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9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이 부회장에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46.0%가 ‘과하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볍다’는 응답은 24.9%, ‘잘 모르겠다’는 7.5%, ‘적당하다’는 21.7%로 집계됐다.

 

지역별 차이도 있었다.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에선 ‘과하다’는 응답이 각각 60%와 55.9%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인천·경기 지역도 51.7%였다. 반면 광주·전라에선 ‘과하다’의 응답은 13%에 그쳤다. 이 지역에선 ‘가볍다’와 ‘적당하다’의 응답은 각각 35.2%, 36.2%로 집계됐다.

 

이념성향별 차이도 도드라졌다. 보수층의 65.6%가 판결이 ‘과하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중도층 역시 절반에 가까운 49.1%가 ‘과하다’고 했다. 반면 진보층은 40.6%가 ‘가볍다’고 응답했다. ‘적당하다’는 응답은 31.6%, ‘과하다’는 응답은 22.1%에 그쳤다.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과하다’는 응답은 세대별로 △60대(63.7%) △30대(53.9%) △50대(49.2%) △40대(42.0%) △20대(28.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편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1절 특별사면을 요구합니다’, ‘대통령님 이재용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요청드립니다’, ‘삼성 이재용 총수 집행유예 불구속 청원’ 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아가 대한민국을 빛내기 위해선 이 부회장에게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청원은 20일 기준 각각 4171명, 7123명, 3187명의 동의를 얻었다.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삼성이 리더의 부재로 경영이 조금이라도 뒤쳐진다면 몇 년 뒤에는 엄청난 경제 위기가 올 것이다”며 “이 부회장은 진심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이바지할 경영인인데 대통령님께서는 여론의 눈치를 보지마시고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지금 바로 사면절차를 진행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청원인 역시 “법원의 선고는 존중해야하지만 지금 코로나19로 국가 경제가 많이 어려운 시기에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이 부회장이 경제활동을 계속 이어나가 나라와 국민 모두를 살릴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 이 부회장의 사면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는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며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지 약 4년 만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지급한 뇌물 액수를 86억8000만 원으로 인정했다. 앞서 1심은 뇌물 액수를 89억원으로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만 2심은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은 86억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부회장의 남은 형기는 이미 치른 1년여의 구속 수감 기간을 제외한 1년 6개월 정도다. 향후 특검과 이 부회장이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할 경우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 재상고 기한은 선고일로부터 일주일이다. 그 기간이 지나면 이번 판결은 확정된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