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상위권 대학들의 학생들 중 올해 국가장학금 신청자 30% 이상이 소득 상위 10% 안에 드는 최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명문대학(글로벌 순위 600위내 대학 기준, 표 참조)의 최고 소득층 자녀 비율은 35.8%에 달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국장학재단이 제출한 ‘2012학년도 국가장학금 신청자 대학별 소득분위 분포 현황’ 자료를 1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의 국가장학금 신청자 6603명 가운데 소득 10분위 계층 신청자는 2420명으로 전체의 36.7%를 차지했다.

 

소득 10분위 계층은 월평균 소득이 923만원인 가구로서 소득 인정액 기준 상위 1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이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카이스트(37.3%), 포항공대(37.9%), 연세대(35.1%), 고려대(37.8%), 경희대(32.8%), 성균관대(30.8%), 이화여대(43.8%) 등 국내 주요 대학들도 10분위 계층의 신청 비율이 30%를 웃돌았다.

 

이는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10분위 비율(21.2%)의 1.5~2배에 이르는 수치다.

 

반면 이들 대학의 소득 하위 10%(기초생활수급권자와 1분위, 월평균 가구소득 76만원)의 신청자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4년제 대학의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소득 하위 10% 계층의 평균은 12.9%로 나타났지만 이화여대의 경우 그 비율이 7.0%, 포항공대는 7.4%에 그쳐 절반 가량에 머물렀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유명 대학 학생들이 최고 소득층 자녀로 이뤄져 대학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진행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전체 대학생의 83%가 국가장학금을 신청했고 소득이 많을수록 장학금 신청에 소극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대학의 최고소득층 자녀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부모의 소득이 학생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기회균형선발 등 차별시정 정책을 펴야 하는데도 대학 자율만 강조하다 보니 양극화가 고착화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민석 의원은 “고소득층 비율이 높은 상당수 대학들이 2000년대 들어 등록금을 대폭 올려왔다”며 “고액 등록금이 이런 악순환을 심화시킨 것이 아닌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장학금 제도와 신청현황 자료 의미

국가장학금 제도는 정부가 저소득 가정 대학생 자녀들에게 학비를 전향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한 제도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 차원의 등록금 지원 대책 일환이기도 하다. 장학금 지원에 해당하는 학생은 한국장학재단에 소정의 서류를 갖춰 신청하면 한국장학재단이 소득수준 등을 검토한 후 해당금액을 지급한다. 올해 신청자 비율은 전체 대학생의 83% 수준에 달한다. 따라서 국가장학금 신청현황은 대학생들의 소득수준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의미한 자료다. 국가장학금은 크게 유형1과 유형2로 구분돼 운영되고 있다. 유형1 대상자는 국내소득 3분위 이하(연 환산소득 2943만원 이하)를, 유형2 대상자는 소득 7분위 이하(연 환산소득 5371만원 이하)를 각각 기준으로 한다. 두 유형 모두 최소한의 성적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장학금 지원을 받는다. 장학금 지원 범위와 금액은 유형과 소득분위별로 각각 다르다. 유형1의 경우 기초생보자 450만원(기준지원액 연 450만원 100%), 1분위 225만원(50%), 2분위 135만원(30%), 3분위 90만원(20%) 등이다. 1분위 보다 낮은 차상위계층은 1분위로 간주된다. 유형2는 소득 7분위 이하를 대상으로 대학별 자체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지원된다. 소득분위는 ‘기초생보자-차상위-1~7분위’로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