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 사거리…뱅뱅청바지 신화 ‘뱅뱅빌딩’ 우뚝

뱅뱅 사거리…뱅뱅청바지 신화 ‘뱅뱅빌딩’ 우뚝
[강남대로의 빌딩들<11>]-뱅뱅빌딩…월남후 맨주먹 ‘권종열 성공 상징’ 850억대

정성문 기자(mooni@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11-15 00:05:33

‘강남대로’는 한남대교 남단에서 신사역·강남역·양재역을 잇는 왕복 10차선 도로다. 이 강남대로의 중심부에는 ‘뱅뱅사거리’라는 지명의 사거리가 하나 있다. 한 때 시민들 사이에서는 높은 빌딩들을 아래서 위로 쳐다보면 ‘눈이 뱅뱅 돌아가서’ 그런 이름이 됐다는 설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1982년에 세워진 ‘뱅뱅프라자’에서 사거리의 이름이 유래됐다. 뱅뱅프라자는 토종 청바지 브랜드 ‘뱅뱅’으로 유명한 뱅뱅그룹이 운영하는 매장이다. 뱅뱅 청바지는 1980년대 청바지 열풍을 일으키면서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이다. 현재 뱅뱅 청바지는 뱅뱅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뱅뱅어패럴에서 생산하고 있다. 뱅뱅그룹의 창업주는 1·4 후퇴 때 17살의 나이로 혈혈단신 내려온 이른바 ‘맨주먹 청년’ 권종열 뱅뱅그룹 회장이다. 권 회장은 계열사 10여개를 거느린 뱅뱅그룹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국내 청바지업계의 일인자로 불리는 사람으로 일명 ‘청바지 박사’, ‘청바지 전도사’ 등의 별칭도 유명하다. 그는 재봉틀 3대와 원단 16필 등 사실상 맨손으로 사업의 깃발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월남 후 지난 1961년 28살의 나이에 평화시장 한 구석에서 가게를 차렸다. 지금은 연매출 1700억원이 넘는 의류 회사 뱅뱅어패럴로 성장했다. 하지만 뱅뱅어패럴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다. 1980년대 고가의 수입 청바지 브랜드에게 국내 시장을 내주기도 했고 1990년대 외환위기 때에는 매출액이 무려 1/10으로 곤두박질쳐 회사 문을 닫을 뻔도 했다. 이후 뱅뱅그룹은 박리다매의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의류 브랜드로 남았다. 권 회장은 뱅뱅그룹의 계열사인 야드엘파이낸스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는 야드엘파이낸스는 지난 2012년 뱅뱅플라자 바로 옆에 있는 대신투자증권빌딩을 매입했다. 뱅뱅프라자는 ‘뱅뱅사거리’라는 이름을 탄생시킨 건물이지만 정작 사거리 중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뱅뱅그룹이 매입한 대신증권빌딩은 뱅뱅사거리의 네 귀퉁이 중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뱅뱅그룹이 대신증권빌딩을 사고 나서야 뱅뱅사거리 이름에 걸맞는 진짜 도로명 주인이 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스카이데일리가 해외 로열티를 주지 않는 토종 의류 기업 ‘뱅뱅그룹’과 그룹이 소유한 ‘뱅뱅빌딩’을 강남대로의 빌딩 시리즈로 소개한다.

▲ 지난 2012년 ‘대신투자증권빌딩’이 뱅뱅그룹의 계열사인 야드엘파이낸스에게 팔렸다. 뱅뱅그룹은 뱅뱅사거리 코너에 있는 대신빌딩을 650억원에 매입하고 명칭을 ‘뱅뱅빌딩’(사진)으로 바꿨다. 빌딩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뱅뱅빌딩은 3년 사이 800~850억원대의 시세로 올랐다. ⓒ스카이데일리

대신증권빌딩 사들인 뱅뱅…3년만에 약 150억 시세차익 예상

1991년 대신증권 주식회사는 강남구 도곡동 뱅뱅사거리 한 귀퉁이에 빌딩 한 채를 세웠다. 지난 21년간 대신증권이 사용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 빌딩을 ‘대신증권빌딩’으로 불렀다.

