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이 최근 들어 4달러대를 회복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반등에 청신호가 켜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정제마진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4달러(한화 약 4500원)를 넘어선 데 이어 소폭 등락을 거듭하다가 지난 6일 이후에는 4달러대를 꾸준히 유지하더니 12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4.37달러까지 치솟았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배럴당 4.2달러를 기록하는 등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정제마진이 정유사 손익분기점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이후 정제마진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 1월 넷째 주에는 1달러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지난 1월 말 1.5달러(한화 약 1700원)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여 만에 거의 3배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것으로 정유사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정제마진 하락으로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은 호재를 만났다며 내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개선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78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 영업이익 8358억원에서 133.4%가 감소한 수치이다. 4분기 당기순이익 또한 2423억원으로 전기 4594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감소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손익구조 감소에 대해 유가 상승에 따른 제품 판매단가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92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 영업이익 3157억원에서 적자전환한 것이다. 4분기 당기순이익 또한 2478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기 실적인 2298억원에서 4776억원이 감소한 수치이다. 에쓰오일은 손익구조 감소에 대해 정제 마진 축소에 따른 정유부문 손익급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정제 마진은 평균 2달러대 후반으로, 손익분기점에 훨씬 못 미친 데 따른 부진이었다. 국내 정유사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BEP)은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제 마진 상승세는 미국 정유사들의 정기보수와 국제유가 반등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진투자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정기보수가 집중되고 계절적인 수요가 개선되면서 정제 마진이 3주 연속 상승 중이다”고 밝혔다.

 

정유사들은 2∼3년에 한 차례씩 주로 봄철에 2개월 간 정기보수를 진행하는데, 전세계 정제 능력의 18.9%를 차지하는 미국의 정기보수가 이어지고 있는 게 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발간한 ‘미국 정유사 정기보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정기보수 예정인 미국 의 정유사 21곳 가운데 2∼5월 사이에 정기보수 일정을 잡은 곳은 19곳이며, 이 가운데 아직 보수를 마치지 못한 곳이 12곳으로 파악됐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제 마진 같은 경우 미국 정유가 정기보수에 들어가며 계속 좋아질 전망이다”며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까지 정제마진이 0마진을 기록했었지만 현재는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2분기 말 5~6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하면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정제마진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박형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