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롯데카드 공개 매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 미지수라는 게 M&A 시장의 공통된 반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카드 매각주간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주요 금융지주, 중대형 사모펀드 등의 인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제 충족을 위해 롯데카드 등을 내년 10월까지 매각해야 한다.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는 만큼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롯데지주는 이들 금융 계열사 지분을 각각 93.8%, 25.6% 보유 중이다. 순자산가액은 각각 2조원, 3000억원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롯데카드의 부진한 경영지표로 인수합병(M&A)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카드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776억원, 당기순이익 5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6.2%, 9.2% 하락한 수치다. 2017년도에는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469억원으로 전년도 1105억원과 비교해 57.59% 줄었다. 카드사 8곳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 전환했다.

 

특히 카드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유효 고객수도 다른 카드사 대비 적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9월 현재 유효 고객수가 750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2300만명과 비교하면 30%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규모는 최대치다. 실제로 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고객은 훨씬 더 적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여기에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 한 해 동안 롯데멤버스차이나(중국), 롯데멤버스베트남(베트남), 롯데멤버스인도네시아(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 3곳에서 총 23억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치로만 보면 롯데카드가 해외 현지 사업에서 다소 부진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지만 실상 롯데카드의 해외진출은 아직 개시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당초 롯데카드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우리은행이 최근 거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카드가 매력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인수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해당 은행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를 자회사로 보유한 은행계 금융지주사들도 정부의 카드업 규제 강화에다 업황전망도 밝지 않아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선 경쟁 입찰에서의 한 차례 유찰이 신동빈 회장의 ‘큰 그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카드·롯데백화점카드·롯데쇼핑카드의 복합체인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매출의 약 30%를 책임지고 있다. 롯데맴버스에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이관하긴 했지만, 태생이 유통회사인 롯데그룹의 활용 방안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카드 매각과 관련해 아직은 시장에서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어 보인다”며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