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는  ‘텍스트 에디션’으로 출간돼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나는 매일 고양이가 되어갑니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 ‘나’를 둘러싼 네 여인과 네 마리의 고양이에 얽힌 사랑이야기가 골격을 이룬다.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어법과 파편화된 서사구조로 소설 읽기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작가는 불규칙한 서사구조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해주는 동화와 같은 그림이 함께하길 원했다.

 

이러한 작가의 간절한 열망이 배민경 작가(현재 홍익대학교 일러스트레이션 박사과정 중)와의 만남으로 이어져 소설읽기의 색다른 유희를 주는 새로운 그림책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가 탄생됐다.

 

‘신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은 고양이’라고 했던 레오나로드 다빈치의 말처럼 고양이는 매력적인 동물로 예로부터 유명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오늘날처럼 각박해진 현실에서 고양이는 고독한 영혼들에게 존재만으로 사랑받고 있다. 고양이 애호가이자 작가인 엘렌 페리 버클리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그들 중 고양이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것 처럼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욕망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다.

 

이는 함께 하지만 소유할 수 없고 떨어지지 못하는 모습처럼 사랑의 애매모호한 속살과 닮아있다.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를 읽다 보면 인간 내면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고독, 그리움, 사랑의 그림자가 그 실체를 드러내며 독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작품 속에는 ‘사랑이 숭고하다면 그 이유는 불가능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사랑의 목적지가 이별이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 ‘지독한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불행과 행운의 차이는 ‘아’와 ‘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고양이가 되는 일은 문법이 아니라 사랑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등의 문장이 배열돼 독자의 마음에 울림으로 다가온다.

 

작품에서 이루지 못한 첫사랑과 결핍의 빈자리에 새로운 사랑이 찾아 들어온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이별을 말하고 누군가의 절실한 위로가 필요한 그 자리에 저자는 고양이 ‘델마’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김은상 작가는 숨길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을 작품 속에서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글은 단편적으로는 사랑가와 같은 한 편의 시가 되었다가 또 그것들을 병렬시키면 소실이 된다.

 

이 작품에서는 시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학성을 발휘한다. 이러한 인간의 감성을 파고드는 문학적 필치에 한 고독한 영혼이 인간이길 거부하고 고양이 ‘델마’로 되어가는 과정상 비약적 억지논리는 끼어들 틈이 없다.

 

특히 이 작품은 문자와 그림의 앙상블 혹은 독립적인 회화로서의 상상 등이 독자들을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공간으로 인도할 것이다.

 

[이지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