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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학생…앞에선 조용, 뒤론 잔인한 마녀사냥

겉으로 안 드러나 문제 심각…초등학교 5·6학년 여학생 가장 빈번

김민아기자(jkimmi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9-25 00:06:01

▲ SNS나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해 특정 학생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명 ‘사이버 불링(bulling)’라 불리는 이런 행태는 집단문화를 중요시 여기는 여학생들 상에서 특히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세다. 사진은 하교중인 중학생들의 모습(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 이성은·이지현·김민아 기자]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부산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으로 인해 잔인한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정신적 폭력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피해 정도를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 자체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 정도는 물리적 폭력에 버금간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신적 폭력은 특히 집단문화에 예민한 초·중 여학생 사이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신적 폭력은 △집단 따돌림 △은따(은근히 따돌림) △사이버폭력 △언어폭력 △스토킹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SNS나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해 특정 학생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 일명 ‘사이버 불링(bulling)’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단체 채팅방에 특정 학생을 초대한 후 단체로 폭언을 가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SNS 상에서 공개적으로 특정 학생을 단체로 조롱하는 행위 역시 사이버 불링의 한 사례다.
 
초·중 여학생 ‘사이버 불링’ 일상화…초등학교 5·6학년 때가 가장 빈번
 
정책개발 기관인 경기연구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경기도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내 초등학생 학교폭력 가해학생 수는 2013년 352명, 2014년 552명, 2015년 659명으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가해 시기는 초등학교 5·6학년이 전체의 44.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학교폭력 가해 경험율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높은 편이었다. 지난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도내 초·중학생 16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가해 유무를 조사한 결과, 여학생 5.4%가 ‘가해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남학생은 4.4% 였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여학생들의 경우 폭력 또한 직접적인 물리력 대신 언어나 특정 행위 등을 통해 정신적 압박을 가했다. 초·중 여학생의 유형별 정신적 폭력 가해 경험율은 △집단 따돌림 9.7% △언어폭력 9.3% △사이버 폭력 4.8% △성적 괴롭힘 2.3% 등으로 조사됐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청소년 학교폭력 예방재단인 ‘푸른나무 청예단’ 관계자는 “매년 자체 조사를 실시하는 데 여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사례가 남학생보다 많다”며 “학교폭력으로 등교를 거부하는 경우도 남학생 보다 여학생이 많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래 무리로부터 소외받지 않으려는 심리가 크기 때문에 여학생 간의 따돌림 문제는 특히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여학생들은 한 그룹 내에서도 따돌리거나 이간질 등 괴롭힘을 당해도 누구에게 손길을 내미는 경우가 적어 주변에서 상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 향한 집단적 언어폭력 빈번…도망치면 제2, 제3의 보복 행위 일삼아
 
1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집단 따돌림으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게시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검색창에 ‘왕따(왕과 따돌림의 합성어로 특정인을 심하게 따돌리는 행위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음)’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무려 5만여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화면에 등장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초등·중학교 여학생들 중 상당수는 학교에 대해 ‘그룹을 나눠 무리지어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집단문화를 얼마만큼 중요시하고 또 집단에서 소외될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의 정도가 어느 정도 일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원묵중학교에 다니는 남지현(15세·여·가명) 양은 “한 반마다 학생 수가 남녀 합쳐 30명인데 남녀 비율이 반반이라 여학생은 15명 정도 된다”며 “대부분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무리지어 다니는데, 그룹에 속하지 않는 친구가 한두 명씩은 꼭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 집단에 속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왕따 취급을 받곤 한다”고 말했다.
 
같은 반 친구인 권주희(14세·여·가명) 양과 김민지(14세·여·가명) 양은 “한 반에 여학생이 16명인데 3~4그룹으로 나뉘어서 노는 편이다”며 “어떤 그룹에도 끼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대부분 특별한 이유 없이 성격이 소심하고 붙임성이 없어서 주변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다”고 덧붙였다.
            
▲ 초등·중학교 여학생들 중 상당수는 집단문화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만약 집단에서 소외될 경우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친구들과 무리지어 하교하는 여중생들(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인천에 사는 중학교 2학년 P양은 몇 해 전 같이 다니던 그룹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왕따 피해에서 벗어나고자 그룹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친구들은 그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붙잡아 둔 채 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통에 P양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나중에 선생님의 도움으로 그룹에서 나왔지만 이후에도 오랜 기간 상담치료를 받아야 했다.
 
대림동에 사는 중학생 1학년 K양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따돌림 당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룹 내에서 리더 격으로 통하던 L양이 K양을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L양은 자신의 개인 SNS에 K양을 욕하는 게시물을 버젓이 올렸다. L양과 K양은 서로 친구 관계가 맺어져 있었기 때문에 해당 게시물은 K양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주변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L양의 게시물에 주변 친구들이 함께 K양을 욕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들 댓글 역시 K양에게 고스란히 노출됐다. K양은 주변 친구들 모두가 자신을 욕한다는 생각에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괴로운 마음에 K양은 SNS 어플을 지우고 아예 접속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주변 친구들은 다시 SNS에 접속하라며 카카오톡(스마트폰 메신져)을 통해 연신 욕설이 섞인 협박 글을 보냈다. K양은 어쩔 수 없이 다시 SNS 어플을 설치하고 접속해 자신을 욕하는 게시물을 봐야만 했다.
 
K양은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딱히 피해가 드러나지 않아 처벌이 약할 것을 알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특히 주변에 알리게 되면 주변 친구들의 괴롭힘 정도가 더욱 커지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 신고를 더욱 꺼리게 됐다.
 
“청소년 시절 정신적 폭력 피해, 성인이 된 후에도 후폭풍 심각”
 
▲ 최근 여학생들 사이에서의 정신적 폭력 사례가 날로 늘고 있다. 한 청소년심리 전문가는 “어린 시절의 정신적 폭력 피해는 성인이 돼서도 영향이 받기 때문에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만한 심각한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한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정신적 폭력의 경우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피해 정도를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죄의식 없이 정신적 폭력을 일삼는 사례는 날로 늘고 있으며, 이미 ‘일상화’ 됐다고 보는 쪽이 가깝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김수정 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또래 집단 내에서 심한 욕을 듣거나 집단 따돌림 같은 일은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며 “청소년기 시절의 정신적 폭력 피해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푸른나무 청예단 관계자는 “최근 자극적인 내용 위주로 보도되는 사례 때문에 청소년 집단 내 학교폭력이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이전부터 꾸준히 발생해 온 일이다”며 “지난 2012년 이후 학교폭력이 이슈화돼 관련 제도가 많이 마련됐지만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폭력은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해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학생, 부모, 학교 등 교육 3주체가 다 같이 적극적인 참여자가 돼 학교폭력 징후를 관찰하고 이런 징후가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개입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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