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기침체가 뒤쳐진 정보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본 경제학자 고사이 유타카는 “금융이나 거시정책의 잘못이 아니라 산업 자체의 문제가 침체를 일으켰다”고 말했습니다. 이케다 노부오는 아예 일본 디플레는 1980년대부터 전개된 정보통신혁명의 지체 때문이라고 못박죠. 전통 제조업이 정보통신으로 넘어가는 조류에 일본이 편승하지 못하고 미국과 한국 등에 뒤처졌다는 겁니다.

 

왜 정보화에 늦은 것이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됐다는 걸까요? 지금 시가총액 1등부터 10등 사이를 보면 죄다 IT 기업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이죠. 이러한 기업은 정보화를 통한 네트워크(연결)에 기반을 둔 기업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들은 내수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크고 전세계로 뻗어나간 기업이라는데 있습니다. 일단 미국기업이 그렇고 중국기업은 전세계로 뻗어 나가지 않더라도 중국 내수가 세계적인 곳이죠. 그런데 일본은 참 애매합니다. 내수시장 규모가 1억 3천만 명이니 말입니다.

 

그전에는 어땠을까요? 그전에는 정보화를 통한 네트워크가 없었습니다.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당시 소니에서 세계적인 메가히트 상품인 워크맨은 혼자서 음악을 듣는 형태의 뮤직 플레이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애플의 아이팟이 나오면서 음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다운 받는 것이 아닌 스트리밍(연결해서 듣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기본적으로 내수가 뒷받침되고 그 다음 세계화 시킬 수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모델인 셈입니다.

 

페이스북보다 더 먼저 나왔던 한국의 싸이월드는 빈약한 내수와 언어(한국어)의 한계로 한국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들어오자 바로 사멸해 버렸습니다.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먼저 만들어졌다면 페이스북처럼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한때 영국애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영국의 땅 넓이가 세계에서 가장 넓다고 말이죠. 왜냐하면 영어를 쓰는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가 어마무시하게 많고 식민지가 아니더라도 영어를 쓰는 나라가 많다는 이유에서죠. 네트워크 세상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소통이 잘 된다는 얘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길거리를 가면서도 유튜브를 통해 세계의 음악을 듣고 영상을 봅니다. 그런데 그 장벽이 있다면 뭘까요? 바로 언어 장벽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언어장벽이 없는 정보화 사회, 네트워크 사회에서 잘 나갈 기업은 예전과는 다른 기업입니다. 그것은 베낄 수 없는 기업이죠. 페이스북 본사에는 어마어마한 슈퍼컴퓨터가 있을까요? 아닙니다. 책상에 컴퓨터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면에서 이제 세계 1등은 이러한 문화와 콘텐츠 그리고 정보화, 네트워크화에 적응하는 기업이 더 시가총액도 높고 발전도 가능한거죠. 미국 자동차의 대명사인 GM과 이번에 상장하는 우버의 시가총액 중 어떤 것이 더 높을까요? 우버가 140조 정도 예상하는 반면 GM은 60조 정도 됩니다. 거의 2배 차이나죠. 이것이 새로이 나올 미래기업의 특징입니다. 이런 것에 적응하지 못하면 언제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추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