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공장을 셧다운하는 등 감산에 들어간 가운데 현재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머지 않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생산 계획 조정 등을 통해 어렵게 공장 가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기아는 협력업체들과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으나 전 세계적인 생산 부족으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차종별로 차이는 있으나 차량 한 대에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는 100여개 내외다. 현대차와 기아는 보쉬·콘티넨탈·모베이스·비테스코·LG전자 등으로부터 부품 형태로 공급받고 있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불거진 올해 초부터 1차 협력사 등에 차량용 반도체 재고 확보를 맡기지 않고 주 단위로 재고를 점검하며 직접 반도체 메이커와 물량 확보 협상을 진행했다.

동시에 수급 상황에 맞춰 생산 계획도 조정했다. 현대차·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보유한 차량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또 범용성 반도체는 재고가 거의 소진된 차량 부품에 우선 투입해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 현대차·기아마저도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협력업체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피해가 극심해질 것으로 염려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차량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반도체 업체와 협상 등을 통해 공장 가동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반도체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초부터 심각한 수준의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 엠덴 공장을 지난달 2주 간 멈췄다. 이달부터는 감산에 들어갔다. 독일 폴프스부르크 공장도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달 말까지 감산키로 했다.

포드도 멕시코 공장 2곳과 독일 자를루이 공장을 지난달 셧다운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달 8일부터 미국, 캐나다, 멕시코 일부 공장들의 차량 생산을 중단했다.

토요타, 아우디, 혼다, PSA, 닛산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 역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을 이유로 감산을 결정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지엠은 이달 8일부터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50%로 낮춰 운영하고 있다. 이에 트랙스와 말리부 등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업계는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잇따라 감산을 결정하고 있는 만큼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매출 타격도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1분기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당초 예상보다 67만2000대 가량 적을 것이다”며 “올해 전체 감산 규모는 96만4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 역시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