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으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엔 한국경제 위기를 바라보는 우려가 가득하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이 소폭 확대됐으나,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하는 모습이다”며 “내수가 둔화하는 가운데 수출이 위축하는 모습을 유지하는 등 전반적인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KDI가 직접적으로 경제에 대해 우려를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한국경제에 대해 처음 ‘정체’라는 표현을 쓴 이후 매달 표현의 강도를 높여왔다. ‘점차 부진’에서 ‘부진’을 거쳐 아예 이번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적었다. 산업 생산이 소폭 확대되긴 했지만, 내수 둔화와 투자·수출 부진 등 다른 지표가 모두 좋지 않아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수출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월 대비 9.4% 감소했다. 전달(-2%)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이 각각 30.5%, 16.2%씩 감소한 데 이어 무선통신기기는 무려 32.2%나 감소했다.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4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1.4%로 1분기보다 0.3%p 감소했다. 지난해 3·4분기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를 국민들은 몸소 체감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줄어든 소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타로 작용하고 있다. 시내 번화가엔 하루가 멀다하고 가게 간판이 바뀌고 있다.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이라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제조업 현장에서도 곡소리가 나긴 마찬가지다. 공장 임차료를 낼 돈이 없어 공장 문을 닫고 기계를 시장에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피눈물 흘리는 공장주들이 적지 않다. 중고시장에선 공작기계 및 설비가 헐값에 나와도 팔리지 않아 쌓여가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경제실패가 국민들을 낭떠러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간 거듭된 경제위기 신호에도 낙관론을 고수해왔던 청와대는 돌연 경제 하방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정책을 고수하며 낙관적인 전망만 늘어놓던 청와대가 경제난에 대해 인정한 것이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잘못된 경제정책에 대한 개선이나 대안이 아니라 또 다시 추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제 실패에 대해 인정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 보단 세금 퍼붓기식 추경으로 급한 불만 끄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위기가 여야간 공방으로 추경이 이뤄지지 않아서라며 책임마저 떠밀고 있다. 추경으로 퍼붓기식 단기 일자리를 찍어내봤자 혈세만 낭비될 뿐 실업률 해소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난 2년간 증명됐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