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17일(현지시간) 미 하원 재무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가상화폐 ‘리브라(Libra)’ 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리브라 사업을 담당하는 블록체인 총괄 데이비드 마커스는 이날 청문회에서 미 의회와 규제당국이 가상화폐 암호화에 대한 우려를 검토할 때까지 사업을 중단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확답을 피함으로써 중단하지 않을 뜻을 전달했다.

 

마커스는 의원들이 “가상화폐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냐”고 묻자 “시간을 들여 이 문제(가상화폐 암호화에 대한 우려)를 해결할 것이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사업중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대신 했다.

 

그는 이어 “모든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때까지 우리는 이 사업을 출시(launch)하지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당분간 보류라는 의미다.

 

앞서 페이스북은 마커스를 통해 지난 16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사전 발언에서 “리브라를 출시하기 전에 규제당국이 시간을 들여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돈세탁·탈세 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는 리브라 출시를 보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최근 페이스북의 사생활 침해와 보안 우려와 더불어 가상화폐 사업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민주당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리브라는 마약 거래자, 인신매매, 테러리스트, 국제 제재 대상자와 탈세범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이다”며 이는 “9·11테러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내년에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해 사용자들이 송금·결제에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달러에 연동되는 리브라는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가상화폐로서의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닌 실생활에 달러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한다는 소식이 처음 나오자 이는 가상화폐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페이스북이 리브라 출시를 보류한다는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이 약 30% 하락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27개 파트너사와 함께 내년 리브라 출시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캘리브라(Calibra)라는 디지털 지갑을 만들어 가상화폐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계획이 실현될 경우 20억명 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페이스북이 화폐를 찍어내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페이스북이 은행이 되고 싶다면 새로운 은행법을 만들어 다른 국내외 은행처럼 모든 은행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으며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가상화폐가) 돈세탁과 테러 금융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