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국토 전체가 황폐화돼 다른 나라의 원조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빈곤국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을 거치면서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세계 각 국에서는 한국의 고속 경제발전 모델을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으며 연구하고 배우기를 자처하기도 했다.

 

위대한 경제발전 모델로 평가되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장본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자본주의를 지도이념으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중화학공업 중심의 수입대체산업을 육성했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철도 중심의 육상운송을 도로 중심으로 바꿔 산업 근대화의 주춧돌을 놓았다. 공장 하나 없던 대한민국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신화 창조의 기틀은 대부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정권 초기엔 경공업 중심의 제조 상품 수출에 역점을 뒀다가 점차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수출주도 고도성장정책’을 추진했다. 1973년 1월 산업 구조를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철강·비철금속·기계·조선·전자·화학 공업을 6대 전략 공업으로 선정했다.

 

1981년까지 중화학공업의 비중을 전체 51%로 늘린다는 목표와 함께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와 수출 100억 달러 달성 등의 계획도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비전발표와 동시에 즉각 실행에 돌입했다. 특히 국민들의 빈곤 해결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는 대의를 위해 역사의 아픔도 감내해냈다.

 

당시 변변한 공장하나 없던 한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고 이에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에 나섰다. 1964년 수출액이 1억19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은 8억 달러의 청구권 자금을 회득했고 이를 통해 기술인력 양성과 중화학공업 성장에 집중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표산업으로 자리매김 한 자동차·조선 산업도 이 시기에 싹을 틔웠다. 1950년대까지 한국에서는 미군 트럭이나 지프의 부품을 재활용해 자동차를 만들었고 1960년대에 들어와선 외국 모델의 부품을 수입, 단순 조립을 통해 완성차를 만들었다. 자동차 생산량은 늘었지만 부품 수입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으로 벌어들이는 외화수익은 적었다.

 

정부는 1970년대 초 자동차 및 주요 부품의 국산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완성차 조립 회사는 엔진가공공장과 차체 공장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으며 업체의 국산화 실적에 따라 허가 생산량에 차등을 뒀다. 1973년에는 각사에 고유모델 승용차를 개발하도록 독려했다. 기아산업은 1974년 국산 엔진을 장착한 승용차 ‘브리사’를 처음 생산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도 고유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디자인은 이탈리아 회사와, 엔진과 변속기는 일본 미쓰비시 등과 계약해 1974년 10월 포니를 출시했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고유모델국이 된 것은 세계 16번째, 아시아에선 두 번째였다. 이후 1970년대 말 중동건설과 중화학투자로 한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자동차산업은 급성장했다.

 

비슷한 시기 조선업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1960년대 말까지 조선업계는 국내 수요가 적다보니 대부분 영세 업체들뿐이었다. 상공자원부(현 산업자원부)는 1970년 우리나라에 원유를 공급하던 미국 걸프사가 대한조선공사에게 선박을 발주토록 요청했다. 이후 대한조선공사는 걸프사에 1973년까지 2만~3만톤급 소형 유조선 12척을 건조해 인도했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목격한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조선업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조선회사와 기술 제휴를 맺어 설계도면을 얻고 사원들을 연수 보내면서 기술 성장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1960년대 말 일본의 1/20 가량에 불과했던 한국 조선업 생산성은 1984년엔 그 절반으로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 한마디로 정부, 기업, 근로자 등의 땀과 눈물의 결정체였다.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똘똘 뭉친 대대적인 노력 덕분에 1973년부터 5년 동안 제조업의 성장률은 20%나 됐다. 1979년에는 전체 제조업에서 중화학공업의 비중은 54%에 달했다. 제조업 성장이 곧 중화학공업의 성장이었던 셈이다. 그 해 수출한 공산품 중에서 중화학 제품 비중도 48%에 육박했다. 덕분에 수출 100억 달러, 국민소득 1000달러의 목표도 계획보다 무려 4년이나 이른 시기에 달성할 수 있었다.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육상운송은 철도중심이었다. 일본강점기 때 부설된 철도를 통해 물류나 물자를 옮겼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위해 노력했지만 대부분 산업철도 건설에 치중해 상대적으로 도로개발이 부진했다. 도로 사업은 대도시 지역의 도로포장사업, 지역 간 도로의 선형개량사업 등에 한정됐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 경제는 계획보다 초과 성장한 데 반해 도로 부문의 저조한 투자로 수송문제가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지속적 고도성장에 따른 육로수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7년부터 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1964년 박 전 대통령이 서독을 공식 방문했을 당시 그가 겪은 경험이 자리하고 있었다.

 

경제 부흥을 위해 고심하던 박 대통령은 1964년 서독 방문 시 1932년 건설된 아우토반을 기반으로 ‘라인강의 기적’을 이뤄낸 현장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후 제2차 경제개발계획엔 경부고속도로를 기반으로 하는 수출형 기간산업 육성에 초점을 뒀고 1967년 5월 2일 전국을 큰대(大)자로 연결하는 대국토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경부고속도로는 생산지와 주요 대도시 그리고 수출 항구 간의 물류수송을 원활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당시 경제개발계획의 주요 목표였던 수출 중심의 중화학공업단지가 형성됐다. 아울러 철강, 석유, 화학, 조선, 자동차, 전자 등의 발전을 가져왔다. 개편된 산업구조는 수출을 증대시켜 국민소득을 향상시켰고 소비를 활성화해 내수산업을 발전시켰다.

 

산업발전과 소득증대는 산업화를 촉진했고 이는 다시 전반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 경부고속도로는 그 동안 폐쇄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국민들의 소통과 정보·문화 등 다양한 교류를 가능하게 했다.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 데도 큰 보탬이 됐다. 가난을 극복하는 농업기술이 전국으로 전파되고 생산된 농산물을 대도시로 유통시켜 농촌경제가 부흥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자본도, 기술도, 자재도 부족한 상태에서 건국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인 경부고속도로를 세계에서 최단기간에 건설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당시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의 건설업이 크게 융성했고 진취적인 도전정신은 해외 진출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경부고속도로가 단순히 도로 건설이 아닌 눈부신 경제성장 밑거름이라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4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개별 유형자산 가운데 가장 가치가 큰 것은 장부가액이 12조1316억원인 경부고속도로(서울∼부산)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9440억원 가치가 높아졌다. 이러한 수치는 결국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국가경제에 있어 얼마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1960년~70년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토대된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긍정적 평가를 넘어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화라고 말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당시 정부가 한일관계 정상화를 진행한 것은 경제학적으로 볼 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며 “당시 어디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었던 한국 정부 입장에선 유상자금. 무상자금 및 차관을 합쳐 8억달러의 거금을 받아 경제 밑거름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금을 통해 당시 정부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화학공업화 등 인프라 구축을 했고 이것이 현재 경제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면서 “당시 한일관계에 있어서 정상화를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지만 국가의 리더로서 경제발전을 위한 선택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결정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이 십자가를 짊어지겠다는 애민정신에서 나온 역사적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고도성장의 밑바탕에는 기업이 무역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시장친화적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며 “물론 그 당시 세계적인 자유무역 환경도 조성됐지만 그렇다고 모든 나라의 정부가 기업들이 무역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원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도 변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라는 이름으로 억압하고 있다”며 “완벽한 정책은 없지만 적어도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과도한 개입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