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통계학과 학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한국 석유화학 산업을 발전시키고 금호아시아나의 화학부문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아이오와대학교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이오와대학교에서 한국인이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박찬구 회장이 최초다.

박찬구 회장은 1978년, 금호실업 이사로 금호그룹에 발을 들였고 1982년 금호건설 상무를 맡았다. 1984년부터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금호몬산토 대표이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화학분야에서 30년 넘게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로 통한다.

2009년 7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동생 박찬구 회장을 해임한 후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며 불꽃 튀는 법정 공방을 펼쳤다. 이른바 금호그룹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사건으로 2006년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발단이었다. 금호그룹은 당시 종합시공능력평가 1위였던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무리하며 그룹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고 2008년 대한통운까지 높은 가격으로 인수하며 금호그룹은 점점 부실화되기 시작했다.

신중하고 꼼꼼한 박찬구 회장은 유동성 위기를 걱정하며 인수 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인수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불도저처럼 추진력이 강했던 박삼구 회장은 그대로 인수를 추진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2009년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을 해임한 후 7년이 지난 2016년 8월, 두 사람이 극적으로 화해하면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박찬구 회장은 2010년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완전히 독립해 금호석유화학그룹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08년 9월 정밀화학부문에서 미국 플렉시스(Flexsys)사를 제치고 고무노화방지제(6PPD) 세계 1위 생산능력으로 올라섰으며 이듬해에는 주력 사업부문인 합성고무부문에서도 꾸준한 시설 증설로 독일 랑세스(Lanxess)를 제치고 생산능력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한편 박찬구 회장에게 ‘형제의 난’ 사건 이후로 또 한번 ‘난’이 닥쳤다. 이번엔 박찬구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 사이에서 일어난 일명 ‘조카의 난’이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박 상무는 2002년 작고한 고(故)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박철완 상무는 이달 8일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은 주주 명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소송으로 경영권 분쟁 중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절차다. 주주명부에는 주주 이름, 주소 등 신상 정보와 보유 주식 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박찬구 회장은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대비해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지분 8%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 표심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회사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군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박철완 상무는 숙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특수관계에서 이탈하겠다고 선언하고 경영진 교체, 배당 확대 등을 회사에 제안하며 경영권 분쟁을 예고한 바 있다. 앞으로 ‘조카의 난’이 어떻게 진행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