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거래가 뚝 끊겼다. 정부의 ‘공공주도 3080+’로 발표 이후 매입한 주택이 공공개발 지역으로 선정될 경우 강제로 현금 청산해야 될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청산을 당할 경우에는 자신이 매입한 단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보상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거래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심리가 퍼져있다. 

 

문제는 지난해 중순부터 대두된 전세난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15일 전세수급지수는 157.3 포인트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점인 100을 넘을 경우 전세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0월 말 195.3으로 최정점을 찍은 것을 감안 하면 전세 수급이 소폭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전세난은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이렇게 전세난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나마 서민들이 매수에 나서 전세 수요를 흡수해왔던 연립·다세대주택마저 거래마저 마비된 것은 실수요자들이 설 곳을 완전히 빼앗아버린 처사나 다름이 없다. 

 

아파트 전세도, 연립·다세대 매입도 어려워진 진퇴양난의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오판은 공공개발 후보지 222곳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공공주도 3080+를 발표하며 후보지를 222곳을 특정했다고 밝히고 이에 대한 후보지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 내 222곳이라면 적지 않은 숫자인 만큼 꽤 많은 지역이 대상지에 선정될 수 있다. 

 

더구나 조합원 과반수가 동의하면 사업 시행이 가능해지고 조합총회, 관리처분인가 등 절차들도 생략하는 등 개발의 문턱을 낮춘 것은 개발지에 선정되면 설사 실거주를 위해 반대표를 던진다해도 의견이 묵살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러한 리스크가 가득하니 현재 연립·다세대의 시장 마비가 더욱 심화된 것이다. 시장 안정을 꾀한다면서 후보지 222곳을 밝히지 않아 시장 내 긴장감을 조성한 것은 명백한 오판이다. 서울 지역 내 공인중개사들의 상당수가 이러한 정부의 판단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래의 맥이 끊겨 순환이 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서둘러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현금청산 엄포로 인해 연립·다세대 주택의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최소한의 사인이라도 줘 관망을 풀어줘야 실수요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부동산 민심이 극악으로 치달으면서 마음이 급한 것은 알지만 이것은 아니다. 상식 밖의 떡밥을 회수해 시장 불안을 해소하길 기대해본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