 ‘소분자화합물 계열’로 구분된다. 암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이나 특정 유전자 변화에 작용해 암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을 차단하는 게 특징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면서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쳤던 1세대와 달리 2세대는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고 정상세포에 작용하지 않는다.

 

다만 암 종류에 따라 다른 표적단백질이 사용돼야 하는데 같은 종류의 암이라도 모든 환자가 같은 유전자 변형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단점이다. 표적항암제는 사용하고자 하는 약제가 표적으로 하는 특정 유전자 변형이나 특정 단백질이 확인되는 환자에게만 사용될 수 있다는 맹점도 지니고 있다. 부작용들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간·피부·고혈압·출혈 등의 부작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2세대 항암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물 치료효과가 감소하는 ‘약물내성’을 보일 수 있다는 치명적 단점을 지녔다. 약물의 표적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표적항암제가 작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암세포가 표적과 다른 방법으로 증식하는 방법을 찾아내 내성이 생겨 항암 효과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1개의 표적항암제 단독 투여보다는 기존 1세대 항암제와의 병용 투여나 다른 기전을 작용하는 여러 표적항암제와 병용투여를 통해 내성발현을 최소화시키곤 한다.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선택적으로 암 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3세대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가 개발됐다. 면역항암제는 종양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 방식과 달리 인공면역 단백질을 투여해 면역체계를 자극시켜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형태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는 ‘T세포’와 ‘B세포’가 있는데 T세포는 종류에 따라 항원을 직접 공격하거나 B세포가 작용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B세포는 항원을 공격할 수 있는 항체를 분비해 항원을 제거한다.

 

암 세포는 면역세포(T세포)의 활성·기능을 억제할 수 있는 면역 관문을 갖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PD-L1’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T세포의 ‘PD-1’과 결합할 경우 T세포는 제 기능(면역)을 하지 못하게 된다. 면역항암제는 이 비활성을 막고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도와준다.      

3세대 항암제는 2세대 항암제와 달리 이론적으로 암 종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고 유효기능이 오래 지속돼 장기 생존율을 높인다는 강점을 지녔다. 1세대보다 부작용은 적고 2세대보다 내성 문제를 개선했지만 여전히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고 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다.

 

주요 제품으로는 MSD의 ‘키트루다’, 오노의 ‘옵디보’, 비엠에스제약 ‘여보이’ 등이 있다. 최근 한올바이오파마는 ‘대한민국 바이오투자 컨퍼런스’에서 암세포 대항 활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PD-1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항암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를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4세대 항암제 ‘대사항암제’가 주목받고 있다. 암과의 전쟁을 끝없이 이어오고 있지만 세대를 거친 항암제마다 ‘내성’이나 ‘부작용’ 문제가 걸림돌이 돼 왔다. 대사항암제는 암 세포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대사 작용에 관여해 대사량을 50%가량 낮춰 암세포를 굶겨 죽인다. 이 과정에서 일반 세포에게는 관여하지 않아 피해가 거의 없다.

 

국내에서는 가천대길병원 백정흠 교수팀이 대사항암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교수팀은 전이성 대장암 신약후보물질 ‘OMT-110’의 1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암세포가 정상세포와 다르게 세포 주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소모하는 것에 착안한 항암제다.

 

백정흠 교수는 “항암치료라는 것은 더 오래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 각종 부작용 때문에 환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점이다”며 “기존 독성항암제나 표적항암제에서 발견되는 부작용에 대해 염두에 뒀다. 아직은 개발단계에 있는 상황이고 1상 독성실험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다른 약들을 혼합해보는 ‘칵테일요법(병용요법)’으로 시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긴 하지만 그만큼 독성이 올라가 현재는 단일요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2a상에서는 단일요법으로 하되 향후 이상적인 병용요법 연구에 대한 고려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임바이오가 개발 중인 ‘NYH817100(스타베닙)’도 주목받고 있다. 하임바이오는 2016년 국립암센터·연세의료원 등으로부터 대사항암제 기술을 이전받아 신약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1상 진행 중이다. 목화씨 기름 유래 물질과 당뇨약으로 쓰이는 물질의 병용요법 형태의 약물재창출 방식 신약이다.

 

하임바이오는 암세포 에너지 대사에 ALDH(알데히드탈수소효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홍렬 하임바이오 대표는 “스타베닙은 거의 모든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특성을 바탕으로 이미 동물임상을 통해 효능이 검증됐다”며 “1상을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임바이오는 올해 1상 종료와 미국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대사항암제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마땅한 선두 그룹도 없다. 앞으로 글로벌 임상 결과들이 발표될수록 더욱 큰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며 “하임바이오는 올해 1상을 발표하는데 대사항암제의 한 축이 되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이한솔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