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인류에게 갈등의 벽을 넘을 수 있게 하는 ‘평화의 제전’ 구심점이다. 4년마다 열리는 하계와 동계올림픽은 그 제전의 상징이다. 우리나라는 작은 영토와 얼마 안 되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손꼽히는 스포츠 강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육상을 비롯해 피겨, 체조, 수영, 스피드 스케이팅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기량 있는 선수들을 배출해 오지 못해 왔다. 이들 부진 종목들에서 태극기를 단 한국선수들이 최근 우리 스포츠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기적으로까지 비춰진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를 비롯해 체조의 양학선, 수영의 박태환,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모태범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육상에서는 올림픽금메달리스트 황영조가 거론된다. 하지만 마라톤에서는 이봉주 선수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는 한국 마라톤 역사를 다시 쓴 주역으로 당연히 꼽힌다. 어려서부터 지구력이 좋기로 타고났던 이봉주는 한창 연습에 몰두할 당시에는 단 6개월간 42.195km를 무려 40번이나 완주하는 지옥훈련을 해냈다. 평균 1.5일 간격으로 매일 풀코스 연습을 하는 로봇 같은 철인의 심장을 가진 그다. 어려서부터 마라토너의 꿈을 꾼 이봉주는 고교 시절 육상팀이 해체되는 두 번의 좌절을 겪는 와중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도전해 두 번의 스카웃 행운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후 이봉주는 지난 1990년 약관의 나이에 전국체전 2위를 시작으로 마라톤 인생의 한 가운데 본격 뛰어들었다. 이봉주는 1993년 호놀룰루마라톤대회 우승, 1995년 동아마라톤대회 우승,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준우승(은메달),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등 국내외 마라톤 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길 성적을 거뒀다. 그 사이 그는 지독한 슬럼프를 겪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마라톤에 대한 열정으로 이겨냈다. 이봉주는 40세에 40번의 공식적인 마라톤 경기를 완주했고 훈련 량까지 합치면 약 16만km를 뛰었다. 이는 지구를 4바퀴 도는 거리다. 이제 마라톤 인생을 접은 이봉주의 꿈은 후진양성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사업을 시작했다. 수익금으로 꿈나무 재단 등을 만들어 한국 마라톤의 역사를 잇게 하고 싶은 것이 이봉주의 또 다른 인생 비전이다. 긴긴 마라톤 레이스를 접었지만 ‘봉주치킨’이란 프랜차이즈를 통해 인생 레이스에 발을 담근 이봉주 선수는 여전히 열정이 넘쳐 있었다. 스카이데일리가 이봉주 선수의 마라톤 인생 뒤에 있었던 숨은 애환과 보람 등 그동안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