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 채용정보를 찾던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주혐의자 B씨가 올린 “돈 필요한 사람 연락주세요”라는 배달원 고용 광고글을 발견했다. 배달원을 모집하는 글인 줄 알고 연락한 A씨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B씨의 말을 듣고 현혹돼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B씨는 보험사기에 가담한 이들에게 가·피해자, 동승자 등의 역할을 분담시켜 고의접촉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나눠 가졌다.

 

금융감독원(이하·금감원)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손해보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373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0억원(3.0%) 늘었다고 14일 밝혔다. SNS 구인광고를 가장한 공모자 모집, 브로커가 개입된 실손 의료보험금 허위청구 등 보험사기 수법이 지능화·조직화된 경향에 따른 결과다.

 

이에 금감원은 건전한 보험시장 질서 확립 및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 등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19년 중 주요 손해보험사기 피해사례 관련 소비자 유의사항’ 자료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피해사례에 대한 소개 및 유의사항 안내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보험사기 예방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적발한 주요 보험사기 사례를 살펴보면 다양한 보험종목에서 보험사기 수법이 지능화·조직화된 경향이 돋보인다. 먼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배달대행업체의 증가로 10대∼20대초반의 이륜차 배달원들이 개입된 조직적 보험사기에 대한 제보 및 적발사례가 전국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수법을 사용하다 적발된 배달업 보험사기업자는 2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총 30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금감원은 “SNS 구인광고를 가장한 공모자 모집 등 사회경험 부족과 낮은 범죄인식으로 인해 쉽게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있어 사회 문제화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보험금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에 솔깃해 고의사고 등에 가담하면 보험사기 공모자로서 형사처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내용의 SNS 광고 등을 보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상습정체, 법규위반 빈발 지역을 이용한 고의사고 사례도 적발됐다. 차량 상습정체 구간이나 병목지점 등 차량흐름이 느리고 차선변경이 제한된 실선구간을 범행장소로 미리 선정한 후, 외제차량 등 수리비가 고가인 차량을 이용해 다수의 접촉 사고를 유발한 후 미수선수리비 명목으로 고액의 보험금을 편취하는 식이다. 해당 수법을 이용해 2억원 이상의 미수선수리비를 편취한 혐의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밖에 실손의료보험 부문에서 보장대상이 아닌 비만치료제 등을 실손보험 보상이 가능한 감기치료 등으로 위장해 진료비영수증 등을 발급받아 보험금 청구한 사례도 적발됐다. 다수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브로커 등의 유혹에 따라 실손보험금 부당 청구에 연루되고 있는 상태다.

 

해당 수법을 사용해 보험금 5억여원을 편취한 환자, 브로커, 의료인 등 200여명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러한 수법이 보험금 누수 및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경고했다.

 

배상책임보험 부문에서 식당 및 마트 등에서 음식을 사먹은 후 배탈·설사 등 치료사실을 조작해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나왔다. 주로 중소·영세 자영업자인 피해자들은 허위 청구가 의심됨에도 고객소문 등 불이익을 우려해 배상에 응하고 있어 피해 확산 소지가 있다. 해당 수법을 이용해 보험금 6700만원을 편취한 일가족이 적발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보험사기 관련 시장 모니터링 및 유관기관 등과의 공조를 통해 보험사기 조사 및 적발을 강화할 방침이다. 동시에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제도 및 업무관행 개선 등 예방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제안 받거나 보험사기 의심사례를 알게 된 경우 금감원에 적극적으로 제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