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다양한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면서 돈을 벌어 쓰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계와 불법의 딜레마를 알게 됐고 이를 위해 법을 공부하기도 했죠.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처음 본 정치인들에 연설에 심장이 뛰어 정계에 입문했고 기성세대와 청년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미래세대의 담론을 고민하고 저 스스로를 채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청년들이 현실 정치에 발을 딛기 어려운 실정이지만 10여년 전만해도 청년 정치인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기만 했다. 기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청년들을 대표할만한 인물들도 찾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동학(37) 전 다준다연구소 소장은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리며 다양한 청년 관련 활동을 전개해 왔다. 최근에는 미래세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등 착실히 내공을 키워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많이 한산해진 김포공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 전 소장은 밝은 미소를 띠며 악수 대신 팔꿈치 악수를 건넸다.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간 이 위원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공부를 못한 아이’라고 표현했다.

 

“저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때 분수를 보고 수학을 포기했을 정도였죠. 억지로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서 자동차를 전공했는데 이 역시 뜻이 있었다기 보다는 그저 그 학교에서 가장 좋은 과여서 진학했었던 것 같아요.”

 

공부와는 거리가 있었던 이 위원이었지만 어렸을 적부터 남다른 생활력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수많은 알바를 해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에 의미를 뒀지만 이후 스스로 돈을 벌어 쓸 수 있다는 것에 큰 재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어머니를 도와드리자는 취지로 알바를 시작했어요. 이후 점점 알바를 하면서 내 스스로 번 돈을 내가 쓸 수 있다는 것에 재미를 느꼈어요. 이렇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삶을 일정한 테두리에 가두지 않으셨던 어머니 영향도 컸던 것 같아요.”

 

이 전 소장은 알바를 하며 만족을 얻었던 자신의 인생에 전환점을 가져다 준 계기 역시 알바라고 회상했다. 실업계를 졸업한 이 위원을 법학도의 길로 인도한 사건도, 정치에 발을 딛게 한 사건도 모두 알바를 하다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20대 초반 노점상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었어요. 그때 트럭을 몰고 일을 하다가 주차 단속을 하는 경찰에게 적발당하기도 하고 주변의 민원으로 경찰이 오기도 했지요. 그때 불법과 생계 사이의 딜레마를 느끼게 됐어요. 당장 이 일이 아니면 먹고 살 수 없는 저 같은 사람도 많을텐데 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죠. 그래서 법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경기대 법학과로 진학을 하게 됐어요.”

 

“어느날 몇 시간만 의자를 나르면 꽤 많은 일당을 준다는 알바 자리에 지원하게 됐어요. 그 자리가 열린우리당 정당 대회장이었던 것이죠.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하며 두발자율화 운동을 전개하는 등 정치에 나름 관심이 많았던 편인데 정치인이 연설하는 것을 실제로 처음 들어보게 됐죠. 그들이 이야기하는 멋있는 나라, 정의로운 사회 등에 심장이 뛰었고 그 자리에서 입당원서를 냈죠”

 

 

이 전 소장은 이후 당의 전국대학생위원회 설치를 주도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이어가며 당을 넘어 정치권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젊은 친구들,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테이블에 앉아 기성세대와 논의할 수 있는 과정이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겠다는 뜻을 함께한 동료들과 7년에 걸쳐서 전국대학생위원회를 만들었죠. 이후에도 혁신위원 등 당 내에서 다양한 청년활동을 전개하며 활발히 활동했어요.”

 

청년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이 전 소장은 지난 20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며 본격적인 정치 활동 전개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전 소장은 당시를 담담히 회상하며 스스로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13년 정도 당에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유권자와 호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역구 출마를 결심하게 됐어요. 하지만 지역에 나가보니 우선 제 나이가 적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국회의원은 전 연령의 유권자를 대표하는 자리인데 나이가 많으신 유권자 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이죠. 당내 경선에서도 꽤 많은 차이로 패배했어요. ‘조금 더 채워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경선 패배 이후 당 후보들의 유세를 지원했고 지난 대선에서는 당시 문재인 후보의 청년 정책 단장을 맡기도 했어요. 하지만 큰 선거를 치른 후 여러 가지 한계를 느끼게 됐고 새로운 담론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대선이 끝난 이후 비행기에 오르게 됐죠.”

 

새로운 담론을 찾기 위해 지구를 한바퀴 돌기로 결정한 이 전 소장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 세대의 담론을 찾는데 열중했다. 그 결과 인류 생존을 위한 지구의 미래로 그의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 더 큰 포부를 품고 우리나라에 돌아온 이 위원은 다양한 강연을 하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한테 지구촌장 임명장을 받고 400만원의 여비를 가지고 세계 여행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여러 도시와 나라들의 문제, 환경문제, 고령화 문제, 이민자 문제 등을 직접 보고 느끼며 탐구해 나갔죠. 특히 여행을 하고 난 뒤 환경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우리나라에 귀국한 이후 보고 느끼고 탐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여러 강연을 진행하고 있어요. 전 세계가 다가오는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직업 등에 대한 지속가능성의 이야기도 나누고 있어요. 그리고 이를 해결 하기 위해 공론의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죠.”

 

이 전 소장은 향후 미래 담론을 제시하는 역할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만약 국회에 입성하게 될 경우 해당 문제를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임위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환경, 기후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초고령화 사회는 어른들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 문대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죠. 이러한 문제들과 연관한 미래 전망들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어요. 그리고 이를 위해 국회에 미래 문제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상임위를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