‘대신증권빌딩’은 지난 2011년 11월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뱅뱅그룹 계열사인 야드엘파이낸스가 이 빌딩을 650억원에 매입한 것이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를 보면 야드엘파이낸스는 권종열 대표가 최대주주(52%)인 가운데 권 대표와 그의 가족들 지분이 100%인 회사다. 야드엘파이낸스 대표인 권종열 대표는 뱅뱅어패럴의 대표이사 회장도 맡아 흔히 뱅뱅그룹의 회장으로 불린다.

뱅뱅그룹이 매입한 이후 이 빌딩의 이름은 뱅뱅빌딩으로 변경됐다. 뱅뱅빌딩은 2호선 강남역과 3호선 양재역 사이에 있으며, 도보로 각각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빌딩은 대지 면적 1759.3㎡(약 532평), 연면적 1만10.18㎡(약 3028평)이고 지하 4층·지상 7층으로 이뤄졌다.

빌딩의 지하 1층에는 음식점이, 지상 1층과 6층에는 뱅뱅 매장과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2층에는 대신증권이, 3~5층은 디지털광고 미디어렙 전문업체 나스미디어가, 7층에는 학습지회사 교원이 입주해 있다.

박종복 미소부동산연구소장은 “뱅뱅빌딩은 사거리 코너라는 위치적 조건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며 “대지면적 3.3㎡(약 1평)당 가격을 1억5000만원대로 봤을 때, 빌딩의 가치는 800억~85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야드엘파이낸스는 3년 사이 약 150억원 이상 부동산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됐다.

로열티 안내는 토종 기업 ‘뱅뱅’…외국 SPA 기업 대항마

최근 외국의 SPA 기업들이 국내 패션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는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일괄하는 의류브랜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회사로 자라·유니클로·H&M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외국 브랜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의류업체의 합산 매출액은 2008년 1069억원에서 2012년 7988억원으로 급상승했다. 국내 SAP 시장은 2015년 5조원 이상의 규모를 갖출 것으로 추정됐다.

▲ 국산 청바지 시대를 연 권종열 회장은 1961년 평화시장 내 2평 남짓한 가게에 ‘뱅뱅’의 전신이 되는 ‘제일사’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 후 권 회장은 승승장구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고, IMF 당시 위기로 몰렸지만 이를 넘기면서 전성기를 되찾아 오늘의 뱅뱅그룹을 일궜다. 사진은 뱅뱅 프라자 ⓒ스카이데일리

토종기업 ‘뱅뱅어패럴’은 급성장하는 외국 SAP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기업이다. 실제로 뱅뱅어패럴은 최근 본격화되는 SPA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난 8월 경기도 의정부역 근처에 역대 최대 규모인 400평의 뱅뱅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 1월에는 경기도 포천과 광주 남구에 각각 100평 이상의 대형 매장을 열기도 했다. 또한 뱅뱅은 전국 대형마트에 연이어 신규 점포를 냈고, 향후 단독 매장의 개수를 늘릴 방침이다.

승승장구 이어 닥친 위기 극복후 전성기 회복 ‘국산 청바지’

뱅뱅어패럴의 권종열(87) 회장은 ‘청바지계의 신화’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1927년 평양 출생인 그는 어린 시절을 이북에서 보냈다. 1950년 6·25전쟁이 나자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 피란 도중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몇몇 가족들은 북한에 남았다. 권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난과 배고픔에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거리를 찾아 전국을 떠돌던 권 회장은 1961년 아내와 함께 서울 평화시장으로 들어왔다. 같은 해 권 회장은 2평 남짓한 가게에 ‘뱅뱅’의 전신이 되는 ‘제일사’를 차렸다. 제일사 시절 그는 닥치는 대로 옷을 만들었다. 명절 직전에는 아동복을 만들고, 입학 시즌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캐주얼웨어를 만들었다.

1970년 봄 그에게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청바지용 원단을 수출하던 방직업체 ‘태창’에 수출하고 남은 원단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권 회장은 태창으로부터 청바지 원단을 구했다. 하지만 청바지에 들어가는 튼튼한 지퍼와 단추를 구할 수 없었다.

권 대표는 시장 인근의 넝마주이를 불러 버린 청바지에서 지퍼와 단추를 빼오라고 시켰다. 이렇게 만든 청바지로부터 ‘뱅뱅’의 역사가 시작됐다. 남대문 도매상에게 납품을 하던 ‘제일사’의 청바지는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당시 제일사는 전국 청바지 도매 시장의 70~80%를 장악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 권 회장은 1970년 ‘뱅뱅’이라는 브랜드로 상표등록을 했다.

