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밀수 급증 ‘중국 심양 루트’ 부상 촉각

금괴밀수 급증 ‘중국 심양 루트’ 부상 촉각
수요늘자 인천공항 지능적 직반입…상반기 28억 달해 전년동기비 4.6배

김신 기자(s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07-10 14:23:38

‘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가치를 높게 인정받아 온 광물이다. 사람들이 금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던 이유는 화학 반응성이 거의 없어 공기나 물에 의해 부식되지 않고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특성이 금의 가치를 높인 것이다. 또 전성(두들겨 펴지기 쉬운 성질)과 연성(잡아 늘이기 쉬운 성질)이 매우 커 가공이 용이한 점도 금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금은 고대부터 자연에서 원소상태로 채취됐는데, 화폐가 생기기 전부터 화폐 대용으로 사용돼 왔다. 금이 인류의 화폐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한 셈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금을 화폐처럼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금은 부피에 비해 그 가치가 높아 ‘탈세목적 소유’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대자산가들 중 일부가 탈세를 위한 목적으로 금 확보에 열을 올린 사례가 공공연하게 알려지기도 했다. 금이 ‘지하경제의 주범’으로 불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세계 각 국가들은 지하경제로 스며들어 음성적으로만 거래되던 금을 양성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3월 ‘KRX금시장’을 개장했다. 금 거래를 양지로 꺼내 금을 이용한 탈세 등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관세청에 따르면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하경제에서의 금 거래는 더욱 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괴 밀수가 갈수록 증가세를 나타낸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금괴 밀수 실태를 살펴봤다.

▲ 관세청이 발표한 ‘상반기 금괴 밀수 단속 결과’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적발된 밀수 금괴의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6배 증가한 28억430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최근 금괴 밀수가 증가한 원인과 관련해 밀수된 금괴를 찾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시선을 끈다. 적발된 밀수 금괴를 확인하는 관세청 직원들 <사진=뉴시스>

최근 들어 ‘지하경제의 주범’으로 불리는 금괴 밀수가 증가한 이유가 밀수 금괴를 찾는 수요의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관세청이 발표한 ‘상반기 금괴 밀수 단속 결과’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적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건에 비해 무려 5배에 가까운 19건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적발된 밀수 금괴의 양은 총 63kg으로, 금액으로는 28억43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중량 5.5배, 금액 4.6배 증가한 수치다.

꾸준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금괴 밀수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금괴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괴는 보유한 가치에 비해 부피가 작아 해외여행자 등을 통해 손쉽게 들여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밀수한 금괴는 거래가 용이해 손쉽게 많은 돈을 챙길 수 있어 밀수 유혹이 사라지지 않는 다는 설명이다.

▲ 자료:관세청 ⓒ스카이데일리

이런 이유로 금괴 밀수가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가운데 ‘지하경제 재원으로서 금 수요가 늘기 때문에 금괴 밀수가 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으로 탈세와 관련된 움직임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금이 비정상적인 재산의 축적·은닉 및 도피수단으로 각광 받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1일부터 시행된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확대 등에 따라 일반 사업자들마저 지하경제 재원으로 금을 찾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 자료:관세청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최근 금괴의 시세 변동 또한 금괴 밀수입을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올해 4월까진 금괴의 국제시세가 국내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밀수입이 주춤했으나, 5월부터는 시세가 비슷해지면서 금괴 밀수입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게 관세청의 분석이다.

갈수록 다양·지능화 되고 있는 ‘금괴 밀수’

올 상반기 적발된 금괴 밀수의 주요 특징을 보면 우선 밀수형태는 밀수업자가 주로 조선족 등 일반여행자를 운반책으로 포섭해 밀수입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수경로에서는 기존 루트와는 다른 변화가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에는 대만·홍콩에서 인천국제·김포·김해공항 및 인천항으로 분산 반입됐으나, 최근에는 심양 등 중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주로 반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밀수수법은 금괴를 목걸이·팔찌 등 신변 장식용품으로 만들어 신변에 착용하는 수법 등 날로 다양하·지능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특수 제작된 조끼에 금괴를 넣어 입고 오는 방법도 빈번하게 적발되고 있는데, 금괴가 담겨진 부위기 주로 여성들의 가슴 부위였다. 일부러 단속하기 어려운 신체 부위에 금괴를 넣어 반입하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은 날로 지능화되는 금괴 밀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금 정보분석팀’을 설치·가동해 왔다. 빈번한 출입국자의 체류기간·동행자 등을 분석하고 혐의자의 동태를 관찰하는 등 지속적으로 단속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6월에는 중국 심양발 여행객에 대한 일제 검색을 실시해 특수제작 조끼에 1㎏짜리 금괴 24개(24㎏, 10억 원)를 은닉하여 밀수하려던 중국인 모녀와 한국인 등 운반책 3명을 적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당시 적발된 밀수범 중 2명은 구속됐고, 1명은 조사 중이다.

관세청은 “최근 금괴 밀수가 중국 심양발 인천국제공항 입국 여행자들을 통해 집중 적발됨에 따라 중국 주재 관세관을 통해 중국 심양세관과 중국 공급 조직에 대한 공조수사를 추진 중이다”며 “단속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 방지를 위해 전국세관에 동향을 전파함은 물론 우범 여행자에 대한 정보분석 및 신변검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