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는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시키기 위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허황된 미신으로 매도했다. 그 결과 풍수지리 사상 역시 사람들에게 허황된 이야기로 치부되곤 한다. 풍수지리 사상은 5000년 전부터 이어진 동양학의 하나로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풍수지리는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직접적으로 관장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연말을 맞아 거리에 구세군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강남역 인근에서 조태운(56) 정산풍수명리연구원장을 만났다. 조 원장은 학부시절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 관심이던 동양학을 공부하기 위해 40세 무렵 명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으며 이후 대학원에서 미래예측학·풍수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 원장이 풍수지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운명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자신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늘어만 갔다. 혹시 사람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됐으며 이에 동양학과 관련된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가 어렸을 때 가졌던 막연한 의구심이 더욱 굳어지게 된 것은 IMF시절 운영하던 사업체가 부도가 나면서부터다.

 

“대학 졸업 후 대전에서 학생복 사업을 시작했어요. 대전 지역 내 135개의 초·중·고등학교 전체 학생들의 교복을 제조·생산·판매·유통 했죠. 한창 때는 직원이 20여 명에 달할 정도였고 시즌 때는 아르바이트생까지 합쳐 80여 명이 있던 때도 있었죠.”

 

“그러다 IMF가 터지면서 한 순간에 내리막을 걷게 됐죠. 당시 한신공영이 부도가 나면서 전국의 한신코어점이 모두 부도처리된 거죠. 피해를 정말 많이 봤어요. 어떻게든 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도 잘 풀리지 않더군요.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철학관에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잊고 있던 동양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에 조 원장은 본격적으로 풍수지리를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에 갖고 있던 집까지 팔면서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딸과 아들이 대학생이었어요. 저까지 공부에 매진하다 보니 집에 대학생만 셋이라 한 학기 등록금이 1500만원 정도 들었죠. 월세집으로 옮겨가며 정말 어렵게 버텼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한창 돈을 벌어야 할 나인인데 무모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조태운 원장은 어떤 학문이든 진리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학문의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선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며 좋은 스승을 고르는 것은 개인의 복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어떤 학문을 공부하든 항상 최고의 스승을 만났어요. 풍수학을 비롯해 명리학, 육임학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스승에게 배운 덕에 해당 학문의 정수를 알게됐죠.”

 

“국내 풍수학의 최고 원로인 장태상 교수님 밑에서 힘들게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난 후 세상이 좋아지고 모든 사람들이 저를 찾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절 찾지 않더군요. 그때부터 정신차리고 시간강사, 개인 사설 강의 등을 시작하면서 불교TV에 문화강좌를 개설하고 5년동안 강의를 하기도 했죠.”

 

인고의 시간을 거친 덕분인지 조 원장은 현재 글로벌 사이버대학교에서 9년째 풍수학을 강의하고 있다. 매년 강의를 거듭하면서 이를 통해 느끼는 감회도 남다르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 연령대가 보통 50대에서 60대가 많아요. 많으신 분은 84세도 계신데 배움에 대한 열의를 보면 나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밝혔다.

 

“70살이 넘어 머리가 빠져도 그 모든 게 관록이 되며 경험이 되는거에요.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으러가거나 활동하는 것이 그분들에겐 삶의 원동력이자 활력이 되는 것이죠.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더라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죠.”

 

 

그는 5년 전 현재의 사무실이 자리한 강남역 인근에 풍수명리연구소를 열고 개인의 길흉 상담, 회사와 사업장의 입지요건과 길흉을 풍수지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학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신으로 치부되며 저평가 되고 있는 풍수지리학의 저변 확대를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태운 원장은 “동양학이 제도권에 포함돼 박사학위를 받은 것 중엔 제가 1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이후 경기대학교, 공주대학교 등에서 석·박사 과정이 만들어졌죠. 학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만큼 저라도 풍수지리학의 현실적 적용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풍수를 미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에요. 동양학은 500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학문이에요. 단순히 미신과 사기라면 그 긴 세월동안 명맥을 이어왔다는 게 말이 안되는 거죠.”

 

“풍수를 구빈지학(求貧之學)’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빈한함을 구제할 수 있는 학문’이란 뜻이에요. 인간사의 모든 길흉화복의 문제의 해결을 넘어 이 시대의 사회·경제·정치·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죠. 개인의 명운을 넘어 국가의 운명도 풍수지리를 통해 내다볼 수 있어요.”

 

그는 사람이 영적인 동물이며 결코 디지털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과학적인 것은 옳고 비과학적이면 모두 틀리다고 치부하곤 하죠. 이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될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에요. 세상의 범주는 비과학이 훨씬 많아요. 인간은 기운을 받고 사는 존재에요. ‘감기’, ‘기가 막히다’는 것처럼 모두 기놀음이죠.”

 

조 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풍수사상의 현실적 적용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잘못된 도시개발이나 건축물 등으로 의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개인이며 나아가 사회적 재앙 마저 맞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사람들이 명당에 대한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한 번 명당은 영원한 명당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람의 운은 1년 단위로 변하지만 땅은 그 주기가 20년이에요. 명당의 기운이 쇠한 곳에 조상의 묘를 쓴다거나 집을 짓고 살면 불행을 면하기 힘들죠. 현실적으로 보면 아파트 미분양, 혁신도시 정책 실패로 인한 지역경제 붕괴 등을 꼽을 수 있어요.”

 

그는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대개 풍수적 요인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수년 전 풍수컨설팅을 하던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어요. 당시 잠실에 45억원 가량의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가 제게 전화를 걸어 건물을 팔아야 할지 말지 묻더군요.”

 

“건물의 위치를 보니 석촌호수 밑에 있었죠. 본디 풍수는 산과 물의 논리라 호수를 끼고 있으면 명당으로 생각하기 쉽죠. 그러나 제가 풍수를 보니 당시 8운에 동북(東北)간 대흉의 기운이 들어왔었죠. 석촌호수를 동북방향에 쥐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화를 입을 것이라 파는 것을 권했고 결국 건물주는 건물을 팔았어요.”

 

“건물주가 잔금을 치르고 정확히 열흘 후 건물이 위치한 방향에 싱크홀이 생겼어요. 이로 인해 그 일대 건물들이 조금씩 기울어 버리면서 가격이 폭락하게 된 거죠. 정확히 석촌호수를 기준으로 서남쪽 방향에서만 그런 현상이 일어났어요. 그 후 건물주가 전화가 와서 감사함을 표하기도했죠.”

 

그는 개인이나 기업의 풍수컨설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강단에서도 강의를 하고, 풍수의 현실적 적용에도 힘쓰고 있지만 때때로 부족한걸 느껴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늘 최고일순 없어요. 영원할 수도 없죠. 어떤 학문이든 임계점을 넘어야 하고 학문하기를 우물을 파듯 정진해야 해요. 100삽, 1000삽을 파야 진리에 샘물의 맛을 볼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진리탐구의 길을 걸어 갈 거에요.”

 

[장수홍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