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FLRY)는 지난 2015년 9월 결혼식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은 웨딩꽃을 기부 받아 평소 꽃을 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로 시작하였다. 지금은 그 활동을 기반으로 기업과 함께 하는 CSR사업, 소셜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 등 사업을 넓혀 나가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추운 겨울날 크리스마스 산타처럼 환한 웃음을 짓는 배난주 사무국장(30대·여)과 최유진(40대·여)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았다.

 

“결혼식을 갔다가 아름답게 장식된 꽃들이 한번 사용된 후 바로 버려지게 된다는 게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꽃을 기부받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됐죠”

 

실제로 결혼식 한 번에 사용되는 꽃 장식 비용은 보통 2000만원에서 3000만원 가량 쓰인다고 한다. 플리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만1790개의 꽃다발을 재탄생시켰다. 이 꽃들은 어르신, 장애인, 호스피스환자, 아동 등 수혜기관에 전달됐다.

 

“꽃은 한번 잘리고 나면 그때부터 금방 시들기 때문에 당일 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절차는 패킹이 끝난 꽃들은 바로 수혜기관으로 전달돼요. 그리고 사전에 모집한 봉사자분들과 활동 준비를 한 후 수혜기관분들과 함께 원예활동을 진행하죠”

“처음에는 저희가 봉사자분들과 함께 결혼식장에 직접 가서 꽃을 수거했어요. 그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지금은 조금 더 완결성 있게 진행하기 위해 결혼식 꽃 장식을 담당하는 플라워 담당자님에게 꽃 패킹을 부탁드리고 있어요”

 

그 외에도 플리는 지역아동, 어르신들과 함께 원예수업을 진행한다. 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꽃처럼 예쁜 웃음꽃이 활짝 핀다고 배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주로 독거어르신분들 같은 경우는 홀로 적적하게 계시다가 꽃꽂이를 하러 나오시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이야기도 나누며 꽃을 만드니까 더 즐거워하시는 거 같아요. 꽃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어울리는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바로 꽃이 가진 힘이 사람을 이끌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아울러 꽃을 기부하는 당사자 혼주들도 매우 뿌듯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축복받은 날 그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에서 가장 큰 뿌듯함을 느낀다고 최 매니저는 이야기했다.

 

“저희가 나중에 전화로 어떠셨는지 후기를 여쭤봐요. 그러면 주변 분들이 반응이 더 좋았다고 말씀해주세요. ‘잘했다’라는 반응이 돌아온대요.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저희에게 꽃 기부 신청을 해주시기도 해요”

또한 플리는 ‘Flower Trash Festival’라는 꽃 축제 후 버려지는 꽃을 활용하여 업사이클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셜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5월마다 꽃 축제가 많이 진행되잖아요. 그 시즌에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요. 꽃 축제가 끝난 후 그 꽃들은 바로 베어져서 버려지게 돼요. 그래서 그 꽃들을 다시 한 번 활용할 수 있도록 꽃축제가 끝난 다음 주에 시민들이 함께 모여서 꽃을 가져가고 싶은 만큼 가져가는 캠페인을 반포 서래섬에서 진행했어요”

 

“지난해에 처음 진행할 때에는 기획하고 홍보하는데 한 달의 시간 밖에 없었지만 천 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주셔서 깜짝 놀랐던 것 같아요. 캠페인이 가진 의미에 동참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걸 느끼고는 매년 진행하고 있고 내년 5월에도 반포 서래섬에서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최 매니저에게는 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결혼 후 아이를 낳은 이후 경력단절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헤매던 중 만난 것이 바로 꽃이었다. 최 매니저에겐 꽃은 위로 같은 존재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오랜 시간 동안 회사를 다니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아이가 3살 정도 됐을 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만나게 된 게 꽃이었죠. 실제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고요. 육아 우울증도 있었는데 때때로 꽃이 위로가 됐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뉴스레터에 실린 대표님의 인터뷰를 보게 됐어요. 웨딩 꽃을 재활용해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회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바로 지원하게 됐죠. 채용공고 밑에 아이엄마도 환영한다는 문구에 바로 지원하게 된 거 같아요”

 

최 매니저는 꽃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힘은 무한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번 유채꽃 페스티벌 같은 경우도 꽃은 향기롭다, 아름답다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활용돼 다시 한 번 아름답게 재탄생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기부받은 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부분들을 더 발굴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배 사무국장도 꽃이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전 직장에서 힘들 때 꽃을 배웠는데 배우러 갈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꽃을 만날까 설레고 참 좋았어요. 그 때는 꽃을 통해 위로받는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플리에서 일하면서 꽃이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많이 확장된 것 같아요. 제가 느꼈던 것처럼 꽃을 통해 기쁨과 힘, 위로를 전달할 수도 있고 또 꽃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도 줄 수 있고 소통도 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저희는 꽃이라는 것을 매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꽃과 관련된 콘텐츠를 기획하고 캠페인을 운영해 나갈 거예요. 어떤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찾아갈지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리고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님이 계시다면 플리를 통해 더욱 의미있는 결혼식을 만드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