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힘든 상황임에는 틀림없지요. 모두가 힘든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대고 안주하기 쉽죠. 하지만 코로나를 ‘취업난’이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찾으면 길이 보이기 마련이죠. 뻔한 정보가 아닌 대세가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요.”

 

코로나 창궐 1년, 우리 사회는 업계·분야를 막론하고 활동이 멈추거나 축소되는 등 제동이 걸렸다. 청년들의 취업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 실적이 예년 같지 않아 새로운 인력을 뽑는 데 부담도 크고, 면접 일정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예민한 상황이다. 취업을 위한 교육계도 상황이 좋지 않아 취업준비생들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스카이데일리가 취업 전략의 팁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나봤다.

 

구호석 가온누리 대표(49)는 개인과 업체를 대상으로 교육·전문 컨설팅 교육 분야에서 전략 총사령관으로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높디 높은 취업장벽에 막혀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전략가 역할을 맡았다. 구 대표는 학생들 앞에서 강연하는 ‘강사’와 면접 서류를 검토하고 완성해주는 ‘컨설턴트’ 경력도 있다. 현재는 사업을 수주하고 강사·컨설턴트를 섭외하고 사업종료 후 학생들 관리까지 총괄하는 PM(Product Manager)으로 일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좌절 말고 끝없이 두드리고 도전하라

 

코로나 ‘대(大)취업난’으로 많은 취준생이 벽에 부딪힌 암담한 상황이다. 구 대표는 상황에 굴복하지 말고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이승건 토스 대표의 사례를 들면서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이승건 대표는 서울대학교 치과의사 출신 타이틀을 접고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번번히 실패를 경험한 케이스다.

 

“이승건 대표는 동료들과 사업 아이템 구상을 위해 갖은 연구를 했으나, 결국 그 구상들은 이 대표 그룹의 생각이었을 뿐이라고 해요. 그는 잇딴 사업 실패를 겪고 나서 대세의 니즈(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막연히 가락시장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 하루 종일 앉아 ‘사람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업 아이템을 찾겠다는 것이었죠.”

 

구 대표 역시 코로나 여파에 사업이 휘청거렸던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창궐 이후 3~9월 수익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비대면 강연은 모두가 익숙지 않았던 때에 줌(Zoom)을 이용해 온라인 강연을 진행하면서 현재 사업은 사실 크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당시 줌 같은 비대면 영상강의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계속 부딪혀보고 밤새 두드려 보니 방법이 나오더라구요. 현재 취업준비생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자리에 앉아 뻔한 정보만 수집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원할 것 같은 정보를 수집하도록 방법을 바꿔야죠. 취업난이라면서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해요.”

‘뻔’한 자기소개서는 이제 그만… 나만의 사례 10가지 준비해두기

 

구직 단계에는 크게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가 있다. 비교적 작은 회사에서 유지하고 있는 ‘자기소개서’ 양식에는 ‘지원동기’나 ‘성장배경’ 등이 익히 등장한다. 기업에 지원하는 서류접수 창구에는 이 같은 익숙한 자소서 항목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왕왕 보이기도 한다. 구 대표는 성장과정 등에 휘황찬란한 삶의 일대기를 적시해놓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실 중요한 점은 면접관들은 그런 것을 절대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사실 면접자가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고 부모님에게 얼마나 효도하는지 등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에 들어와 어떤 역량을 펼쳐 줄 것인지에 대한 것이죠. 다양한 면접관의 질문에 적절한 사례를 들어 대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10개 정도의 사례를 준비해 놓고 있는 것이 중요해요. 단순히 ‘학생회장을 했었다’는 사례 수준이 아니라 ‘학생회장을 했었는데 어떤 일이 발생했고 어떻게 해결했다’는 스토리를 준비해야죠.”

 

구 대표는 자신이 컨설팅을 꾸려온 지난 10여년간 면접관들의 ‘취업트렌드’는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로 면접의 승자는 결국 면접관 개인의 마음에 들어간 사람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면접자를 대면해 온 면접관을 지루하지 않도록 만드는 이야기를 ‘단어’와 ‘사례’로 표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사담당자가 가장 많이 듣는 ‘뻔한 사례’는 무엇일까? 구 대표는 5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대학교 팀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물론 팀장 역할을 했고 팀원 간의 갈등을 잘 해결했다는 것 △어학연수·워킹홀리데이를 갔는데 문화적 차이를 K-문화로 극복하고 SNS로 외국인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글로벌 리더 △운영이 어렵던 동아리를 회생시킨 것 △남자라면 행군, 여자라면 국토대장정을 떠났는데 꼭 옆 사람이 쓰러지게 되고, 남자는 짐을 들고 여자는 부축해 도착지점까지 도달해 울면서 감동의 포옹을 하는 것 △아르바이트에서 남다른 업무역량으로 점장·매니저 직책을 제안 받은 것 등이다.

