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를 설립한 주요 목적이 개인투자자의 권익 보호인 만큼 모든 역량을 주식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데 매진하고 있어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700만명 정도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거둔다면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정부의 세수도 늘어 실물경제에 큰 도움이 되죠.”

 

국내 증시는 ‘코스피 3000’ 시대를 맞이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 지수가 1400대로 추락한 이후 엄청난 회복세다. 그 중심에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있었다. 이들은 기관·외국인투자자가 토해낸 매물을 받아내며 코스피 지수를 원상복구한 데 이어 신고가를 연일 갈아치웠다.

 

정부의 ‘공매도 금지’ 연장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주도하면서 ‘주식하면 인생 망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과거와 달리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거두고 있어서다. 다만 3월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이런 모습이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로 국내 증시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비영리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개인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2019년 10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개별 종목 모임 대표자 14명과 경실련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 발기인 총회를 개최하며 설립됐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를 필두로 ‘주식농부’로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고문, 경실련 간부들이 운영진으로 참여 중이다. 현재 이들은 주식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잘못된 관행들을 고쳐 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여의도에 있는 한투연 사무실을 찾아 구체적인 활동과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주식시장 주변을 둘러보면 이익을 본 사람은 극소수고 손실을 본 사람은 차고 넘쳤죠. 이런 부분이 궁금했어요. 개인투자자의 실력이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잘못된 환경이 있다고 생각했죠.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죠. 국내 주식 환경의 잘못된 관행을 제거해야만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좀 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정부가 나서지 않으니까 개인투자자들끼리 뭉치고 힘을 합해 권리를 스스로 찾고자 단체를 설립했어요.”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주식시장 내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원을 공매도 제도로 보고 있다. 공매도란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정 대표는 자금력과 신용도, 정보력 등 모든 게 부족한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 제도는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공매도 제도는 기관·외국인투자자에 쉽게 돈을 벌어다 주는 ‘마법의 손’이에요. 최근 한양대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3년 동안 공매도 투자 수익률이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투자 수익률보다 39배 이상 높다고 해요. (개인투자자) 필패의 근거이자 거의 착취 수준이죠. 어느 나라 공매도 제도가 거의 100%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하는지 금융당국은 반드시 벤치마킹 후 공매도 제도를 대수술해야 해요.”

 

“공매도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입히는 만병의 근원이에요. 쉽게 비유하면 공매도 세력은 여러 첨단 무기를 들고 싸우는데 개인투자자들은 맨손으로 싸우는 격이죠. 외환위기 당시 외국인 자본이 필요해 만들어진 공매도 제도가 지금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착화했어요. 만시지탄이지만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정부는 공매도를 1년간 금지한 뒤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공매도 존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정 대표는 공매도 금지의 순기능에 대해선 개인투자자가 모처럼 수익을 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코스피 지수 상승, 거래량 증가, 세수 증대, 기업가치 상승, 개인투자자 소득 증대가 소비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즉 주식시장을 둘러싼 모든 통계자료가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 공매도 재개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공매도 금지 이후 지금까지 경제지표가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요. 우선 코스피 지수가 크게 올랐고 증권거래세가 늘어남에 따라 국가 세수도 증가했죠. 그 다음에 돈을 번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지니까 실물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죠. 물론 국내 공매도 제도가 공정했으면 다른 나라처럼 재개하는 게 맞아요. 다만 현 공매도는 공정하고 거리가 너무 멀어요.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 간 균형이 잡힌 다음에 재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매도 재개에 대한 의견들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은 공매도 제도를 없애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일부 유출 가능성은 있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작년 상반기에도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오히려 순유입을 기록했어요. 사실 공매도를 위한 자금은 주로 투기성 단기 자금으로 주가 하락을 위해 사용되므로 고마운 자금이 아니에요. 오히려 유입되지 않은 게 국부 유출을 줄여서 도움을 될 수 있죠. 빠져나간 자리는 우리나라 유동성 자금이 메우면 충분하다고 봐요.

 

 

이달 초 금융위원회는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성자 제도 개선 등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진일보된 것으로 여기긴 하지만 아직도 공매도를 재개하기엔 부족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시장조성자 문제는 제도 개선해서 끝낼 일이 아니라 지난 5년 동안의 불법에 대해 철저한 검사로 일벌백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삼성증권 ‘112조원 위조 주식 사태’ 발생 이후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19년 상반기까지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또 은성수 위원장도 작년 말까지 하겠다고 해놓고 결국 올해 3분기 중 하기로 일정이 잡혔죠. 내용도 미진한 부분이 많아요. 공매도를 할 때 주식을 빌리는 기록을 예전엔 수기로 해서 실수도 많고 가짜로 만들어서 하는 경우도 있었죠. 이번에 그것을 전산화하겠다고 하는데 또 일부 수기가 가미돼 있더라고요. IT 강국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국내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정 대표는 시장 내 공정과 평등이 자리 잡지 못한 부분이 크다고 지적했다. ‘주식하면 망한다’ ‘주식은 도박이다’ 등과 같은 말이 고착화된 것도 공정하지 못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파생된 결과라는 얘기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가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게을리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봐요. 비유하자면 금액을 캐려고 주식에 투자하는데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늘 노다지를 캐고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죽음의 계곡’에만 빠지죠. 그렇게 된 주요 원인은 바로 공매도라고 생각해요.”

 

한투연은 국회에 계류 중인 소득세법 개정(대주주양도세 가족합산)에 대해서 극렬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가족합산이란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합산해 대주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으로 유지된 만큼 가족합산 조항까지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마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도라고 봐요. 핵가족 시대에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보유 주식을 합산한다는 것은 현대판 연좌제에 해당하고 개인정보 보호법 저촉 소지도 있으므로 반드시 폐지돼야 하죠. 부부 합산은 위헌이라는 판례도 있고 가족합산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면 상속·증여세는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설득력을 얻어요.”

 

정 대표는 단체를 이끌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초기에 회원을 증대하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국내 주식 역사상 개인이 단체로 뭉친 경험이 없어서다. 또한 다수의 주식투자자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것도 애로사항이었다. 현재 한투연의 회원 수는 2만2000명 정도이기에 700만명의 주식투자자를 대변하기 위해선 열 배 이상 회원을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아직 콘텐츠가 부족해서 많은 주식투자자가 스스로 찾는 사이트는 아니에요. 유용한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죠. 이제 설립된 지 갓 돌을 지난 신생단체여서 ‘맨 파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유능한 분들이 운영진과 자원봉사자로 오셔서 힘을 합해주기를 기대하죠. 명망 있는 분들을 모시기 위해 회장직은 설립 때부터 계속 공석이에요.”

 

올해 목표에 대해서 정 대표는 한투연이 ‘동학개미’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첨병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투연은 최소 6개월 이상 공매도 제도를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소규모 시위를 할 예정이다. 국민 여론조사도 준비 중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보완·개선하고 새로 만들어야 할 사안이 너무 많아요. 물론 한꺼번에 다 바꿀 수는 없죠. 다만 차근차근 걸어가되 개인투자자 승리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결코 멈추지 않을 거예요.”

 

[윤승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