1983년 교복자율화가 실시되자 많은 학생들이 교복 대용으로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때마침 미도상사에서 1982년에 수입한 ‘죠다쉬’ 청바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당시 ‘뱅뱅’ 청바지의 가격은 3000~4000원이었지만 ‘죠다쉬’ 청바지는 2만원대에 팔렸다. 뱅뱅 청바지 보다 6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위기 의식을 느낀 권 대표는 당시 돈으로 8억원을 빌려 사업을 확장했다. 1982년 지금의 뱅뱅사거리에 뱅뱅프라자를 지었다. 1983년 당시 최고의 하이틴 스타였던 가수 전영록을 내세워 광고를 만들었고 전국 200여 개의 대리점을 모았다. 1985년에는 뱅뱅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하며 그간 써왔던 제일사라는 이름을 바꿨다.

1980년대 중반 전영록을 내세운 광고는 당시 중고생 학생들에 크게 어필했다. 뱅뱅 청바지의 매출이 훌쩍 뛰면서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인지도가 높아지자 뱅뱅은 브랜드 이미지를, 하이퀄리티를 추구하는 고급이미지로 설정했다. 이는 광고에 그대로 반영됐다. 전영록 이후 뱅뱅의 모델은 가수 조성모, 영화배우 소지섭, 그룹 씨앤블루가 기용되면서 뱅뱅이 추구하는 고급 이미지를 구축시켰다. 또 뱅뱅은 청바지에만 집중했던 역량을 분산해 셔츠, 재킷 등의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 ‘뱅뱅’은 40년 넘게 장수한 의류브랜드다. 청바지 도매업으로 성공한 권 회장은 1970년 ‘뱅뱅’을 상표등록하고 청바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권 회장은 뱅뱅사거리의 어원이 된 뱅뱅프라자(사진)를 1982년 세웠고 1983년에는 당대 최고 가수였던 전영록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브랜드의 인지도를 쌓았다. ⓒ스카이데일리

IMF 외환위기 전까지 뱅뱅그룹은 승승장구했다. 권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뱅뱅의 매출은 약 2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잘나가던 뱅뱅은 ‘IMF’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의 위기를 맞게 됐다. 2000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700억원대로 떨어졌다. 200개가 넘던 점포 숫자는 100개 가까이 줄면서 반 토막이 났다.

최대의 위기를 맞은 뱅뱅그룹은 추구하던 고급 이미지를 버리고 박리다매로 전략을 바꿨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생산 공장을 전부 중국으로 옮겼고 중국에서 만든 물건을 대형 쇼핑센터와 홈쇼핑에서 저렴하게 팔았다. 그렇게 5~6년 동안 매출 확대에 힘을 쓴 결과 2004년 뱅뱅어패럴의 매출액은 1586억원을 달성하며 전성기 매출에 근접했다. 그 이후 뱅뱅은 다시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현역 최고령 청바지 CEO 권종열 회장, 아직도 왕성한 활동

뱅뱅 홍보실에 따르면 권종열 회장은 올해로 만 87세가 됐다. 2008년도 협심증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건강을 회복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권 회장은 지금도 ‘뱅뱅어패럴’의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업무를 보고, 일주일에 두 번은 여주물류센터를, 보름에 한 번은 중국 공장을 간다고 전해졌다.

권 회장의 가족으로는 아내와 세 아들이 있다. 부인 허경자 씨는 ‘에드윈인터내셔널’ 대표로 있다. 첫째 아들 성윤 씨는 리틀 뱅뱅 등 유·아동복 사업을 하는 ‘디씨티와이’를 운영하고 있다. 둘째 성재 씨는 캐주얼 의류 브랜드 ‘더휴컴퍼니’를, 셋째 성환 씨는 캐주얼 의류브랜드 ‘헨어스’를 운영하고 있다.

권종렬 회장은 뱅뱅어패럴의 대표이자 야드엘파이낸스의 대표이기도 하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뱅뱅어패럴’의 최근 3년간 매출액은 2010년 1584억원, 2011년 1645억원, 2012년 1744억원이다. 야드엘파이낸스의 매출액은 2012년 25억원, 2013년 120억원이다. 두 회사 모두 매출액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드윈인터내셔널, 디씨티와이, 더휴컴퍼니, 헨어스, 뱅뱅어패럴, 야드엘파이낸스 등은 권종열 회장 일가가 최대 주주이거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어 사실상 뱅뱅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