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백년대계 일군 미래지향형 이승만리더십

자유시장주의 명문화…농지개혁·인재육성·원자력발전 경제성장 기반 마련

강주현 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1-09 00:07:57

▲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를 주름잡는 경제강국으로 우뚝 섰다. 대한민국이 일제강점과 전쟁이라는 아픔을 이겨내고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밑바탕엔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한 1950년대 경제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초대 정부인 이승만 정부가 펼친 경제정책들은 이후 경제중흥의 토대가 됐다. 사진은 대한상공회의소 중앙상공장려관을 방문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모습.[사진=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한민국은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와 6·25전쟁(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빈곤국가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북한의 침략으로 발발한 한국전쟁 이후엔 국토가 황폐화되고 국민 대다수가 굶주림에 시달렸다. 그러나 1950년대 대한민국 초대 정부인 이승만 정부의 자유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한 경제정책 덕분에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대한민국의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도입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사상적 토대를 구축했다. 향후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산업발전의 첫 걸음인 에너지 정책에 대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그린 굵직한 정책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탄생했다.

경제발전 토대 일군 자유시장주의 첫 도입…획기적 경제성장 기반 마련

정확한 통계는 남아있지 않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던 1948년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3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예기치 못했던 급격한 사회 변화와 대내외적 충격 등으로 경제가 크게 흔들렸던 탓이었다. 일제강점기 시대 종료와 함께 일본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사무실과 공장 등이 문을 닫았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여기에 북한이 나라의 중공업과 발전소 등을 통째로 빼앗아가면서 당시 대한민국 경제는 그야말로 암흑기나 다름없었다. 사회가 안정되기 전에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해 대한민국 경제는 사실상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된다. 세 번의 해가 바뀌고 전쟁은 마무리됐지만 전쟁의 상흔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온 나라에 절망만이 가득했다. 경제원조 없이는 국민들이 배를 채우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주저앉지 않았다. 이승만 정부는 경제대국 도약을 위한 큰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래를 내다본 각종 경제정책을 수립해 황폐화된 국가재건에 힘을 쏟았다. 특히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도입해 경제발전을 위한 사상·정잭적 기반을 마련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도의 경제성장의 성과인 ‘한강의 기적’의 기반이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진 셈이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당시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도입, 적용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제헌헌법에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명문화했다. 이는 당시 공산국가의 범람 속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던 토대나 다름없었다. 이후 자유시장 경제체제 연착륙을 위한 각종 정책을 펼쳤다.

‘농지개혁’이 대표적이다. 농지개혁을 통해 농민들에게 토지를 나눠줘 경제발전의 기초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농지개혁은 당시 국민(농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사유재산이란 개념을 각인시켜 한국전쟁 중 대한민국 농민들이 공산주의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력을 발휘해 전쟁의 피해가 막심한 대한민국에 대외원조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1950년부터 1959년까지 미국의 여러 대외원조기구를 비롯한 국제연합한국재건단(UNKRA), 한국민간구호계획(CRIK) 등을 통해 36억달러 이상의 물자를 무상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 이 물자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투입됐고 당시로선 높은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씨앗이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록이 남아있는 1954년부터 1959년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4%에 달한다. 1960년대, 1970년대 고도성장시대 성장률엔 못 미치지만 다른 후진국들에 비해선 높은 성장률이었다. 1950년대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3.7%, 2.7% 등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는 1955년부터 1960년까지 4.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대통령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화폐개혁을 단행하기도 했다. 전쟁으로 화폐가치가 크게 떨어져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화됐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통화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화폐개혁에 따라 당시 100원은 1환으로 교환됐다.

유례없는 경제성장 ‘한강의 기적’ 토대 마련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큰 그림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195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정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전반적으로 미래지향적이었다는 점을 꼽는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원조를 유치해 당장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을 법도 했지만 이승만 정부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경제강국 도약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우선 당시 이승만 정부는 국가적으로 생산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당시 미국은 우리나라에 소비재 위주 원조를 실시하며 원조로 충당하지 못한 품목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라는 식의 권고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나라로 거듭나길 원했던 이승만 정부는 미국에 생산재 원조를 꾸준히 요구했다.

▲ 이승만 정부는 미래지향적 경제발전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례로 이승만 정부는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원자력 발전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했다. 사진은 원자로 기공식에서 시삽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산업 구조의 공업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많은 역량이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이 수립되기도 했다. 본 계획의 작성엔 당시 계획기구였던 부흥부의 관료들과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산업개발위원회가 참여했다.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은 1959년 수립됐고 이듬해 실행될 예정이었으나 정권이 바뀌며 무산됐다. 비록 실행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박정희정부 경제개발 계획의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자립경제체제의 확립이라는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로서 우선 자립화의 기반을 조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목적 달성을 위한 주요 과제는 △식량의 대외의존도 경감을 통한 농산물의 수급 균형 실현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생활필수품 자급과 고용기회 증대 △수출산업 육성을 통한 국제수지 개선 △동력, 운수, 통신, 수리 등 사회기본시설을 확충 등이었다.

이승만 정부는 교육에도 공을 들여 대한민국의 산업화에 기초체력을 다지기도 했다.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한글보급에 나서 문맹률을 낮추는 등 인적자원 개발에 공을 들였다. 당시 노력 덕분에 1960~1970년대 대한민국은 물적자원 부족의 어려움 속에서도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실현할 수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토대가 마련된 것도 1950년대다. 이승만 정부는 우리나라에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이 전무한 만큼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원자력 발전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했다. 국비를 들여 젊은 학자들을 미국 원자력 연구소로 유학 보냈고 서울대학교에 원자력학과를 만들었다.

1959년에는 35만달러를 들여 실험용 원자로를 만들기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82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천문학적 금액이 원자력 발전에 투자된 셈이다. 당장의 끼니 때우기에 급급했던 나라의 파격적인 결정은 훗날 원전을 수출하는 ‘원자력 강국 대한민국’의 토대가 됐다.

1950년대 대한민국 경제정책에 대해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어려웠던 시기였던 만큼 큼지막한 경제정책은 많지 않지만 당시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명문화된 건 대한민국 경제사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꼽을 수 있다”며 “농지개혁을 실시한 점도 중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조금 쑥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대외원조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원조경제를 실시한 것도 중요한 경제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950년대 당시 대한민국은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으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생산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미국은 우리나라의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시켜주려고 소비재 위주 산업을 권고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이 고집을 부려 생산재 원조를 요구했고 이는 훗날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승만 정부는 경제발전 계획도 수립했는데 실현엔 실패했지만 박정희 정부의 경제발전 계획 수립에 근간이 된 게 이승만 정부의 경제발전 계획이다”며 “한글보급 등 교육에도 공을 들여 우리나라의 인적 자원을 잘 개발한 것도 이승만 정부의 공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석유가 안 나는 만큼 원자력 발전을 키워야 한다는 혜안도 보였다”며 “당시 서울대학교에 원자력학과를 설치하고 젊은 학자들을 미국에 유학 보내는 등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준비도 했던 게 이승만 정부의 공로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