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학회, “최저임금 10% 이상 올리면 고용 줄어”

“노동시장 유연성 낮고 저임금 근로자 비중 높은 한국은 악형향 더 커”

곽성규 기자(skkwak@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1-08 12:22:37

미국 경제학회가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릴 경우, 제조업 기업들이 자동화 투자를 서둘러 신규고용이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를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한국에 적용할 경우, 고용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미국경제학회(AEA)에서 발표한 ‘미국 각 주(州)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시간제 근로자 100만명에 대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2015년 동안 10% 이상 최저임금을 올린 캘리포니아·매사추세츠·미시간 등 6개 주의 339개 기업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 주에서 시간당 10달러 미만을 벌어들이던 노동자 수는 최저임금을 인상한 지 12개월이 지나자 약 5%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AEA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은 기존의 근로자들을 해고하진 않았지만 사직자들이 생길 경우, 신규 고용을 하지 않거나저임금 대상자가 많은 지점과 점포를 없애는 방식으로 고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AEA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10% 올린 기업들은 대개 1년 정도가 지나자 최저임금 대상자 수가 5% 정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AEA 에 따르면 이번 조사대상 23개 산업군 가운데 서비스업 기업들은 최저임금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크지 않았던 반면, 제조업에서는 고용 감소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제조업에선 최저임금 대상이 아닌 근로자가 1년 동안 2.1%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최저임금 대상자를 줄이고 자동화를 이루면서 숙련된 기술자를 이용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일각에선 이 같은 미국의 조사결과를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제상황에 적용할 경우, 고용이나 사업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숙련기술을 사용하는 산업이 비중이 적어 최저임금의 긍정효과는 적을 수 밖에 없다“며 ”미국보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과 산업 생산성의 감소는 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숙련기술 산업의 고용과 임금도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히려 저임금 산업의 고용이 줄어 실업이 더 늘어나고 취업경쟁이 더 치열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병태 교수는 “숙련 산업의 취업준비자들도 전에 비해 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어 직업훈련이나 학교로 가 기술과 교육 수준을 높이는 등 노동경쟁이 치열해진다”며 “당연히 그런 산업 분야의 기업들은 더 많은 노동력 중 더 값싼 조건으로 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처럼 숙련산업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고 해고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보호수준이 낮은 저임금 산업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악영향이 크다”고 결론내렸다.

한편 AEA는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는 노동시장 상황과 최저임금 상승폭, 대상 기업의 규모 및 산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중소기업은 고용을 더 줄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