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에게 문의를 하니 관세청 관계자도 “엄밀히 말하면 면세상품의 유통은 불법이라 말하기 애매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불법보단 ‘악용’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조세를 포탈하고 물건을 공급하는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 굉장히 의아했다. 면세상품을 공급하다 적발이 되더라도 공급자에게 가할 수 있는 제재는 추징 정도가 전부였다.

 

면세상품을 공급하는 이들은 온라인 쇼핑몰, 오픈마켓 등을 통해 타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했다. 애초에 세금을 떼지 않은 상품이니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적발되더라도 처벌받을 근거가 없다.

 

‘운 나쁘게’ 어쩌다 적발된다고 해도 내지 않은 세금만 내면 그만이다. 누가봐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지금까지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물건을 공급한 사람들만 바보가 된 셈이다.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쳐 물건을 판매하는 ‘정직한 사람들’은 면세상품 공급자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했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매출이 줄어든 건 물론이요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정당하게 가격을 매겨 물건을 판매하는데도 소비자들로부터 비싸게 물건을 판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그 누구라도 억울할 법 하다.

 

물론 이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관련 법안과 대책 등을 수립중이라곤 하지만 면세상품의 유통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이제 와서 정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정직하게 살면 바보’ 라는 말이 다시 한 번 상기되는 사례다. 누군가가 법의 허점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국가에겐 다시 한 번의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비판의 화살은 기업에게도 향한다. 일례로 전국 화장품 가맹점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기업이 화장품 용기 등에 면세표기를 하지 않아 면세상품 유통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기업이 면세상품 유통을 알고도 눈감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면세상품 유통으로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본사에는 큰 피해가 오지 않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관세청이 화장품 용기에 면세전용을 표기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자율에 맡긴 까닭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법을 악용하는 이들이 판을 치고 이에 따라 피해자도 줄을 잇고 있지만 국가와 기업은 면세상품 유통근절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정부는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벌이를 하는 이들을 제재하기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 역시 면세상품 유통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가맹점주의 생존권을 위해 면세상품 유통근절에 힘을 보태는 게 도리다.

 

면세상품에 전용표기를 하고 면세상품 유통을 처벌하는 방안부터 마련돼야 한다. 정당하게 돈 버는 대다수 국민들이 오히려 손해보고 있다는 심리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면 바로잡는 게 옳다. 납세의 의무는 국민의 기본의무 중 하나다. 면세제품 유통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건 납세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