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속증여세법에 규정돼 있는 ‘유사매매사례가액’ 과세 제도는 지난 수 년 동안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애매모호한 제도다.

 

아파트 등의 주택 시가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 기준시가에 의해 세금을 계산하되 주위에 유사한 매매사례가 있을 경우 해당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과세하는 것이다. 상속의 경우 6개월 이내며 증여는 3개월 이내다.

 

그러나 이 유사매매 기준이 해석하기 나름이어서 과세당국이 과세기준으로 설정한 유사매매사례를 납세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조세불복의 ‘단골메뉴’가 된지 오래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A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어머니로부터 증여 받은 아파트에 대해 과세당국이 설정한 매매가액에 반발하며 조세불복을 제기한 경우다. 심판원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지난 2010년 2월 5일 모친으로부터 아파트를 증여 받은 A씨는 기준시가인 1억9200만원을 증여재산가액으로 삼아 지난해 5월 증여세 288만원을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A씨가 증여 받은 아파트와 같은 단지의 같은 평수 아파트가 2009년 10월 30일 2억6000만원에 매매된 거래된 내역을 확인했다. 그리고 증여세를 재계산 해 801만6380원의 증여세를 결정·고지했다.

 

그러자 A씨는 즉각 반발했다. 과세당국이 유사매매사례를 적용하려면 증여세의 경우 평가기준일 전후 3개월 이내 기간 중 매매가 있는 경우의 거래가액을 제시해야 하는데도 증여일인 2010년 2월 5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09년 10월 30일 매매된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유사매매사례가액 적용 기간이 지났지만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인정돼 증여 후 3개월이 지난 매매를 증여세에 적용하려면 ‘재산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이 같은 절차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과세당국은 “A씨 아파트의 경우 증여일과 비슷한 시기의 같은 단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2억6000만원에서 2억9000만원에서 형성된 사실이 있었다”며 “평가기간이 아니더라도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산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매매 등의 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의 조세불복을 심의한 심판원은 세법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심리를 진행했다.

 

심판원은 과세당국이 △유사매매사례로 적용한 아파트의 매매계약일이 A씨의 증여일로부터 3개월을 넘겼다는 점 △과세당국이 실제로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시가를 적용하려 했던 점 등에 주목했다.

 

심판원은 “과세당국이 쟁점아파트의 증여재산가액을 평가함에 있어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치지 않고 3개월이 경과한 비교평가아파트의 매매가액을 시가로 보아 A씨에게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됐다”며 과세취소 처분을 내렸다.

 

정리해 보면 상속 및 증여세에 적용되는 유사매매사례 적용은 언제나 논란거리를 안고 다니는 과세행정의 ‘시한폭탄’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A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과세당국의 처분은 상당히 안이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과세당국이 아무리 과세에 자신이 있었더라도 법과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는 심판례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