 

“보통 지원자들이 이 같은 사례들 안에서 작성을 하곤 해요. 이젠 이 패턴이 정형화돼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남보다 한발 앞서려면 독특한 사례를 준비할 필요가 있어요.”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사례를 소개할게요.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스페인 유학길에 올랐던 한 대학생의 사례예요. 이 학생이 현지에서 여권과 여비를 모두 도난당했다고 해요. 보통 사람 같으면 대사관에 연락했겠지만 이 학생은 다른 방법을 찾았어요. 때마침 K-pop 열풍이 물이 오를 때였는데, 한국어 교육 수요가 많은 것을 파악해 ‘한국어 과외’ 전단지를 직접 만들어 붙이고 다닌거죠. 결국 현지에서 한국어 개인교습 선생으로 유명해져 귀국할 때는 오히려 가져간 돈보다 더 많이 챙겨왔다고 해요. 이런 사례에는 누구나 귀가 솔깃하죠.”

 

“면접 때 염색 괜찮을까?”… 본인 생각에 꺼림칙한 고민, 되도록 피하자

 

면접에서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기준은 타인이 바라봤을 때 너무 건방지게 보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 구 대표의 설명이다. 흔히 면접관 앞에서 의자에 앉을 때는 등을 붙이고 앉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깍듯한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당당함을 보여주는 정도면 된다고 조언했다. 또 면접관이 다른 면접자에게 질문할 때도 자세를 흐트러뜨리는 등 긴장을 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웃음을 잃지 않는 표정도 자세 못지않게 중요하죠. 만일 1시간 동안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면 1000만원을 주는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열이면 열 다 한다고 대답하겠죠. 그런데 면접은 단 30분에 연봉 3000만~4000만원짜리 자리가 결정되는 시간이에요. 면접 때 가서 잘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요. 평소 거울을 보고 연습해두는 게 필요해요.”

 

면접을 앞둔 취준생들은 헤어스타일부터 옷차림까지 일일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구 대표는 이마가 보이도록 헤어스타일을 만지는 것은 ‘당당’해보여서 좋다고 말한다. 간혹 취업준비생들이 염색을 해도 괜찮은지, 정장을 꼭 입어야 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하는데, 구 대표는 “본인이 꺼림칙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장이 불편하거나 맞는 정장이 없다면 편한 옷을 입되, 격식을 차릴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사실 면접에 가장 걸맞는 옷은 ‘정장’이 맞죠. 정장이 불편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주 입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정장을 입는 식으로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해요. 군대에서 병장에게 이등병 옷을 입혀도 병장은 병장처럼 보이거든요. 익숙지 않은 옷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인데, 면접 전부터 정장에 길을 들여놓고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 좋아요.”

기업에게 제거 당하지 않는 ‘하위 30%’ 교육이 꿈… “백발 돼서도 인정받고 싶다”

 

가온누리는 취업준비생 하위 30%를 위한 컨설팅 회사다. 구 대표는 기업이 뽑지 않으려 제거하는 ‘폭탄’이 되지 않는 법을 교육한다. 그는 상위 30%는 기업이 알아서 데려갈 것이고 중위권 40%는 역량과 스펙, 면접스킬이 좌우한다면서 나머지 하위 30%에게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기업별로 각기 다른 기준이 있기에 ‘합격하는 방법’보다는 ‘제거당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개인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기업을 잘 판단할 필요도 있다. 구 대표는 구인구직사이트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워라밸 △연봉 △역량인정 △발전가능성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구 대표는 앞으로 ‘취업컨설팅은 역시 구호석이다’며 인정받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컨설팅 회사도 결국 장사꾼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음식을 팔더라도 ‘진정한 요리’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처럼 사람을 존중하는 참된 사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업트렌드를 다루는 업종인 만큼 나이가 제한이 되긴 하지만, 저는 취업교육 일을 너무 사랑하기에 앞으로 계속 이 일에 헌신하고 싶어요. JYP 박진영이 백발이 돼서도 춤을 추고 싶다고 하는데 저 역시 70~80세가 돼서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더라도 취업 컨설팅은 역시 ‘구호석’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해야죠.”

 

[이한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