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수진영 원로급 정치인들을 향한 비판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여당의 독주에 맞서기 위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중심의 보수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주도해야 할 원로급 정치인들이 오히려 자기 욕심을 챙기기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의 행보는 자유한국당 총선 승리의 첫 단추인 ‘쇄신’을 거부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해지는 분위기다. 현재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주도로 참신한 인물 중심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국민신뢰 회복 노력이 한창인 상황이다. 따라서 일부 원로급 정치인들의 최근 분열행보는 권력독주를 견제하고 국운을 바로 세우는 노력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보로 평가되고 있다.

 

홍준표, 이재오 등 원로 정치인들 독자노선 행보에 “권력독주 부추기는 자기정치” 비판

 

지난 23일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국민통합연대(이하·통합연대)가 출범했다. 무능하고 정의와 공정을 내팽개친 정권을 끝장내고 헌법이 보장한 자유와 기본권을 모든 국민이 마음껏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단체에는 과거 보수정당에서 활약한 고령의 원로급 인사들이 속해 있다.

 

대부분 친이명박계(이하·친이계), 비박근혜계(이하·비박계) 등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았으며 박관용 전 국회의장, 노재봉 전 국무총리 등이 원로자문단으로 참여했다. 대선 패배, 지자체 선거 참패 등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안상수 전 창원시장 등도 창립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통합연대는 표면적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보수통합 대원칙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제1야당이자 보수대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새로운 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무기력한 야당만 믿고 따르기에는 너무 답답하고 앞날이 보이지 않아 창립한 것이 국민통합연대다”고 공개 선언했다.

 

대표적인 보수진영 정치인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과 함께 새로운 보수정당 창당을 앞두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갈등의 골을 결국 좁히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현재 유 의원은 내년 1월 신당 창당을 목표로 당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 거부한 원로급 구태 정치인 집단행동 무시하고 쇄신·물갈이 노력 밀고 나가야”

 

최근 보수진영 일부 원로급 정치인들의 행보를 두고 대다수 국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여당의 권력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통합이 시급한 상황에서 자기정치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과 함께 반드시 수반돼야 할 ‘쇄신’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세대교체를 거부한 것은 사실상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진정성 있는 혁신철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만난 여인국(36·남) 씨는 “이념과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보수진영이 너무 사분오열돼 진보진영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은 연대를 잘하는데 유독 보수진영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균형이 맞지 않아서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며 “밉든 좋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세력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역 인근에서 만난 정선영(40·여) 씨는 보수진영 원로급 정치인들의 희생정신 부족과 구태정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보수세력은 희생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며 “국민과 국가를 위한 행보를 전개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만 일삼는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진영에서 강조하는 자유시장 논리에 수긍해야 통합이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며 “작은 정당이 큰 정당에 흡수되고 그들끼리 협의를 통해 각자 역할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원로급 인사들은 정치 신인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세운 집단의 세력화 및 정당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연대단체들은 과거에도 많이 만들어졌지만 지금 상황에서 재야의 보수 인사들이 연대단체를 만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보수가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창립 명분이 매우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가 순수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정당화, 세력화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원내에서 보수진영 창당 릴레이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염두한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며 “입으로는 반대를 외치지만 속마음에서는 가능성을 점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단체의 출범, 정당 창당 등은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다”며 “승리가 유력한 당과 협력하는 등 자연스러운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리 과정에서 원로 정치인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쇄신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국민들을 믿고 원로 정치인들을 과감히 배제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쇄신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