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가운데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건 회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롯데그룹의 오랜 골칫거리인 ‘국적논란’ 해소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이 일본의 지배력을 낮추는 데 호텔롯데의 상장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19일 공시했다. 이로써 호텔롯데는 기존 신동빈·송용덕·김정환·박동기 체제에서 이봉철·김현식·최홍훈·이갑 대표 체제가 됐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책임 경영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호텔롯데 상장 작업 일환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고 전문성을 높여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또 집행유예 상태인 신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상장작업에서의 부담을 덜어낸 조치로도 해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10월 국정농단·경영비리 상고심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된 게 상장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의 일본 지배력 낮추기 작업서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현재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 지분 대다수를 일본롯데가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 주식회사L 1~12 투자회사와 일본 광윤사 등이 99%를 소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국적논란’ 발원지가 호텔롯데인 셈이다. 특히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광윤사 최대주주로 있다는 점도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서두르는 이유로 지목된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신 전 부회장을 지원할 경우 경영권 분쟁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서다.

 

호텔롯데가 상장될 경우 일본롯데 지배력을 5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호텔롯데 지분을 증권시장에 내놓아야 이곳 지분을 여럿 주주들과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뉴(new) 롯데’ 구축 작업에 한창인 상태다. 뉴 롯데는 2017년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며 한국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출범 이후 대다수 계열사를 롯데지주가 소유하도록 지배구조를 변경했다. 다만 여전히 많은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 호텔롯데가 있는 상태다. 롯데지주만 해도 신동빈 회장(11.62%)에 이은 2대 주주가 호텔롯데(11.04%)다.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쇼핑에서도 호텔롯데 지분율은 8.86%에 달한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작업에 속도를 높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