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제19차 중국공산당 당 대회는 마치 시진핑 주석의 황제 대관식 같아 보였다. 시 주석은 18일 개회연설에서 향후 중국을 모든 분야에서 세계최강국으로 우뚝 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과거 한나라과 당나라로 대표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영광을 재현한다는 중국몽(中國夢)을 강조했다.
이번 당 대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두 사안 중 하나는 일명 ‘시진핑 사상’이 공산당 당헌(당장)에 반영돼 중국의 지도이념으로 확정된 것이다. 시 주석은 집권 5년 만에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을 넘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해 40년 이상 집권했던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급으로 격상됐다. 마오가 중국을 일으켜 세웠다면(站起來), 덩샤오핑은 경제를 올려 세웠으며(富起來), 이제는 자신이 중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세우겠다는(强起來)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진핑이 유일무이의 최고권력자가 됐고 일인 장기집권체제를 확립했다는데 있다. 이번에 시진핑 집권 2기의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선출됐다.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만 유임되고 나머지 5명은 모두 시진핑 인맥으로 새로운 60대 인물들이 선임됐다. 지금까지는 50대 지도자 2명을 상임위원으로 선출해 차차기 주석과 총리를 각각 맡게 했으나 이번에는 모두 60대가 뽑힌 것이다.
주석의 임기가 10년인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60대 상무위원 5명 중에서 최고지도자가 나온다면 두 번째 임기를 맞는 2027년엔 모두 만 68세 이상은 정치국원 이상 불가의 원칙인 ‘7상8하’의 규정에 위배되게 된다. 지도자로 선출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시진핑의 집권연장 또는 총통제 장기집권을 위한 수순이거나 아니면 형식적으로 주석직은 넘겨주더라도 강력한 섭정왕을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예상이다.
▲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이끌 7명의 60대 상무위원이 서열 순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필자제공]
격대지정이란 현재 최고지도자가 차기 지도자에게 정권을 넘기면서 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정해놓고 권력승계를 하는 방식을 뜻한다. 1992년 덩샤오핑이 장쩌민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후진타오를 다음 지도자로 미리 지정하며 만들어져 25년간 유지되었던 불문율이었다. 이는 승계과정에서의 과도한 권력투쟁을 예방하고 독재자 출현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장쩌민이 집권해 차기 후진타오 이후 차차기로 50대의 시진핑과 리커창이 지명됐다. 후진타오가 집권해서는 차기 시진핑 이후 다음 차차기는 후진타오 계열인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인 후춘화(胡春华) 광둥성 당서기의 지명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번에 상무위원에 선정되지 못하고 그 아래 단계인 정치국원으로 만족해야 했다. 결국 후계 지명 없이 당 대회가 끝나버린 것이다.
시 주석은 폐막 연설에서 “중국 공산당은 능욕을 당했던 아편전쟁 이후의 처지를 완전히 변모시켰으며 오랜 빈곤과 가난에 시달렸던 중화민족의 비참한 처지를 완전히 바꿨다”고 자화자찬했다. 또 중국의 현대화 3단계 전략 중 민생고를 해결한 원바오(溫飽) 단계에 이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소강(小康)사회는 공산당 건립 100주년인 2021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서구 선진국과 같은 일류사회는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인민해방군은 2020년까지 기계화와 정보화를 실현하고 2035년까지 군현대화를 달성하며 2050년까지 세계 최강의 군대로 만들겠다”는 군사 개혁의 3단계 구체적인 스케줄을 제시했다. 이미 대규모 인사개편과 장비의 현대화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어떤 나라도 중국이 국익에 해가 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며 영토·주권 등 중국의 핵심이익이 걸린 사안에서는 주변국들과의 충돌도 감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진시황제와 닮은 점이 많은 시진핑 황제
현대판 시황제 대관식을 치룬 시 주석은 2300년 전의 진시황제와 너무도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하나하나 열거해 보도록 하겠다.
▲ 진시황제를 연상시키는 용상에 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황의 모습 [사진=필자제공]
실제로는 여불위의 아들로 태어난 진시황은 기원전 246년 13세에 진나라의 제31대 왕이 됐다. 기원전 221년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하자 지금까지 불렸던 진왕(秦王)이라는 칭호를 바꾸게 된다.
진시황은 “덕은 삼황보다 낫고 공적은 오제보다 높다”는 의미에다가 첫 황제이므로 구별되어야하므로 스스로 시황제(始皇帝)라 칭했다. 진시황은 황제위가 자자손손 이어질 줄 알았으나 겨우 아들 호해에 이르러 불과 15년 만에 단명으로 멸망하고 말았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8대 원로로 덩샤오핑과 거의 같은 급이었던 시중쉰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태자당 출신이라고 한다. 장쩌민 주석에 의해 지명돼 2007년 54세의 나이로 리커창과 함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인에 선임됨으로써 차기 지도자 후보로 주목받았다. 2012년 후진타오의 후임으로 최고지도자인 국가주석에 오르게 된다.
첫 임기 5년간 부패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강력한 수많은 정적들을 제거하면서 빈자리를 자신의 수하들로 물갈이했다. 또 중국몽의 일환으로 일대일로 사업 등 해외투자를 벌이면서 G-2를 넘어 G-1으로 올라가겠다고 어필했다. 결국 올해 드디어 스스로 마오쩌뚱에 버금가는 반열에 오르면서 후계자도 임기도 없는 일인 장기집권체제를 확립해놓고 잔여 임기 5년을 시작한 것이다. 즉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 시진핑 황제로 둔갑한 것이다.
오는 2022년 시 주석이 임기종료로 물러나면서 그 전에 후계자를 지명할지 지명하더라도 후진타오처럼 후임에게 전권을 이양할지 아니면 청의 도르곤처럼 강력한 섭정왕이 되려고 할지 그건 시 주석의 옵션으로 보인다. 또는 임기를 연장해 집권 3기로 갈지, 아니면 헌법을 개정해 총통제로 갈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시 주석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되므로 그 결과는 자명하다는 사실이다. 기나긴 춘추전국시대 이후 통일했다는 진 제국이 불과 15년 만에 망했다. 그런데 시진핑이 임기를 연장해 3기 집권에 성공해도 집권 15년이다. 주석직에서 물러나고 섭정왕이 된다 해도 집권 15년이다.
진제국 멸망 이후의 군웅할거처럼 15년 후 중국은 군벌·재벌이 합작한 정치세력간의 다툼으로 인해 대분열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때 민족분열도 같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이민족 청나라가 만들어놓은 큰 틀을 불과 120년 만에 다시 쪼개버리는 한심한 한족(漢族)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